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기의 교육이야기] 대학 비대면 기말고사 부정행위 예방 어떻게... ​
[박남기의 교육이야기] 대학 비대면 기말고사 부정행위 예방 어떻게... ​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12.01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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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기 광주교대교수
박남기 광주교대교수

1. 준비되지 않은 비대면 기말고사

​2020학년도 1학기 비대면 시험 부정행위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지 못한 채 2학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대학은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를 피하기 위해 2학기 기말고사의 경우 대면 시험을 원칙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11월 하순 들어 갑작스럽게 확진자가 500명을 넘어서면서 교육부로부터 가능하면 대면시험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이 각 대학에 전달되었다.

대학들은 1학기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준비되지 않은 비대면 기말고사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내가 근무하는 대학도 갑자기 실기 과목이 아닐 경우 비대면 시험을 원칙으로 한다는 안내가 교수들에게 전달되었다.

갑작스럽게 기말고사가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상당수 교수들은 다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잘못하면 학생들로부터 시험 공정성에 대해 이의제기를 받을 가능성도 높다.

​‘프록토리오’(Proctorio) 같은 온라인 감시 프로그램이 있고, 부정행위 걱정 없이 온라인 시험을 운영할 수 있는 엔테스트(Ntest), 모니토(Monito)와 같은 국내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은 아직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거나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이글에서는 줌 계정 정도만 가지고 있는 대학의 실정에서 대학들이 취할 수 있는 조치, 대학 차원에서 대응하지 않고 책임을 개인 교수들에게 넘길 경우 교수들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이 글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 눈앞에 닥친 준비되지 않은 온라인 기말시험을 무사히 마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것이다.

​2. 대학 실정에 부합한 시험 부정 예방책 찾기

​1학기를 되돌아보면 비대면 시험에서 부정행위가 문제되었던 곳은 그동안 객관식이나 단답식 시험 위주의 평가를 했던 전공들이다. 필요한 기초 용어와 개념은 적응무의식 상태에서도 쉽게 꺼내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하게 암기·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직면한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한 일일이 찾아보며 해결책을 마련할 수 없는 급한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그래서 의약학계열이나 이공계열의 경우에는 핵심 용어나 개념 암기와 이해 정도를 측정하기 용이한 객관식과 단답형 문제를 많이 출제한다.

그러다보니 온라인 시험의 경우 부정행위를 막기가 상당히 어렵다. 장기적으로는 핵심 용어나 기본 개념을 활용하여 문제 해결력을 측정하는 논술형, 구술형 시험을 보는 것, 주어진 과제 해결 과정을 동영상으로 녹화하여 유튜브 등에 탑재한 후에 링크를 제출하도록 하는 것 등등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눈앞의 기말고사를 위해서는 당장 기본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본 이론을 활용하여 주어진 상황을 해결하는 역량을 측정하는 인문 사회계의 경우에는 과거에도 지속적으로 논술형 시험 문제를 출제해왔기에 그나마 온라인 시험 부정의 가능성이 낮다. 물론 이 경우에도 학생들이 시험 부정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보완 조치는 필요하다.

​부정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일반적인 방법은 시험 전에 부정행위의 유형을 명시적으로 알리고, 부정행위자로 판명될 경우 어떠한 조치를 취할 것인지도 함께 공지하는 것이다. 사후에야 어떤 행위를 부정행위라고 선언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고, 법적 다툼이 생길 경우 소송에서 질 가능성마저 높다.

​3. 논술형 시험 부정 예방책

​최근의 흐름에 맞는 시험은 오픈북형(인터넷 검색 허용, 원하는 아날로그나 디지털 모든 자료 소지 및 사용 허용)이다. 대학에서의 평가는 학생들이 활용가능한 모든 자료를 토대로 주어진 시간 내에 문제 생성, 문제 해결, 프로젝트 수행 등등을 하도록 한 후 이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장 눈앞의 기말고사 경우에도 오픈 북 형태로 진행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우선 급한 자료 활용 금지형 논술시험 부정 방지 방안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자료 사용 금지형 논술시험을 컴퓨터 파일로 작성한 후 제출하게 할 경우 예상되는 부정행위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복붙(복사해서 그대로 갖다 붙임)하는 경우, 사전에 예상 문제와 답안 파일을 작성하여 그 파일을 사용하는 경우, 다양한 자료 파일을 준비하여 사용하는 경우 등이다.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상반신(얼굴, 양손, 시험답안, 책상 포함)이 보이도록 줌 카메라를 설치하도록 안내할 필요가 있다.

답안을 파일로 제출할 경우에는 제출된 파일을 대상으로 표절 검사를 하겠다고 사전에 안내하고, 실제로 표절 검사를 하여 복붙 여부, 학생들 간의 답안 공유 여부를 검사할 수도 있다. 과거 제출 보고서 상호 표절을 확인할 때에는 내용이 유사한 보고서의 사용한 단어, 띄어쓰기, 철자법 등을 검사했었다.

​내 경우에는 2020년 2학기 기말 시험을 대면으로 하겠다고 2주전부터 고지했는데 상황이 급변하여 시험 4일 전에 비대면으로 전환한다고 다시 학생들에게 알리게 되었다. 중간고사와 달리 기말고사는 자료 사용 금지형 논술시험이라고 사전에 안내했기에 비대면 시험으로 전환하더라도 이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시험 부정 유혹을 막기 위해 대면 시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손글씨로 답을 작성하여 사진 파일을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복붙을 어렵게 했다.

​학생들에게 보낸 시험 방식 변경 안내문은 다음과 같다. 대학 차원에서 ‘온라인 시험 응시 기본원칙’을 만들어 전체 학생에게 공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대학이 그럴 형편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개인 교수 차원에서라도 이하 내용을 참고하여 원칙을 만들어 제시하면 부정행위 예방에 보탬이 될 것이다.

 

4. 객관식과 단답형 시험 부정 방지

객관식과 단답형 위주의 시험을 계획하고 있을 경우에는 부정행위를 막기가 참으로 어렵다. 가장 좋은 방식은 앞에서 소개한 온라인 시험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이다. 당장 구입이 어려운 경우에는 온더라이브(On the live)의 시험 기능(무료임) 활용, 구글 혹은 네이버 설문지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경우에도 내가 학생들에게 안내한 부정행위 기준과 조치를 활용하여 사전에 관련 구체적인 사항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줌 등을 활용하여 학생들의 시험 응시 모습을 모두 녹화하되, 온라인 시험 감독 시 시험 응시 모습이 원칙에서 벗어난 학생들에게는 부정행위로 간주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등 적극적으로 시험 감독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5. 나오며

시험에 임하는 학생들을 믿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들이 유혹에 빠지도록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 방치한 후에 시험 부정을 저지른 학생을 처벌하겠다고 하는 것은 더욱 옳지 않다. 방치한 경우에는 시험 부정 문제 발생에 대한 책임도 방치한 대학과 교수가 지는 것이 옳다. 책임을지지 않으려면 사전에 취할 수 있는 예방조치는 최대한 취해야 한다.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여 학생들에게 고지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예방 효과가 발생한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은 대학에서의 평가 의미를 되돌아보고,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전공과 과목 특성에 적합한 평가 방법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차제에 교육부, 대학교육협의회, 국책연구소, 학회, 각 대학의 교수학습센터들이 힘을 모아 대학에서의 구체적인 평가 방법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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