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방전입 무산, “교육감님 제발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 주세요”
경기도 일방전입 무산, “교육감님 제발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 주세요”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10.31 15: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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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지역 별거부부교사 눈물로 호소 .. 십수년 고통, 교육당국 전향적 해결 기대
남편과 떨어져 8년째 육아와 교직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김민지(가명)교사.
남편과 떨어져 8년째 육아와 교직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김민지(가명)교사.

[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전화기 넘어 들려온 그녀의 목소리는 팽팽한 거미줄 같았다.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울먹임은 깊은 한숨을 징검다리 삼아 간신히 이어갔다.

충남 A 중학교 수학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민지 교사(40·가명). 올해로 8년째 경기도에 거주하는 남편과 떨어져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 셋을 키우며 생활한다.

1년 전 머리가 너무 아프고 눈떨림이 심해져 병원에 갔다가 뇌동맥 질환을 판정받아 지난 1월 수술을 받고 투병 중이다.

그녀는 얼마 전 경기도교육청에 타시도 교사 300명 일방전입 허용을 발표하자 큰 기대를 걸었다. 마침 충남에서도 38명을 받겠다고 해 들뜬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런데 마감 시일이 다 되도록 충남교육청에선 아무런 통보가 없었다. 다급한 마음에 교육청에 전화를 했다. “충남은 일방전출 없습니다.” 돌아온 답변은 짤막하고 허무했다.

교육부에 민원을 넣고 고충처리위원회에 호소도 했지만 대답은 간단했다. “선생님 사정은 딱하지만 시도교류에 대한 인사권은 교육감 고유권한입니다.”

현재 육아휴직 중인 그녀는 내년 3월부터 충남 중소도시 학교로 복직한다. 친정인 경기도 시흥시에서 하루 5~6시간 거리에 있는 학교로 출퇴근을 해야 할지, 아니면 코흘리개 아이들을 데리고 또 별거교사로 지내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다.

“제도가 없는 것도, 길이 없는 것도, 특혜를 달라는 것도 아닌데 왜 안되는 걸 까요. 시한폭탄 같은 삶입니다. 제발 절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주세요.” 지난 29일 <에듀프레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김 교사는 중간중간 북받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 했다.

◇ 별거부부교사 생활 8년 째 .. 아이 셋 키우며 뇌동맥 질환 투병 중

-인터뷰를 많이 망설였다고 들었다.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별거부부교사 중에는 나보다 훨씬 절박한 처지에 놓인 분들이 많다. 장애를 가진 자녀를 홀로 키우는 분도 있고 우울증약을 상시복용하는 분도 있다. 그런 고통에 비하면 난 아무것도 아니다. 자칫 그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또 성실하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교사들이 나 때문에 국민들한테 욕 먹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다. ‘요즘 안 힘든 사람이 어딨어? 선생들이 배부른 소리 한다’는 핀잔을 들을까 봐서다. 교사는 ‘공공의 적’ 아닌가.”

- 경기도 진입이 좌절됐다. 지금 심경은?

“모두 똑같은 대한민국 교사인데 인천교사는 경기도로 가고 충남교사는 못가는 이유가 무엇인가. 내가 처한 고통이 그들보다 적어서인가, 아니면 힘이 없어서인가. 이해할 수 없다. 뇌동맥경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아이들은 커가고 일반 사기업에 다니는 남편은 직장을 옮길 처지가 못돼 정말 절박한데 교육부나 교육청은 규정만 이야기한다. 그것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대면서 참고 살으라 한다. 이게 말이 되나.”

- 어떤 점이 납득 안되는가.

“교육부는 교원 인사권을 교육감에게 이양했기 때문에 자신들은 교육청 결정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발을 뺀다. 교육청은 충남에도 교사들이 모자라는 판 이이서 경기도로 보낼 수 없다고 했다. 타시도와 형평성을 들어 따졌더니 ‘교육감 고유권한’이라고 한다. 교육감 성향이나 판단에 따라 국가공무원인 교원이 인사권이 제멋대로 행사돼도 되는 것인가. 그리고 별거부부교사 문제가 어디 하루 이틀 이야기인가. 수 많은 교사들이 길게는 십수 년 고통 속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아무런 대책 없이 수수방관하는 교육당국의 행정편의적 소극행정이 원망스럽다.”

◇ 국가공무원 인사가 교육감 입맛대로? .. 행정편의 소극행정 원망스러워

- 충남교육청에서는 타시도로 우수한 교사들이 유출되는 것을 우려하던데.

“교육청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타시도로 전출돼도 다음 해 신규 TO가 생겨 해결될 문제다. 1대1 인사교류에도 예외조항이 있는 것이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행정은 중요하고 개개인의 고통은 무시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 남편과 떨어져 사는지는 얼마나 되나.

“8년 째다. 친청(경기도 시흥)에서 출퇴근도 해봤지만 하루 5~6시간이 걸려 학교생활이 쉽비 않았다. 학생들한테 최선을 다하는 교사가 되고 싶지만 늘 아쉬운 부분이 남았다. 집에 있는 아이들도 얼굴 한 번 제대로 보기 힘들었다. 동료교사들에게 폐만 끼치는 것 같아 그것도 괴로웠다. 요즘 교사들 일이 얼마나 많은가. 내가 일을 못하면 누군가 그것을 대신해야 하는데 너무 미안하고 못할 짓 이더라.”

- 남편이 충남으로 오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런 노력은 안했나.

“왜 안 했겠나. 갖은 궁리를 다하고 시도도 했지만 직장을 그만두기 전에는 방법이 없었다. 나라도 건강하면 좋을텐 데 그것도 아니어서 옴짝달싹 못할 궁지에 몰려있다.”

- 다자녀 가정이고 아이들이 어리니 학교서 모성보호시간이나 육아시간 같은 것을 보장해 줄 텐데. 그러면 웬만큼 버틸수 있지 않나.

“법적인 이야기다. 학교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교감선생님이 전화를 해 학교 여건이 어려우니 육아시간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하더라.”

◇ 정부 말 믿은 게 화근 .. 떨어져 살게 되거는 아이는 낳지 마세요

-교육부 장관에게 직접 호소해 보면 어땠을까.

“만약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힘 있는 다수만 보지 말고 소수의 고통도 헤아려 달라고 말하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공직사회부터 일과 가정이 양립돼야 일반 민간기업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말씀했다. 교육부 장관이 앞장서 그 약속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해 줬으면 좋겠다. 동료교사들에게 피해 주지 않고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세 아이 엄마로서 하루 30분이라도 눈 맞추는 삶을 살고 싶다. 제발 가족과 함께 있게 해 달라.”

- 앞으로 계획은.

“행정소송도 생각해 보고 있다. 이번 충남교육청의 행정 행위는 기회의 불공정이다. 법률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그마저도 안되면 명예퇴직해야지 별수 있나. 어렵게 교직이 들어왔는데 이렇게 끝내야 하나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 후배교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결혼할 거면 같은 지역 사람과 꼭 하라고 말하고 싶다. 별거부부교사가 된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힘들고 외롭다. 어쩔 수 없이 시도를 달리해 떨어져 살아야 한다면 아이만은 낳지 마라. 난 국가를 믿고 교육부를 믿었다. 불임으로 고통받다 시험관으로 어렵게 얻은 아이들인데. 마음 놓고 낳아도 국가가 책임져 준다는 그 말을 믿은 게 지금 가장 후회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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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2 18:47:05
공감합니다 선생님 꼭 건강회복하시길 빕니다 ..가족과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이 그렇게 잘못인가싶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