[현장에서] 왜 그토록 혁신이 싫은걸까 ?
[현장에서] 왜 그토록 혁신이 싫은걸까 ?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12.14 22:55
  •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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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안혜정 서울휘봉고등학교 교사
안혜정 서울휘봉고 교사
안혜정 서울휘봉고 교사

[에듀프레스] 경원중학교 사태를 바라보며 교사로서 참담한 마음이 들었다. 가장 큰 충격은 폭력적 방식이었다.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교장 실명을 적어 “나는 너를 죽어서도 잊지 않겠다.”는 현수막을 걸었다. 섬뜩한 저주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궁금했다. 도대체 왜 저토록 ‘혁신학교’가 싫다는 것일까 ?

현수막 명의에 인근 아파트 단지 입주자 대표 명의가 있는 것을 보면 ‘집값 떨어진다’는 말에 싫을 수도 있겠다.

실제로 혁신학교 주변 아파트 값이 떨어졌다는 데이터가 있는지 궁금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데이터를 제시해도 그 분들이 설득되지는 않을 것 같다. 아직은 아니지만 앞으로 그럴 것이라며 불안해 할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혁신학교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에 대해 두려워한다. 혁신학교 정책이 시작된 지 1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고 잘 모르겠는 ‘그 무엇으로’ 남아 있어서 일 것이다..

◇ 혁신학교는 학교마다 다 다르다. 그러나 공통된 것은 성장이다

이것은 여러 가지 아쉬운 지점이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혁신학교’가 가지는 어쩔 수 없는 정책 특성 때문에 기인하는 것 같다. 혁신학교는 학교 단위 변화를 도모한다.

이전 대부분의 교육개혁은 개혁의 방향성과 지침을 교육부와 교육청이 정하고 학교에 내려 보내는 하향식 방식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교육개혁은 현장의 별다른 변화 없이 실패로 끝났다.

혁신학교를 반대하는 분들은 흔히 ‘열린 교육’의 실패를 이야기하지만 ‘열린 교육’ 이전과 그 이후의 많은 교육개혁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혁신학교는 좀 달랐다.

처음 시작은 작은 학교에서부터였다. 폐교 위기를 앞둔 남한산초부터 시작된 것이다. 거대 담론의 개혁이 아니라 학교 단위변화였다. 그래서 혁신학교는 학교마다 성격이 다 다르다. 학교가 처한 역사적, 지역적 맥락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당면한 과제도 다 다르다. 혁신학교는 그 숫자만큼 다른 수준과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학교는 맞벌이 가정이 많고 돌봄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우선적으로 학생들의 돌봄과 생활지도를 중심으로 학교를 운영한다. 어떤 학교는 지역의 마을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그 마을 자원을 학교 교육과정에 활용하는 것을 특색으로, 어떤 학교는 자연환경이 뛰어나 자연환경을 잘 활용하는 생태 중심 교육과정을 잘 만드는 것을 중심으로 학교의 특색을 살린다.

학교의 자율성이 존중되고 학교 구성원의 자발적 연구와 노력이 중요하다. 학교 구성원이 민주적 방식으로 결정해야 자발성의 동력을 유지하고 이를 통해 학교를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렵고 힘든 과정이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학교 구성원 모두가 ‘성장’한다. 

혁신학교를 경험한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 자신의 ‘성장’을 말한다. 학생도, 학부모도, 교사도 그렇다. 특히 교사의 성장은 혁신교육을 확대하고 유지하는 중심 원동력이다. 그러나 공립학교는 5년마다 전보 이동을 해야 한다. 이것이 혁신교육의 질적 도약을 어렵게 했다.

그래서 밖에서 보기엔 가시적 성과가 잘 보이지 않는다. 성과를 내놓으라고 하면 열심히 한 교육활동과 구성원들이 경험한 ‘성장’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을 원한다면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교직 24년 동안 경험한 그 어떤 교육개혁보다 가장 큰 성과를 남긴 정책이 혁신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혁신교육만이 학생 뿐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까지 성장시키며 사람을 남기는 가장 확실한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고, 걸음 걸음이 쉽지 않다.

◇ ‘무엇을’ 보다 ‘어떻게’를 고민하는 혁신학교

경원중학교는 물론 잘 하고 있었던 학교다. 그래서 아마 더 잘하고 싶었을 것이다. 더 잘하는 방법 중 하나로 마을결합형 혁신학교를 결정했을 것이다. 더 잘하고 싶어 한 결정인데 왜 그리 반대했을까? 혁신학교가 공부 안시키는 학교라고 생각해서다. 그러나, 그것은 혁신학교에 대한 지나친 판타지다.

혁신학교는 공부는 안 하고 인성교육만 하는 대안학교가 아니다. 혁신학교의 목표는 ‘공교육의 정상화’이다.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며 공교육의 공공성을 되살리는 학교. 민주적 학교 문화를 추구하는 학교다. ‘무엇을 배우냐’인 교육과정이 일반학교와 같다. 단지 ‘어떻게 배우냐’ 에서 학생들의 흥미와 참여를 더 고민한다.

