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테헤란로 에듀테크 ... 가로수길 에듀테크
[교육칼럼] 테헤란로 에듀테크 ... 가로수길 에듀테크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11.27 16: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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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남형 경기 여주송촌초교사
김남형 경기여주송촌초교사
김남형 경기여주송촌초교사

[에듀프레스의 눈] 유명 TV 프로그램 ‘알쓸신잡’에 출연했던 건축가 유현준 교수는 가로수길과 테헤란로를 비교하며 걷고 싶은 거리의 특징을 말했다.

가로수길은 여러 가지 볼거리와 이벤트를 제공해 사람들의 흥미를 이끈다. 또 다양한 상점 입구는 보행자에게 출입 선택권을 부여해 공간의 주도권을 준다.

함부로 들어가기 꺼려지는 테헤란로의 높은 빌딩들 앞에서 위축되는 마음과는 상반된 느낌이다.

수업 시간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일으킬 때도 비슷한 원리가 적용된다. 교사는 학습 내용과 관련하여 다양한 볼거리와 이벤트로 학생의 흥미를 일으킬 수 있다. 거기다 학생에게 학습 활동 방식의 선택권까지 제공한다면 학생은 주체적으로 학습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이 원리로 볼 때 그간 시행되어온 에듀테크 정책은 현장 교사의 동기를 전혀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일단 교육 당국은 적절한 때에 교사의 호기심이나 관심을 불러 일으킬만한 에듀테크를 소개한 적이 많지 않다.

좋은 에듀테크는 정책을 통해서가 아닌 교사 커뮤니티를 통해 먼저 활성화된 경우가 더 많았다. 최근 온라인 수업으로 활성화된 교육용 SNS나 다양한 LMS(학습지원시스템)가 그 예이다.

한 번 시행이 결정된 에듀테크 정책은 교사의 교육관 반영이나 교실 현장에서의 선택권 없이 일괄 시행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책 앞에서 교사는 하라면 해야 하는 비주체적 존재가 된 것이다. 교사의 주체적이지 못한 상황은 자연스레 학생들에게 전이된다.

물론 제시되는 정책 교사들에게, 걷고 싶은 마음이 드는 가로수길이나 학습 동기를 일으키는 좋은 수업만큼 친절할 필요는 없다. 교사는 억지로 학생을 가르치는 존재가 아니며, 스스로 교육에 대한 의무와 의지를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듀테크 정책은 적어도 현장의 교사들에게 새로운 기술 도입의 공감은 불러일으켜야 한다. 정책이 시행되는 이유와 해당 에듀테크의 효율성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 교사만이 유의미한 활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면에서 VR과 AR 컨텐츠, 코딩과 관련된 근래의 에듀테크 정책은 성공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2013년 미국에서는 ALT 스쿨이라는 미래형 학교가 문을 열었다. 구글 출신 엔지니어가 설립하고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주커버그 등이 2015년 한해에만 1억 달러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에듀테크를 활용해 학생 개별 데이터를 분석하여 피드백을 구성하고, 영상 및 교육 콘텐츠로 학생들을 스스로 공부하게 했다. 교사의 역할은 커리큘럼을 설계하고 개별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언뜻 우리가 추구해야 할 교육의 방향으로 보이지만 ALT 스쿨의 결과는 참담했다. 학생들의 심각한 학력 저하를 이끈 ALT 스쿨은 현재 대부분 문을 닫거나 다른 기관에 인수되었다. 제시된 콘텐츠를 통해 학생들은 제대로 학습하지 않았으며, 일부 학생은 학습 장애를 겪기도 하였다. 교사와 에듀테크 사이 역할 조율과 유기적 관계 설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사례이다.

에듀테크 정책은 교사와 학생을 실험용 쥐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정책이 시행되기 전 이론이나 구상만이 아닌 정확한 성공 사례를 충분히 경험해야 일선 교사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다. 더불어 다양한 수업 현장에서의 실천적 방법에 대한 고찰이 되었을 때, 교사는 해당 에듀테크를 유기적으로 교실에 도입하게 된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은 학생의 수준과 개인 성향에 맞춘 교육을 꿈꾼다. 하지만 1명의 교사가 다수의 학생 모두를 개별 확인하고 피드백하기에는 학생의 수준과 개인 성향의 차이가 커 역부족인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문제는 개발 보완된 LMS와 AI를 기반으로 개별 학생의 학습 상태를 분석한 피드백을 통해서 비로소 해결 가능하다. 따라서 교육의 발전을 위해 AI를 비롯한 미래형 에듀테크의 도입은 필요한 일이다.

교실 현장에서 유능한 교사는 학생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학습을 이끈다. 에듀테크 정책이 성공하려면 해당 에듀테크의 활용 이유와 역할에 관해 교사와 소통하며 조율하고, 그들을 움직이는 작업에 좀 더 힘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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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무늬 2020-11-28 08:28:33
교육당국이 통일된 LMS를 하루빨리 개발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