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정 칼럼] 학급당 학생수, 평균으로 잊혀지는 것들
[한희정 칼럼] 학급당 학생수, 평균으로 잊혀지는 것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12.04 0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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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희정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한희정 실천교육교사모임회장
한희정 실천교육교사모임회장

[에듀프레스] 지난 3월부터 바로 오늘까지의 학교생활에 대해 묻는다면, 이보다 더 힘들 수 없다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온라인 수업으로 놀고먹는 교사들이 있다고 비난하는 이들이 보고 들은 것과 달리, 대부분의 교사들이 겪은 일상은 온라인 수업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만들고, 올리고, 새로운 지침과 방역 수칙을 숙지하고 독려하느라 사라져버린 출퇴근의 경계다.

등교 수업을 하는 날이면 마스크를 두 번 세 번 갈아 쓴다. 체육, 과학 실험, 역할극, 놀이와 같은 활동적인 수업을 하는 날이면 입김, 콧김, 침방울이 모여 콧등에 올려진 마스크 안쪽에 맺힌다. 그 찝찝함을 참기 어렵기다. 아침 등교부터 오후 하교까지 한시도 쉴 틈 없이 아이들과 함께 교실에서 생활해야 하는 초등 교사들의 일상이다.

그 와중에 자가진단 결과와 함께 출결 상황을 보고하고, 아침 등교 후와 점심 식사 전 아이들의 체온을 측정해야 하고, 중간 중간 끊임없이 거리두기를 잘 하라고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해야 한다. 비대면 수업을 하는 날에 학습했던 내용을 점검해주고, 부족한 부분 보충해 주기도 벅찬데, 학습 준비물과 학습지를 때에 맞게 만들어서 배포하는 일을 깜박 잊을까 언제나 초긴장이다.

그렇게 한바탕 난리를 치르듯 하고 텅빈 교실에 앉아 점심 도시락을 꾸역꾸역 먹는다. 그리고 교실을 청소하고, 책상을 한 번씩 소독 티슈로 닦고, 또 그 다음날의 수업을 준비한다. 같은 학년에서 여섯 명의 교사가 함께 수업을 준비하고 나누는데도 이렇게 벅찬데 동학년 교사가 없거나 두 셋인 학교에서는 얼마나 힘들까, 그런 생각도 해본다.

‘내년에는 좀 더 나아지겠지, 원격 수업 플랫폼에 접속하는 것도, 스마트 기기를 다루는 것도 아이들도 교사도 이미 익숙해졌으니 더 나아지겠지’ 하던 마음이 서울의 초․중등 교원 1,128명을 감축하겠다는 교육부의 통보가 있었다는 소식에 싹 가셔버렸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학령기 아동 인구가 급감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모르는 바 아니다. 우리나라 초등학교의 학급당 평균 학생수가 23.1명이라는 것도 모르는 바 아니다. 공무원 총정원제로 교원수를 중앙 정부가 통제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평균에 가려 보이지 않고 잊혀지는 것은 무엇인가? 2020년 현재 서울의 초․중․고등학교에서 학급당 학생수가 30명이 넘는 과밀학급은 2,968 학급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교원수를 1,200명 가까이 줄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더구나 서울시교육청의 학생 배치 계획에 따르면 초등학교의 경우 2022년부터 2023년에는 줄었던 학생수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준다. 중학교 역시 2021년에는 학생수가 증가한다. 이 모든 것이 평균의 그늘에 가려 잊혀지거나 왜곡되고 있다.

2020년 학급당 학생수가 30명이 넘는 서울의 2,968 학급의 학생들은 홀짝으로 나누어 등교하거나 오전․오후로 나누어 등교를 하면서 다른 학교는 일주일에 두 번 등교할 수 있는 것을 한 번 등교하고, 세 번 등교할 수 있는 것을 두 번 등교하는 상대적 불이익을 당했다. 개별적인 지원과 피드백이 더 필요할 수밖에 없는 온라인 교육 상황에서도 상대적인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런 학급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늘리겠다는 통보를 한 교육부는 ‘K-교육이란 경제 논리에 따라 휘둘리는 교원 수급 정책을 펼치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전 세계에 통보한 셈이다.

평균의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 교육이다. 우리반 아이들의 평균 점수가 아니라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맞는 학습 지원을 통해 어느 누구도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가교육과정에서 말하는 과정 중심 평가다. ‘해 줘도 안할 거야’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하든 안하든 지원을 해주는 것이 교육이다.

이탄희 의원 등이 발의한 교육기본법 개정안은 아직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는 소식이 겹으로 들려온다. 전 세계가 수능 시험을 주목하고 있다고 호들갑 떨기 전에 기본에 충실하면 좋겠다. 교육에서 기본은 평균에 가려 보이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아니겠는가!

수능 응시생수는 작년에 비해 5만5천3백여 명이 줄었는데 배치 인력은 31%나 늘렸고, 시험장 수는 1.5배나 늘렸다. 확진자도, 자가격리자도, 유증상자도 모두 응시할 수 있도록 최선의 지원책을 마련해서 모두에게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본다. 그러니 수능에 쏟는 정성과 관심의 절반만 기초 교육에 쏟는다면 전 세계에 부끄럽지 않은 기초교육이 될 것이라 확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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