이것은 일반학교에서도 열성적인 선생님들이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이기에 혁신학교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혁신학교도 계속 교사구성원이 바뀌기 때문에 수업과 평가 혁신에 대해 일관된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고, 단지 가치와 방향을 공유하고 꾸준히 노력할 뿐이다.

오히려 상상하는 것만큼 별로 다른 게 없어서 민망할 정도다. 이전의 교육개혁은 보여줄 것은 많았지만 남는 것은 별로 없었던 것에 비해, 혁신은 경험해 보면 알 수 있는데 보여줄 것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혁신학교 정책은 전시성과 가시성이 떨어진다.

2018년 11월 헬리오시티 주민공청회의 자리에 발제자로 섰었다. 공청회장을 가득 메운 300명의 주민들에게서 증오에 가까운 적대감을 느꼈었다. 주민들 중에는 혁신학교를 잘 몰라서 적대적인 사람들도 많았지만 혁신학교를 알지만 싫다는 분들도 있었다.

“혁신학교를 보내면 아이가 행복해 한다는 것 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된다. 아이가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데, 혁신학교는 경쟁시키지 않아서 싫다.”고 했다. 그런 말까지 들으니 온 몸에서 힘이 쫙 빠지는 기분이었다.

경쟁적인 입시 체제에서, 학벌중심의 능력주의 사회에서 아이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는 대한민국 부모들에게 혁신교육은 너무 사치스러운 것이구나... 라는 생각에 서글픔이 밀려왔다.

◇ 어제처럼 내일도, 나는 혁신학교 교사다

나는 지금 혁신학교 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혁신학교이지만 고등학교이기 때문에 입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학생들 대학 잘 보내려고 많이 노력하다. 진학지도도 입시지도도 그 어떤 학교 못지않게 정성껏 최선을 다하며 하고 있고, 정시를 위한 수능 준비도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반학교와 다른 것이 무엇인가? 가끔 스스로에게도 해보는 질문이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혁신학교 대부분이 혁신학교이면서 일반학교와 별로 다를 게 없어 고민일 것이다. 그래서 노력한다. 노력을 지속하기 위해 함께 모여 연구한다. 그것이 다른 점이라면 다르다.

또, 하나를 꼽는다면 민주적 학교 문화를 꼽고 싶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평화로운 학교 문화 속에서 아이들이 존중받고 사랑받는다고 느낄 수 있다. 부조리한 학교에 대해 울분과 분노를 키우지 않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본성대로 잘 자라며 꽃처럼 피어난다.

이런 이유 때문에 혁신학교를, 혁신교육을 그토록 옹호하게 된다. 교육감이 밀어주지 않을 때도, 심지어는 탄압을 할 때에도 혁신학교를 지키고 싶어 더 열성적이었다.

대한민국 교육이 아이들을 살리고, 미래로 한 발자국이라도 나아가기 위한 비상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를 경주마로 키우지 않아도 되는 교육을 준비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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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반대 2021-10-15 06:51:01
웃기지도 않는게...

손님이 거의 오지 않는 상점에서
품질향상과 서비스 개선은 하지 않고

주인 혼자 자화자찬하면서
손님 탓 하고 있다는 걸 자기들만 몰라요....
저런 쯧쯧....

휘경동 주민 2021-03-16 18:32:16
휘봉고 옆 아파트에 살다 휘봉고 학생들 보고 질려서 내 아이들은 저리 키우기 싫다 생각들어 다른지역으로 이사한 사람 입니다. 매일 아파트내에서 흡연..스쿠터 지하주차장 도둑주차. 남여학생들이 놀이터에서 애정행각...그 동네 주민들이 가장 정확히 아는거죠. 저 입바른소리하는 선생님보다...

혁신학교집단폭력피해자 2021-03-13 22:15:36
구성원을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으로 인격살인하고도
눈하나 깜짝않는 모 혁신고등학교에서 마냥 행복해하던
어느 졸업생은 캐나다 유학 가던데...

그런 금수저야 혁신학교 졸업해도 유학가면 그만이지만
나머지 학생들은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지 막막하지..
혁신학교 교사들이 인생 책임져 주지 않는데...

자기 애들은 강남 8학군 소재 고등학교에 보내면서
제자들보고는 혁신학교에서 행복하게 지내라고 하는
어느 부장교사가 만족스럽게 생활하는 혁신학교...

그 선생님 지금은 또 다른 혁신학교에서
하하호호 행복하게 지내고 있던데 ...
자기가 짓밟은 동료교사의 피눈물과
절대 책임질 일 없는, 스쳐간 혁신학교 제자들은
까맣게 잊은 채로...

최서윤 2020-12-20 23:28:59
전교조 꺼져라

누가 누구보고 폭력적이라는지 2020-12-20 22:53:54
혁신학교에서 인격살인과 집단폭력을 당했습니다.
혁신학교...
죽어도 잊지 않겠습니다. 잊을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