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장 편지] 경원중 혁신학교 지정 취소 사태를 보면서...
[교육장 편지] 경원중 혁신학교 지정 취소 사태를 보면서...
  • 에듀프레스
  • 승인 2020.12.09 20:36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호규 서울북부교육지원청 교육장
조호규 서울북부교육장
조호규 서울북부교육장

[에듀프레스] 필자는 이번 경원중학교 혁신학교 지정, 지정 취소 사태를 보면서 많이 우울했다. 필자는 이번 경원중학교 혁신학교 지정, 지정 취소 사태를 보면서 많이 우울했다.

필자의 눈에는 시․도교육감은 혁신(학교)교육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중앙 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고 혁신학교에 대한 인식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아픔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는 혁신교육 담론 형성과 전파, 법제화․제도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혁신(학교)교육은 시도 교육감에게만 맡기고 뒷짐질 일이 아니다. 중앙 정부는 혁신(학교)교육의 전국민적 담론 형성과 전파, 이의 법제화와 제도화에 나서야 한다. 혁신(학교)교육을 위해 중앙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를 일선 교육 담당자로서 잘 모르겠다. 뭔가 논의를 잔뜩 많이 하고 있다고 풍문으로 들어서 알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혁신(학교)교육은 아직도 포위되어 있다. 단지 강남 현상으로만 보아서는 안된다. 혁신(학교)교육은 널리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학교 현장에서 뿌리를 내려 잘 자라고 있다고 확언하기 어렵다.

박근혜 정부의 자유학기제 도입이 완벽하게 준비되어 시행되었는가? 혁신(학교)교육에 대해 시도 차원에서 10년간 축적한 많은 경험과 자료가 있는데도 중앙 정부는 왜 망설이는가? 국가교육회의는 출범한지가 언젠데 무엇을 그리 아직도 좌고우면하고 있는가? 시도교육청의 10년간의 눈물겨운 혁신(학교)교육 노력은 제도와 법이 뒷받침되지 않아 아직도 지지부진한 것이 너무 많다.

특히 혁신(학교)교육 담론 형성과 전파 제도화를 시도가 담당하기에는 너무 힘겹고 수공업적이다. 필자는 주장한다. 중앙 정부는 빨리 나서서 혁신(학교)교육에 대한 법과 제도의 보장을 위해 논의하고 실행해야 한다. 법과 제도가 의식을 규정해 나가는 방법론도 있음을 꼭 기억하자. 위에서 말한 자유 학기제가 좋은 사례다.

중앙 정부는 자유학기제처럼 전국의 모든 학교가 혁신(학교)교육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경원중 사태처럼 일개 학교가 부닥친 어려움으로 제 3자적 자세로 관망만 해서는 안된다. 굳이 혁신학교가 아니라도 혁신(학교)교육을 구체화하여 진즉 법과 제도로 보장했으면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업혁신, 학교의 민주적 운영, 생활교육 혁신, 민주시민교육 혁신, 지역사회 결합 혁신, 학교 공동체 구현 등을 구체화한 방안을 담은‘법’말이다.

필자는 이런 사태는 중앙 정부의 뜨뜻미지근한 혁신(학교)교육 추진 결과라고 본다.

많은 학자들이 미래사회와 4차 산업 혁명, 미래인재를 논하고 외치면 뭐하나? 상당수의 국민과 일부 특정 지역 주민들은 아직도 산업화 시대의 인재관, 수업관, 지식관, 이를 위한 교육과정을 그대로 신봉하고 있지 않은가? 그들은 왜 아직도 그런 인식의 틀을 못 벗어나고 있는가? 그들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중앙 정부의 혁신(학교)교육 담론 형성, 확산, 강화가 너무 빈약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말이다.

상당수의 국민은 아직도 아래와 같은 신화적 명제에 빠져있다.

“첫째는 이를 악물고 열심히 반복적으로 외우고 풀고 해서 좋은 점수를 받아 좋은(명문) 대학 가면 그때부터 성공 가도가 열리고 연애도 할 수 있고 행복해진다는 것이고,

둘째는 시험을 잘 보고 점수 잘 받아 좋은 대학 간 아이들이 재능 있고 인성 또한 훌륭하다는 것이며,

셋째는 좋은 대학을 가면 좋은 직장 구하게 되고 직장생활, 사회생활에서 성공한다는 것이다. ”

수십 년을 지배하고 있는 이런 비과학적․반교육적 맹목적 인식 개선을 위해 우리 중앙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명색이 진보 정권이라고 하지 않는가? 속히 서둘러서 혁신(학교)교육 담론의 전파를 강화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되는지에 대한 미래 지향적인 충분한 논거와 자료들이 있음에도 이는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다른 아이들과 협력할 줄 알고 잘 도울 줄 알던 아이들이 그렇지 못한 아이들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의 교육과 임금을 받고 있다”는 발달심리학자들의 연구들,“행복한 학교생활을 하는 아이들이 공부도 잘 한다”는 미국의 실증 자료들,“학교성적, 표준화 시험의 성적(SAT)과 직업 생활의 성공 사이의 상호 연관성은 약하다.”는 신경과학자들의 연구들,“청소년에게 협력 능력을 키워주면 자존감이 높아지고 호기심이 자극되며 창의성과 성취도가 커지고 긍정적인 사회적 행동이 촉진 된다”는 연구들을 우리 국민은 잘 모르고 있다.

