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주의 사이다 톡] 교사가 다른 꿈을 실천할 때 생기는 일
[송은주의 사이다 톡] 교사가 다른 꿈을 실천할 때 생기는 일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11.07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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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은주 교육칼럼니스트/ 교사
송은주 교육칼럼니스트
송은주 교육칼럼니스트

교사인 누군가가 “나는 꿈이 있어”라고 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이다. ‘지금 교사이면서(이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다른 꿈을 품는다니?’ 의아한 반응도 있고 “오! 뭔데?”하며 신선하게 느끼고 궁금해하는 반응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N잡러(직업이 여러 개인 사람)를 추구한다. 다양한 방면에 재능이 있는 교사들은 규정이 허락하는 선에서 겸직을 하고, 지금 당장 겸직을 하지 않더라도 본인 전공 외의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꽤 깊이 있게 탐색한다.

필자는 저서 <나는 87년생 초등교사입니다>에서 지금 밀레니얼 세대 교사들은 현실적으로 정년과 연금에 기대기 어렵기 때문에 경제적· 직업적으로 교직 이후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고 썼다. 또 교사로 사는 동안에도 이 일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 일을 할 때 나다운지 물어야 한다고도 썼다.

이런 뜻에 공감하는 교사 다섯 명이 모였다. 신규교사부터 교직 경력 10년 전후인 교사들은 각자 자신의 삶에 갈증이 있었다. 교사가 되기 위해 포기했던 꿈, 교사로 살며 도전해보고 싶었지만 도전해보지 못한 꿈에 비로소 도전해보겠다고 모인 교사들도 있었고, 교직 생활에 너무 치우치는 삶을 살아 개인적인 쉼이 부족한 교사는 삶의 균형을 찾는 게 꿈이라며 참여했다.

근무하는 곳도 다르고, 연령도, 살아온 배경도, 불을 지피고 싶은 꿈도 다른 다섯 명은 21일간 자신을 깊이 탐색하고 막연하게만 품어왔던 그 꿈을 구체화했다. 자기가 하고 싶었던 그 일을 언제부터 꿈꾸었는지, 그것을 실행하는 데 어려웠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자신의 내면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막연하게 동경했던 그 일을 실천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교대 시절부터 음악치료사라는 꿈을 품고 있었던 선생님은 존경하던 음악치료사를 직접 만나고 수련 과정에 대해 알아보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동화작가가 되고 싶었던 선생님은 동화작법책을 공부하고 학급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 한 명을 생각하며 동화를 만들 마음을 먹었다.

새로운 걸 배우기 좋아하는데 학교 일에 너무 집중하느라 자신을 돌보지 못했던 선생님은 21일 간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씩 해보며 자신과 교직에 몰입할 힘을 얻었다.

사회학 공부를 해보고 싶었던 선생님은 존경하던 교수님의 도움을 받아 본래 전공인 교육학과 사회학 공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또 교사로서의 삶에 만족하지만 글도 쓰고 싶었던 선생님은 인터넷 창작플랫폼에서 작가로서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일은 퇴근 후에 이루어졌다. 학교에서는 본연의 일인 수업, 임상장학, 회의, 상담 등에도 전문적이고도 유연하게 대처하며 최선을 다해 임했다. 주말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푹 빠져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만나는 방법을 익혔고 월요일에는 다시 학교에 가서 몰입했다. 선생님들은 일을 하면서 자기 꿈을 찾아 나가는 미션에 즐겁게 참여했다.

신기하게도 선생님들은 에너지란 무조건 무한하지는 않지만 무조건 한정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동시에 자신이 즐겁고 편안한 방법으로 에너지와 시간을 통제하는 방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이직, 겸직을 고려하며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선생님은 자신이 만족할 줄 몰랐던 교직에 대한 애정과 교직의 장점을 오히려 더 깊이 깨닫게 되었다.

‘교사가 다른 꿈을 꾸는 건 교육에 몰입하지 못하므로 교육 활동에 방해가 된다’라고 생각하며 막았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소중한 열매들을, 다섯 명의 선생님들은 오히려 그 꿈과 직면하며 비로소 만날 수 있었다.

막연한 꿈이 있다면 오히려 그것을 직시하고 자신의 느낌을 살펴보는 편이 훨씬 마음 정리와 진로 결정에 도움이 된다. 책 <나는 87년생 초등교사입니다>에서도 적었듯, 교사가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아 생기는 문제는 교사 개인의 손실만이 아니라 학생에게도 영향을 미치며 교육과 사회의 손실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교사이자 다른 꿈을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책을 쓰고 글쓰는 삶을 시작했고, 미래에는 나의 이상을 담은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는 꿈도 있다. 선생님의 이런 꿈에, 건축학도가 된 제자는 자기가 그 건물을 짓겠다고 해주고, 예술을 전공하고 있는 제자는 그 공간에서 예술교육을 해보고 싶다고 해준다.

내가 교사를 해서 이런 소중한 인연들을 만났으니 교사로서의 소명도 뭔가 있을 거라는, 감사한 마음의 무게를 느낀다. 그만큼 교사로 사는 동안 이 시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지 늘 고민하며 최선을 다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여러 가지 꿈이 있다. 다만 현실적인 상황과 성향에 따라 그것을 발견하느냐 마느냐, 펼칠 수 있느냐 마느냐가 문제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더 많은 꿈을 꾸고 일생에 걸쳐 더 많은 변화를 경험할 것이다. 교사가 다른 꿈을 실천하며 진정한 자유를 배울 때, 학교는 자신과 학생의 미래에 더욱 책임감 있고 다양한 경험을 가진 교사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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