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집단이기주의와 오해가 부른 경원중 혁신학교 사태
[교육칼럼] 집단이기주의와 오해가 부른 경원중 혁신학교 사태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12.13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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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문수 서울시교육청 참여협력담당관실 장학관
이문수 서울시교육청 장학관
이문수 서울시교육청 장학관

[에듀프레스] 지난 11월 말부터 강동고와 경원중에서 맘카페 회원이나 일부 학부모(주민)로 추정되는 익명의 사람들이 집값 하락, 학력 저하, 무조건 반대라는 구실로 ‘마을결합 혁신학교’ 지정철회를 요구하였다. 결국, 강동고와 경원중은 ‘마을결합 혁신학교’ 지정이 취소될 상황에 처해있다.

경원중 사태는 일부 주민과 학부모들이 교장과 교원들에 대한 인신공격성 구호와 현수막을 학교 주변에 부착하고, 찬성하는 학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등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장하며, 집단행동을 벌이는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었다.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고 있는 시점에서, 백여 명 이상이 교문을 둘러싸고 야간 집회를 연 것 자체가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 행위와 다름없었다. 향후, 집회 신고, 감염병예방법 저촉, 명예훼손, 협박 등의 여부를 법적으로 반드시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이번 경원중 사태는 학교 구성원의 민주적 절차로 결정된 ‘마을결합 혁신학교’를 비민주적이고, 비교육적이고, 비상식적인 행위로 좌초시킨 집단이기주의 행동으로, 우리나라 교육사에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이로 인한 학교 교육공동체에 남긴 상처는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 경원중 사태에서 안타까운 점 중 하나는 학교나 교육청이 너무 쉽게 혁신학교를 포기하였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새로운 유형의 혁신학교를 무엇 때문에 만들어 분란을 일으키냐는 말도 있었다. 학교 구성원의 민주적 절차로 결정된 혁신학교를 그 누가 쉽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

◇집단이기주의에 무너진 교육 .. 학교 교육공동체에 큰 상처

온종일 학교를 둘러싸고 인신공격성 행위와 더불어 신상을 털어 위협하는 상황에서, 교직원이나 찬성 측 학부모들이 혁신학교를 지켜나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부동산 욕망이 넘치는 강남 3구, 서초구에서 그들은 고립되어 있었다.

지난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학교나 교육청이 이를 막기 위해 위협과 모욕을 참으며 고군분투해왔다. 쉽게 백기를 든 것처럼 말을 옮기는 것은 학교 교직원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줄 수 있다. 이 또한 학교교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경원중 사태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교육을 사적인 부동산과 개인 입신이라는 욕망의 틀로 바라보는 사람들이다. 앞으로 이들의 행보는 우리 교육에 커다란 그늘을 드리울 수 있다.

‘헌법 31조’와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전문성, 자주성을 보장받고 있다. 그럼에도 특정 지역이나 개인적 욕망으로 교육이 좌지우지된다면 우리 교육에 미래는 없다고 본다. 이를 가장 경계하고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앞으로 학교와 교육청만의 힘으로 혁신학교를 지킬 수 없다면, 깨어있는 시민의 적극적인 동참도 필요하다고 본다.

2018년 이후, 경원중과 유사한 형태로 혁신학교에 대한 도전은 여러 차례 있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마을결합 혁신학교’는 기존 혁신학교에 대한 거부감을 보완하여, 혁신교육을 확산하려는 새로운 시도로 추진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마을결합 혁신학교’ 정책 추진 이전에, 서울시교육청, 서울시, 25개 자치구(서초구 포함)는 아이들의 행복한 성장을 함께 지원하는 ‘서울형 혁신교육지구’를 운영해오고 있다. 그 일환으로 ‘마을과 학교’가 함께하는 ‘마을결합형 교육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마을결합형 교육활동’은 전통적인 학교 수업에서 탈피해 지역의 숲, 공원, 미술관, 도서관, 공연장, 박물관, 공방 등을 교육 장소로 활용하여, 학생 삶의 현장에 기반한 교육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삶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활동이다. 이를 통해 ‘학교와 지역의 교육자원과 교육력’을 합쳐, 학교와 마을이 함께 학생을 가르치고 키우는 다양한 교육활동을 펼치고 있다.

◇알고 보면 참 좋은 마을결합형 학교, 일방적 매도 아쉬워

현재, 혁신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서는 ‘학교선택제’ 사업이나 ‘마을결합 중점학교’ 운영을 통해 ‘마을결합 교육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학교선택제’ 사업을 통한 ‘마을결합 교육활동’은 학교가 ‘마을교육 프로그램과 강사’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서울시 1,314개 초중고등학교 중 1,231(93.6%)개교가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가 참여하는 학교 호응도가 매우 높은 교육정책이다.