우리는 혁신교육, 혁신학교에 대한 이상주의에서 내려와야 한다!

필자는 혁신(학교)교육에 대한 국민의 일반적 인식이 미흡하긴 해도 아주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과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기를지에 대한 교육 방향에서도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고 본다.

아울러 혁신(학교)교육이 추구하는 방향과 교육과정들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미래핵심역량과 미래사회를 준비하는데 상당 정도 부응하는 면이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들이 많이 있다. 그들의 무지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된다. 우리가 노력해야 할 고민의 영역들이 있음을 상기하자. 그리하여 솔직하게 토론하고 검토하자.

혁신교육의 대표적 라벨인 혁신학교를 기획하고 운영해온 혁신학교 운동가와 정책 기획자의 눈물겨운 노력을 인정하자. 그럼에도 이상주의적 지향 때문에 현실에서 국민들에게 불안감과 불신을 준 측면이 없는지, 반걸음만 앞서가자고 하면서 도 한 걸음은 커녕 몇 걸음을 앞서가고 있지 않은지에 대해 이제는 전면적으로 드러내 놓고 진지하고 솔직하게 검토할 때가 되었다.

좀 더 들어가 보자면 혁신학교의 초기 이상주의적 운영이 국민의 현실적인 불안을 초래한 측면은 없는지, 민주성은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 학업 성적 중심으로 치닫게 하는 우리 입시 현실로 인해 죄수의 딜렘마에 놓인 학부모들의 딱한 사정을 사정없이 무시한 적은 없는지, 국민을 안심하게 할 교육과정은 충분히 준비되었는지, 학생 생활교육에 대한 이상주의적 측면은 없었는지, 혁신학교를 만들어 온 교육 당자들과 연구진들이 너무 자화자찬하고 있지 않은지 등에 대해 혁신학교 관계자와 교육 공동체 구성원들은 교육 본질 지향적인 검토를 정말 진지하게 하자는 것이다.

어떤 글에서 한 얘기를 다시 인용해 본다.“방 안의 코끼리”란 말이 있다. 누구나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지만 누구도 쉽게 문제 제기를 못하는 무거운 문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방 안에 코끼리가 있는 평범하지 않거나 위험한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코끼리를 보지 않은 척하며 이를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뾰족한 해결책을 사회적으로 마련하지 못하는 주제들이 주로 여기에 해당한다고 한다. 혁신학교는 어떤가? 혁신학교는“방안의 코끼리”인가? 아닌가? 필자가 보기에는 혁신학교는‘방안의 코끼리’가 분명하다.

이제는 혁신학교의 있는 그대로의 속살을 드러내어 새롭게 리빌딩 하자. 일부 국민의 인식 미흡 탓으로 돌릴 문제만도 아니다. 그래서 그들을 과도하게 비난하지 말자. 혁신(학교)교육 관계자들의 자족적인 게으름의 탓일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앞에서 주장했듯이 특히 중앙 정부의 소극성에도 문제가 있고 우리 혁신학교에 대한 성찰적 노력 미흡에도 문제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축제수익금을 노조에 기부하다니 2020-12-11 00:32:34
경기도 시흥 목감고,
서울의 강동고와
서초의 경원중 모두
혁신학교로 지정되면 절대 안됩니다 .

인헌고의 사상 주입교육,
애기같은 초교 3학년 수업중에
퀴어축제 영상 보여준 어느 혁신초교 교사,
자동차 노조에 축제수익금을 기부한
혁신학교 H고를 잊으면 안되니까요.

절대로 잊지마셔요....
그들은 결코 학생을 위하지 않습니다 !

이민 2020-12-10 01:39:08
국가통제로 혁신학교 강제하라는 것이 주제군요. 자율이 아닌 통제가 혁신교육 핵심인가요? 왜 도저히 스스로 선택되지는 못할거 같은가요? 중앙정부가 개별학교 의사무시하고 강제로 학교교육과정 통제하라고 주장하는 이가 혁신교육주창자라니. 본인이 뭐라 하는지도 모르지요.

고민 2020-12-09 21:20:26
주입식 교육의 대명사인 학력고사 세대 사람들이 세계1위의 혁신국가를 만들었습니다. 선생님들이 얘기하는 창의력이니 혁신이니 하는 뜬구름 잡는 얘기는 주입식교육을 폐해로 본데서 출발한 것이지만, 사회인들은 오히려 학력고사 때가 학교에서 낭만도 있었고 공부에 함몰되지도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교육자들이 생각하는 이상이 과연 진정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건지, 일반 사람들이 왜 이리 공감해주지 못하는지 공신 좀 더 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