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교단춘추] 청소년을 자기 삶의 주인공(Hero)으로 키우는 교육
[전재학의 교단춘추] 청소년을 자기 삶의 주인공(Hero)으로 키우는 교육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12.10 2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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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에듀프레스] 미국의 소설가이자 전직 교수인 존 바스((John Simmons Barth: 1930~)는 “누구나 자기 인생이라는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이다”고 말한 바 있다.

새삼스러운 말은 아니지만 평소 우리가 잊고 사는 말이기도 하다. 그의 말대로 우리는 모두 저마다 인생에서 주인공(Hero)이다.

지위가 높든 낮든, 부자이든 빈자이든 마찬가지다. 그런데 꽃보다 아름다운 청소년 중에서 이를 포기한 듯 살아가는 일부에 대해 연민과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불행한 학교 상황을 먼저 언급해 본다. 우리는 학교에서 성적을 비관하거나 입시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자살을 택한 학생들의 소식을 자주 접한다. 매번 마음이 아픈 것을 넘어 절망에 빠지게 된다. 한국은 자살률이 매년 OECD 국가 중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다. 청소년의 자살률도 상위다.

통계에 의하면 최근에 자살을 시도한 청소년 수는 2016년에서 2018년에 이르는 동안 10배나 증가했다. 살아갈 날이 창창한 그들이 삶을 포기한다니 참으로 충격적이다. 왜 이런 일이 지속되는 것일까?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여야 할 인간이 특히 꿈과 야망을 가진 청소년들이 이렇게 쓰러져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현대는 세상살이가 복합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살아가는 사회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이를 ‘초연결사회’라 지칭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성공의 기준이 획일화되어 있고 그 기준을 넘지 못하면 부족하거나 모자란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우리 사회에서 스스로를 존중하며 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 결과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명을 섣불리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어른들은 돈을 잘 못 버니까 망한 인생이라고 탄식하고, 학생은 수능(시험)을 망쳤으니까 인생이 끝났다고 판단한다. 오죽하면 ‘이번 생은 망했다’거나 ‘이번 생은 포기’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사용할까.

3포, 5포, n포 세대라 칭하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그저 우수갯소리나 농담의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내 인생, 내 세계에서 내가 그 어떤 황제보다도 귀한 존재임을 잊고 폄하한다.

오늘도 학교에선 전문상담교사(Wee 센터 담당교사)가 자살 징후가 매우 높은 한 학생을 상담하고자 학교 밖으로 데리고 나가 시간을 함께 보낼 것을 요청하였다. 필자는 우려하는 마음과 함께 긴급 승인하였다. 가정과의 연락에서 부모는 아이와 갈등이 매우 심각한 상태였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힘들고 어려울 수 있으나 세상사의 그 어느 것보다 자녀의 돌봄이 우선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매년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정서행동진단 검사에서도 적지 않은 학생들이 심각한 상태를 드러내고 있다. 상담교사는 자체적으로 그리고 상급기관이나 전문기관에 지원을 요청하여 아이들의 아픈 마음과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느라 정신이 없다. 연중 학생의 상담이 끊이지 않는 학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전장의 화약고와 같다.

그럼 이와 같은 현상이 생기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일까? 많은 이유 중 현실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가정과 학교에서의 불안정이다. 부모와 자녀의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불통과 경제적 어려움, 부부 당사자 간의 갈등으로 인한 문제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학교에선 학습에서 오는 심리적 장애, 교우관계, 교사와의 갈등, 학교의 교육활동에 대한 부적응 등등 수많은 위험요인이 언제든지 학생들을 삼킬 듯 노리는 악마와 같다.

학교에서의 문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학생들은 자신이 공부를 못해서 나중에 무엇이 될지, 대학을 안 나오면 사람 취급을 제대로 받지 못할까 하는 근심과 그래도 남들만큼은 살아야겠다는 미래의 고민이 얽히고설켜 있다. 비교와 경쟁, 기대와 압박 속에서 자라는 청소년들이 사회의 잣대로 자신들을 판단하고 옥죄고 있다.

그래서 자꾸만 다른 사람보다 못났고,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뭘 해도 잘할 수 없을 것 같아 스스로 평가절하 한다. 자존감이 제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학생을 교육하는 교사 또한 경력과 직업관에 따라서 큰 차이를 보인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거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확대되는 일이 흔하다. 여기엔 교사의 순간적인 말실수나 대처 능력의 결여가 남기는 후유증이 생각보다 크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를 해결해야 할까? 해결 방안은 있기나 한 것인가? 제한적이나마 학교에서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가장 비중 있는 것은 교육과정을 다양하게 편성하여 운영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학력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하는 것이다. 상위권, 중위권, 하위권에 따라 그들이 교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는 앞으로 고교학점제 운영으로 우리의 학교들이 당면하게 될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필자의 학교는 교과의 심화선택을 통한 수월성 교육, 보편적인 민주시민을 위한 행복교육, 그리고 졸업 후에 곧바로 사회 진출을 바라는 학생들에 대한 (기초)직업교육 과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예컨대 학습 의욕이 왕성한 상위권 학생들에겐 교과의 심화 선택 이외에 꿈 두레 교육과정을 인근 학교와 공동으로 3개 강좌를 개설하여 심화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병행하여 여학생들이 좋아하는 뷰티 미용(피부미용)과 바리스타 등의 직업기초와 직업실무 교과를 지역의 대학과 연계하여 담당 교수와 전문가의 강의를 편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의 관심이 매우 높고 만족도 또한 우수하다. 이런 긍정적인 반응이 학교 차원의 <행복배움학교>를 운영하는 교육철학과 맞물려 학생들은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이렇게 한 명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학교가 안고 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는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Einstein)의 획기적 사고를 제안하고자 한다. 그는 일찍이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를 야기한 제도(시스템)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가 안고 있는 모든 교육의 문제들은 현재의 교육제도로는 해결할 수 없다. 사회가 변하지 않으면 교육도 변하지 않는다. 국민의식,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만이 해결의 단초다.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차별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그 대표적 예다. 매년 4만 명이 넘게 학교밖 청소년이 배출되고 있으며 지금 어딘가에서도 아까운 그들의 생명이 꺼져가고 있다.

비록 국가는 가난하지만 국민의 행복지수가 세계 최고 국가인 부탄을 보라. 국가경영의 최우선이 국민행복이라고 한다.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가는 우리에게 미래의 확실한 자산은 청소년이다. 그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사랑으로 이해하고 격려하고 그들과 연대하여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자.

이것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전 국민의 관심과 노력이 함께 해야 한다. 거기에 가정과 학교는 중추(中樞)적 역할을 담당한다. 청소년들이 자기 삶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좌절하지 않고 행복하게 당당히 살아가도록 하는 것, 이것은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최우선 과제이고 사명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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