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 현장] 안정규 엑시트 대표 “선생님의 다양한 경험은 학생에게 돌아갑니다”
[에듀테크 현장] 안정규 엑시트 대표 “선생님의 다양한 경험은 학생에게 돌아갑니다”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0.11.14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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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규 엑시트 대표
안정규 엑시트 대표

[에듀프레스 윤휘건 객원기자] 크리에이터의 시대. 자기만의 콘텐츠가 있는 교사와 그 콘텐츠를 공유하고 싶은 교사들이 모여 프로젝트 형식의 자율연수를 진행하면 어떨까?

꼭 교수법이나 학급경영 노하우가 아니더라도, 자기만의 특기가 있는 교사들이 예술, 운동, 여행, 글쓰기 등 전 분야의 재능을 서로 나누고 배우는 성장의 장이 있다면?

교사 창작콘텐츠 플랫폼 <엑시트>의 안정규 대표를 만났다.

- <엑시트>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창작콘텐츠 플랫폼 엑시트는 대한민국에 재직 중인 교사를 위해 창작 활동을 촉진하고 아이디어 기획을 지원하며, 이에 대한 정당한 정산과 저작권 보호를 원칙으로 하는 교육 스타트업입니다.

엑시트 홈페이지에 있는 ‘프로젝트 라운지’라는 개념이 신선합니다. 그만큼 낯설게 느낄 선생님들도 있을 것 같아요. ‘창작플랫폼 엑시트 사용법’, 설명해주시겠어요?

엑시트의 홈페이지는 ‘프로젝트 라운지’, ‘창작품 마켓’, ‘PDF 전자책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프로젝트는 일종의 자율연수입니다. 프로젝트 라운지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선생님이 크리에이터로서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올리면 그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싶은 선생님들이 크루로서 참여하는 공간이고요.

좋은 콘텐츠와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고, 꼭 교육 분야만이 아니라 취미, 겸직, 파견, 유학 등 다양한 관심사에 대한 정보와 경험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교사연수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버킷리스트를 작성하여 한달 동안 시도하는 프로젝트, 영어 일기를 쓰면 첨삭해주는 프로젝트 등이 진행되죠. 크루로 참여하는 선생님들은 소정의 프로젝트 참가비를 내시고, 엑시트는 그 중 70-80퍼센트를 크리에이터 선생님께 정산해드림으로써 양질의 콘텐츠 생산을 위한 선순환을 돕습니다.

창작품 마켓은 선생님들이 직접 창작하신 교구나 환경미화 자료들을 공유하는 온라인 마켓입니다. PDF 전자책방은 선생님들이 쓰신 PDF 전자책을 판매하는 곳이고요. 선생님께서 쓰신 원고를 PDF 포맷으로 출판해드릴 수 있습니다. 엑시트는 출판업으로 등록이 되어있어서 국제도서번호 부여 및 저작권 보호가 가능합니다. 창작품 마켓이나 PDF전자책방의 수익도 크리에이터 선생님께 70-80퍼센트를 정산해드립니다. 기존 교육 콘텐츠 사이트에서는 교사가 창작한 자료에 대해 일반적으로 약 3퍼센트 정도의 인세를 지불합니다.

- 이런 교사 창작콘텐츠 플랫폼을 만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세상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학창 시절부터 항상 해왔습니다. 주변에 교사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교사들의 생각을 들을 기회도 많다 보니 제가 잘 알고 있는 교사 대상 서비스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 에누마라는 교육 기업이 오지 지역의 아이들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게임 기반 학습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 일론머스크의 거액의 투자를 받은 사례를 보며 좋은 교육 스타트업은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신뢰가 있었고요.

2019년까지 1년간 세계일주를 했는데요, 세상에는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나라마다 다른 아이들의 삶을 목격하면서 교육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죠.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자기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한데, 그 힘은 교사에게서 나온다는 걸 절감했고요.

엑시트라는 플랫폼을 구상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세계일주 중에 모로코 사막에서 한 부부 여행객을 만난 일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두 분 모두 10년 차 정도 되신 초등교사셨는데 남편분은 “아내가 나보다 더 좋은 교사인 것 같다, 아내는 애정을 가지고 아이들과 밀착해서 지내는데 나는 아이들과 거리를 두게 된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가르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고 서른 명이나 되는 아이들의 요구에 맞춰야 하니 어느 정도는 아이들과 한계선을 정해놓고 대하게 된다고 하셨어요.

반면에 아내분은 아이들과 가까운 만큼 상처를 많이 받아 우울함을 느끼기도 하고 정서적으로 많이 흔들리는데 그것도 참 힘든 일이라고요. 사실은 두 분 다 교사라는 직업에 지나치게 몰입하느라 자신을 소진하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하며 균형을 잡고 싶어 하셨습니다. 그러면 아내는 아이들을 챙기면서도 본인의 행복을 찾을 수 있고 남편분 자신도 학교 밖에서 분위기를 전환하면서 아이들에게 더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교사들이 자유롭게 뭔가를 할 수 있는 커뮤니티나 ‘판’이 없다고 하시길래 그때 이런 플랫폼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본격적으로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들부터 다양한 삶을 살고 있어야 아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들부터 다양한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여행 중에 만난 선생님들 덕분에 발견하게 된 것이고요. 교사가 경험하는 다양한 삶은 어떤 형태로든 아이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 엑시트의 대표로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선생님들께 엑시트의 시스템에 대해 알리고 이해를 돕는 일이 가장 힘든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이 캡틴과 크루의 관계로 만나 크리에이터(캡틴)가 창작한 콘텐츠와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한다는 컨셉이 아직 익숙하지 않으실 테니 선생님들께 천천히 다가가려고 합니다.

특히 겸직허가를 내주셔야 하는 교장, 교감선생님들께서 기존 교육연수원과 다른 엑시트의 시스템을 많이 낯설어 하시기도 합니다. 교사들의 자아실현욕구와 선택권을 존중하는 엑시트의 시스템과 철학을 이해하고 신뢰해 주시길 청하고 싶습니다. 이건 아마도 앞으로 엑시트에서 활동하시는 여러 선생님들의 경험과 예시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을까 합니다.

- 선생님들의 호응으로 엑시트가 발전하면 하고 싶은 일이나 목표가 있다면요?

선생님들이 성장하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이 어려운 아이들에게도 쓰이면 가장 이상적이고 좋을 것 같습니다. 엑시트가 점점 발전하면서 수익이 어느 정도 선까지 발생하면 엑시트에서 가져가는 일정 비율 중 일부를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과 나누자고 팀원들과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작은 교육 스타트업이지만 철학과 목표는 원대하다고 말하며 웃는 안정규 대표에게서 따뜻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 자아실현을 하고 싶은 교사들의 욕구, 교사의 경험이 아이들에게 돌아간다는 믿음, 세상을 바꾸는 것은 열정과 창의성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라는 가치관이 만난 교육 스타트업 엑시트의 발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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