또한, 일반학교 중에서 ‘마을결합 중점학교’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마을결합 중점학교’는 ‘마을결합 교육활동’을 교육과정 전반에 도입한 학교이다. 2019년 29개 학교로 시작하여 2020년에는 59개교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경원중학교도 마을결합 중점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경원중을 둘러싸고 혁신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경원중을 둘러싸고 혁신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에 새로 도입한 ‘마을결합 혁신학교’는 ‘마을결합 중점학교’를 좀 더 심화한 형태라 할 수 있다. 기존 혁신학교의 주요 과제(교육과정과 수업 혁신, 학교운영 혁신)와는 달리 ‘학생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는 학교-마을 통합교육지원체계 구축’, ‘마을결합형 교육과정 활성화’, ‘마을교육 공동체와 함께하는 학교운영’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마을결합 혁신학교’는 한마디로 ‘학교의 교육력’과 ‘마을의 교육력’을 합쳐 미래사회의 삶의 주체로 살아갈 학생을 키우는 교육활동을 마을과의 거버넌스를 통해 펼치는 학교이다. 많은 교육선진국에서 추진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기존 혁신에 대한 무조건적 거부감이나 집값 하락을 이유로 반발할 필요가 없는 학교이다. 지역과 마을과 함께하는 학교로서, 학교와 지역이 함께 공존하고 발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경원중 사태를 바라보며, 우리 사회의 왜곡된 교육관이 다시 한번 표출되었다고 본다. 이참에, 지난 10년의 혁신학교 정책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혁신학교가 양적으로는 241개까지 증가하였으나,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한 왜곡된 교육관은 한치도 변함이 없어 보인다. 혁신학교에 대한 공과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해법을 찾아볼 때라 생각한다.

◇혁신학교 교원 피로도 누적.. 초중고 연계성 강화는 숙제

이를 위한 몇 가지 관점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혁신학교 지정 절차 전반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모요건, 지정 및 철회, 학운위 심의, 설명회 등의 과정에 형평성, 투명성, 민주성을 강화하여, 이를 현재보다 더 정밀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지정 절차에 대해 더는 이의 제기가 없도록 해야 한다.

지역 주민도 학교 구성원이 결정한 사항에 의견을 제출할 수도 있다고 본다. 다만, 학교 교육공동체 전체를 뒤흔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교육은 고도의 자주성과 전문성이 보장되어야 하므로 학교 구성원의 결정 사항이 최우선으로 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둘째, ‘혁신학교 양적 확대만으로, 질적 향상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 10년 동안 241개 혁신학교가 지정되었지만, 혁신학교 내부를 들여다보면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그동안 혁신학교를 주도하여온 현장 교원의 피로도가 높고, 초중고 간의 연계성이 약하고, 초등학교에 편재된 부분도 극복해야 할 지점이다. 아울러 혁신학교의 학력 저하 문제나, 대입에서 불리하다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해결해나가는 한편, 일반학교에 비해 우수한 분야를 적극적으로 홍보해나갈 필요도 있다.

셋째, ‘혁신학교 태동기부터 지금까지 혁신학교 정책에 대해 되돌아보아야 한다’. 혁신학교 정책이 도식적으로 진행되진 않았는지, 학교 현장의 요구가 반영되었는지, 혁신학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혁신과 비 혁신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지양해야 한다.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과거의 적폐를 청산하고, 현재의 문제를 개선하는 관점에서도 혁신을 바라보아야 한다. 혁신에는 정답이 없고, 오직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있을 뿐이라 생각한다.

혁신학교는 도입 초기부터 외부저항을 딛고 자리 잡아 왔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양적으로 확대해 왔으나, 점점 내·외적 도전이 심화되고 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도 기존과 전혀 다른 방식의 차원에서 해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혁신을 다시 혁신하는 시기가 왔다고 본다. 모든 학교에서 혁신의 일상화가 필요하다.

이번 경원중 사태는 앞으로 혁신학교뿐만 아니라 일반학교에도 큰 파장을 줄 수 있는 사건이다. 내 아이만 잘되면 된다는 그릇된 욕망과 부동산 가격하락을 우려한 집단이기주의로 교육정책이 좌초되었을 뿐만 아니라 학교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침해된 상황이 표출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방치하면 언제 어디서든 학교 교육공동체가 집단이기주의로 또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교육정책이 부동산 정책으로 둔갑하고, 학교교육이 개인의 욕망 해소 수단으로 전락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교육은 국가의 미래사업이다. 깨어있는 시민 모두가 힘을 합쳐 국가의 미래와 우리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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