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춘추] ‘내가 서고자 하면 남도 세워주어라(己欲立而立人)' 교육
[교단춘추] ‘내가 서고자 하면 남도 세워주어라(己欲立而立人)' 교육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11.25 20: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재학 인천 세원고등학교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에듀프레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유일하게 이 지구상에 살아남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이 네 개의 질문에 공통으로 해당하는 답변의 핵심어(key word)는 무엇일까? 그렇다. 협력(cooperation)이다.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ce)의 유전자에는 소통과 협력의 DNA가 함께 한다.

이는 인류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로 자신들보다 신체적으로 우수한 다른 인류, 예컨대 네안데르탈인, 북경원인, 하이델베르크인, 자바원인 등에 비해 사피엔스는 20만 년 전부터 지구 대륙 곳곳으로 퍼져 끝까지 생존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바탕에 바로 소통을 통한 협력, 즉 상생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모 사피엔스는 ‘현명한 인간’이란 학명(學名)으로 명명된 것이리라.

이러한 인류가 장구한 역사에서 천년 제국 로마를 탄생시켰다. 기원전 510년에 도시국가로 시작한 로마는 오랜 시간 찬란한 문화를 빛내며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등의 격언을 낳는 역사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러한 찬란한 역사의 배경엔 침략으로 영토를 넓히더라도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여 껴안고 또 각 나라의 문화를 이어줌으로써 여러 문화가 소통되고 교류되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문화를 창출한 데 있다. 이런 관용의 정신은 결국 천 년 이상 제국의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현재 지구촌을 보자. 미•중 무역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엔 자국 우선주의에 따른 ‘America First’ 라는 민족주의 정책이나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정책으로 전 세계에 영향력을 확대해 대륙 굴기를 실현하려는 중국이나 모두가 패권국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자국의 이득에만 집착하여 타 국가와의 공정한 교류를 차단하거나 영토와 세력 확장에만 몰두하여 소통과 상생의 정신을 상실하는 것은 인류발전에 커다란 문제이다.

또 대한민국과 일본은 어떤가? 식민지배의 역사(위안부, 강제 징용 등등) 청산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사건건 충돌함으로써 경제나 문화교류 등 모든 영역에서 소통과 협력이 차단되어 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두 국가 간에는 봉쇄가 상당 기간 지속되었다. 이렇듯 지구촌 국가 간의 소통과 협력에 의한 상생의 사다리가 사라진 오늘, 우리가 마주한 세계적 대유행인 팬데믹(Pandemic)의 위기 극복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우리의 교육정책은 어떤가?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말은 옛말이 된 지 오래되었다. 빈부 격차에 따라 교육의 불평등 또한 심화되고 있다. 엄마의 정보력과 할아버지의 재력에 의해 아이의 교육과 성공이 좌우되는 시대를 살면서 전통 깊은 교육 사다리 또한 붕괴되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원격교육이 실시됨에 따라서 사회적 빈부 격차가 가져다주는 교육격차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에 교육 당국은 PC나 각종 전자기기를 대여하거나 설치 시설을 공동으로 운영함으로써 교육 기회의 평등만이라도 보장하겠다며 정의와 공정을 내세우지만 우리의 제반 정책은 별다른 진전이 없이 더욱 교육의 불평등을 초래하며 심화시키고 있다.

왜냐면 겉으로 드러나는 형식적인 교육 개혁 이전에 교육 제도적인 면이나 사회 시스템적인 변화가 먼저 근본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와 절망 속에서도 언제 어디서든 희망의 빛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현재 모 TV에서 인기리에 방송 중인 <골목식당>이 그 해법을 제시한다.

요리연구가이자 사업가인 백종원 씨가 이끄는 이 프로그램은 장사가 안되어 문을 닫기 직전인 외진 골목의 영세한 식당들에게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오는 기사회생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 프로는 영세 상인들의 문제점을 파악한 후 장사에 대한 노하우 교육과 조리법 개발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상권이 일어서도록 돕고 있다.

여기에도 분명히 소위 ‘안나 카타리나’의 법칙은 존재한다. 즉 “행복한 가정은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이유가 제각각이다”는 말처럼 운영의 어려움을 겪는 개인별 가게의 수많은 문제점을 분석한 후 현실에 맞는 구체적인 조언을 함으로써 다시금 희망을 고취하는 이 프로그램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바로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고 음식에 진정성이 있어 혼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외지이더라도 주인의 정성과 맛, 특별함이 있어 사람들은 그 가치를 알아보고 거리와 상관없이 찾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소통과 협력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TV 프로그램을 통해 영세 자영업자가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진정한 상생과 공존을 위한 교육의 실천이며 나아가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공유경제와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상생의 사다리가 사라진 우리 사회에서 현재 위기에 빠진 자영업자나 학생을 돕는 것을 생색내는 것만으로는 우리 사회의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렵다. 그들이 끊어진 사다리를 다시 세우고 오를 수 있도록 시스템과 구조를 바꾸어 스스로 오르고 성장하도록 보장해야 한다.

이것이 현재 우리 사회가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 사는 세상’의 참모습이며 함께 성장하는 힘이고 기회이다. 우리 모두가 사는 길은 바로 영원한 고전 논어의 ‘옹야편’에 나오는 “내가 서고자 하면 남도 세워주어라(己欲立而立人: 기욕입이입인)”에서 찾아야 함을 잊지 말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