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서의 교실 뒤집기] "돈 밝히는 교사에게 누가 돌을 던지는가"
[프레서의 교실 뒤집기] "돈 밝히는 교사에게 누가 돌을 던지는가"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11.01 2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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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프레서 교육칼럼니스트/ 교사
 

“내가 한턱 쏠게! 이번에 테슬라에 투자해서 4,000만 원 벌었거든!” “작년에 영끌해서 산 집값이 올해 3억이나 올랐어!” 요즈음 주변에서 흔히 들려오는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가 들려올 때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밀레니얼 교사들은 자괴감에 빠진다. 1년 후배인 박 선생이 주식으로 번 4,000만 원은 자신의 1년 연봉보다 많다.

올해 올랐다는 부장님 집값 3억을 모으려면 숨만 쉬고 7, 8년을 저축해야 한다. 서울의 신축 아파트 25평 가격인 15억을 벌려면…. 퇴직을 앞두고서야 살 수 있으려나.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그래. 그래도 연금이 있으니까 괜찮아.”라며 자기 위로를 하기가 무섭게 새로운 뉴스가 올라온다.

‘뜨거운 감자, 공무원 연금개혁’(2020년 10월 10일 자 한국일보 기사).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공무원 연금에 대한 사회의 시선을 여실히 보여준다.

’언제까지 놀고 먹으려고 하냐.‘, ’내가 낸 세금으로 왜 공무원들 연금을 주냐.‘, ’공무원 연금 다 없애고 국민연금으로 통합해라. ‘할많하안이다(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다).

퇴직을 앞두신 김 선생님께서 연금으로 매달 300만 원 가량을 받는다고 하시니 40대 학년 부장님은 현재 가치로 150만 원 정도를 받으실 거라며 아쉬워한다. 부장님 넋두리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더 내고, 덜 받는 세대’의 설움이다.

밀레니얼 교사들은 결심한다. 받은 만큼만 일하기로. 그들은 열정페이를 거부한다. 학교에서는 해야 할 것만 한다. 그 외의 시간과 에너지는 퇴근 후 오직 자신을 위해 사용한다.

지난 8월, 뜻 있는 선생님 두 분과 함께 <교바시(교사를 바꾸는 시간)>라는 프로그램을 열었다. 밀레니얼 교사를 위한 강연과 네트워킹 프로그램이다.

그곳에 모인 교사들의 주된 관심사는 역시나 재테크였다. 블로그와 전자책 등 글쓰기를 통해 합법적으로 부가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교사, 학교를 퇴직하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전직 교사에게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그들은 적극적으로 학교 바깥의 길을 모색하고 있었다. 언제든 학교를 두겠다는 각오를 밝힌 교사들도 있었다.

밀레니얼 교사들의 이런 모습을 보며 어떤 이들은 말한다. 교사가 그렇게 돈만 밝혀서 되겠냐고. 교사는 나라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성스러운 직업이 아니냐고. 유튜브 하거나 재테크 공부할 시간에 교육과 관련된 책을 한 권 더 읽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그러나 한 명의 밀레니얼 교사로서, 또 그들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나는 그들을 조금도 비난할 수가 없다. 자기중심적이고 사회생활에는 도통 관심 없어 보이는 그들의 내면에 있는 깊은 두려움을 알기 때문이다.

흔히,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조건으로 의식주(衣食住)를 꼽는다. 밀레니얼 교사들이 느끼는 것은 그 필수적인 것들조차 누리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그렇기에 돈에 대한 그들의 태도는 단순히 부자가 되어 여유롭게 살고 싶다는 열망이 아니다. 그것은 절박한 ‘생존’의 욕망이다.

세상이 변했다. 세상이 변한만큼 교사도 변했다. 오직, 교육계의 시스템만큼은 무서우리만큼 견고하다. 낡은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우수한 밀레니얼 교사들을 붙잡아둘 수 없다.

밀레니얼 교사들은 시스템이 보장해주지 않는 미래를 학교 밖에서 개인의 노력으로 쟁취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그들을 다시 학교로 불러들일 수 있을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쩌면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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