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교단춘추] 격물치지(格物致知) 공부법을 어떻게 교육해야 하나?
[전재학의 교단춘추] 격물치지(格物致知) 공부법을 어떻게 교육해야 하나?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12.03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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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에듀프레스] 많은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는가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물론 학습법으로 수많은 방법이 널리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사람의 얼굴과 개성이 각자 다르듯이 공부하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누군가는 바른 자세로 앉아 책을 읽고 누군가는 누워서 자유롭게 책을 읽고 그리고 누군가는 서서 책을 읽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친구들과 함께 모여 공부하고 누군가는 혼자서 고요하게 공부하며 누군가는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고 누군가는 카페에서 다소간의 소음(noise)를 배경으로 공부한다.

안광(眼光)이 지면을 뚫도록 집중해서 공부하는 사람도 있고 동시에 이것저것을 하면서 멀티플레이어(multi-player)처럼 공부하는 사람도 있다. 한 분야만 몰두하여 깊게 반복해서 공부하는 사람도 있고 중요한 지식이나 정보만 파악하면서 여러 분야의 경계를 넘나들며 넓게 공부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성인(聖人)들이나 천재들은 어떻게 공부를 했을까? 여기선 동양의 전통적인 격물치지(格物致知) 공부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리 역사는 성군이었던 세종대왕이 동양의 고전인 사서삼경 중에서 《대학연의(大學衍義)》를 100번 넘게 읽었다고 전한다. 이는 왕위에 올라 처음으로 연 경연에서 교재로 선택한 책이기도 하다. 또 다른 성군이었던 정조대왕은 《대학연의》를 보충해 주석을 단 《대학연의보(大學衍義補)》를 항상 책상 위에 놓고서 매년 1회 이상 통독을 했고 두 번이나 필사를 했다고 한다.

《대학연의》는 총 43권 12책으로 이중 절반 가까이가 ‘격물치지’에 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조선의 두 성군의 두뇌는 격물치지를 통해서 단련되었다고 본다. 중국의 황제들-청나라의 위대한 황제인 강희제를 비롯-도 모두 두뇌를 단련한 비법이 바로 격물치지라 전한다.(이지성, 『에이트씽크』 2020).

그렇다면 격물치지란 무엇인가? 이는 동양의 인문학 거두들이 공부한 학습법으로 사물의 이치를 끝까지 파고들어 완전하게 앎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서양에서의 우주와 만물의 원리를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과학적으로 탐구하여 진리를 발견하는 원리와 상통한다.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격물치지 없는 독서는 백 번, 천 번 읽어도 전혀 읽지 않은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독서 중에 의미를 깨닫기 어려운 글자를 만나면 그 글자의 근본 뿌리를 알고, 그 글자가 쓰인 문장이 완벽하게 이해될 때까지 치열하게 연구하고 사색할 것을 말했다.

또한 그 글자가 쓰인 문장을 다른 고전에서 발췌하여 책으로 엮을 것을 권했다. 이렇게 해야 책의 의리(義理)를 꿰뚫어 완전하게 앎에 이를 수 있고 단 한 권을 읽고도 수백 권을 읽은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 우리는 오해를 할 수 있다. 격물치지 공부법은 조선시대와 중국의 역대 황제 시절에만 통용되는 고전학습의 비법이 아니냐고 말이다. 아니다. 오늘의 삼성전자를 일군 1등 공신인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 비결로 격물치지를 내세웠다.

그는 퇴임 시에 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붓글씨로 쓴 격물치지 액자를 선물했고, 삼성전자의 전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삼성전자는 격물치지를 통해 혁신을 계속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은 널리 알려진 일화다.

고인이 된 LG그룹 구자경 전 회장도 회장 재임 시에 그룹 매출을 기적같이 획기적으로 상승시키며 입사 초년생들에게 “사회에 첫걸음을 들여놓은 여러분에게 《대학》에 나오는 격물치지와 성의정심의 덕목을 당부합니다. (……) 그래야 살아 있는 지식이 쌓이고 여기에 남다른 창의력과 상상력이 더해질 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나라 밖으론 미국의 하버드, 예일 등 아이비리그 대학의 학자들이 사색하고 공부하는 방법이 바로 격물치지였다. 그 결과는 어떤가? 노벨상을 수상한 많은 인문학자, 과학자, 생리학자, 의학자, 경제학자들을 배출하였고 그 바탕을 이루는 사색 및 연구 방법이 바로 격물치지였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역사는 말한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와 과학문명의 부흥, 이제마의 사상의학의 태동, 아인슈타인이 우주와 시공간의 이치를 파고들어 탄생시킨 상대성 이론, 라이프니츠를 이어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등이 수와 논리와 기계의 이치를 탐구하여 창조하여 컴퓨터 시대를 연컴퓨터의 개념(원리)과 구조,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브린이 인터넷의 이치를 탐구하여 만들어 낸 구글(Google) 등등... 이것이 바로 격물치지의 찬란한 증거가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학교에서는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격물치지 공부법을 교육할 수 있을까? 이는 이론적으로는 쉽지만 행동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에서 가장 실행 가능한 방법은 첫째, 청소년들이 자신이 누구이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세상에 무엇을 남기고 싶은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삶의 목표와 방향이 설정되어야 한다.

둘째, 책을 읽고 치열하게 사색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공부의 의미를 깨닫게 되고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하게 되면서 평생학습의 시대를 살아갈 지식의 기반을 쌓게 될 것이다.

셋째, 자신의 생각을 글로써 작성하여 토론하고 발표하며 결과물을 남기게 해야 한다. 이로써 생각이 정리되고 현장에서 몸소 체험함으로써 창의력과 상상력이 더해져 세상을 변화시킬 역량이 축적될 것이다. 이렇게 3단계를 거치면서 동양 고전에서 말하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과정을 충실히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개인의 성찰과 수양을 거쳐 자기 성장을 이루고 나아가 모든 우주 만물과 현상에 대하여 치열하게 탐구하고 연구함으로써 격물치지 공부법의 실행을 완성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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