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행정이기주의에 꽉 막힌 시도교원교류.. 별거교사들 십수 년 눈물
교육청 행정이기주의에 꽉 막힌 시도교원교류.. 별거교사들 십수 년 눈물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10.23 16: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1년 3월1일자 경기도교육청 타시·도 중등교원 일방전입 시행 계획 공문

2021년 3월1일자 경기도교육청 타시·도 중등교원 일방전입 시행 계획 공문

[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12년째 남편과 떨어져 생활하고 있습니다. 여러차례 타시도교류 서류를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아이까지 맡아 기르는 '독박육아'여서 고충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인간이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하는 행복추구권, 기본생활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현실이 정상인가요?”

“경기도에서 타시도교원을 일방전입한다는 안내조차 받지 못했어요. 교육청에 따져 물으니 교원정원이 줄고 결원이 많아 절대 일방전출은 허용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별거교사를 개인적 문제로만 치부해 버리는 것에 놀랐습니다. 교원수급을 이유로 일방전입을 원천 불허한 것도 이해가 안되고요. 행정소송이라도 해야겠습니다.”

내년 3월1일자 시도교원교류를 앞두고 지역을 달리해 떨어져 사는 별거교사들은 또 한번 행정이기주의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교육부가 수년 동안 걸쳐 별거교사 해소 방침을 밝혔으나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 만큼 힘들다.

특히 최근 경기도교육청이 중등교원 300명을 일방전입으로 받겠다고 공표하면서 별거교사들은 큰 기대를 걸었으나 대부분 시도가 이를 거부하면서 사실상 물거품이 돼 교사들는 배신감과 절망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2021년 3월 1일 자 타시도 중등교원 일방전입 시행 계획`을 공고하고, 각 시도 교육청에 관련 공문을 보냈다. 경기도교육청은 서울을 제외한 15개 시도 중등교원 300명으로부터 일방전입 신청을 받겠다는 것이다. 단 교육경력 10년이하 라고 대상자를 한정했다.

그러나 공문을 받은 15개 시도교육청(서울제외)은 경기도의 이같은 계획에 응하지 않거나 아예 관내 교사들에게 공지조차 하지 않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이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23일 현재 경기도 일방전입 요청을 거부한 교육청은 강원, 충남, 충북, 경북, 전북, 제주 등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전국 대부분 교육청이 일방전출 의사가 없음을 밝힌 것이다.

이 바람에 전국적으로 수백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별거교사들이 가족 상봉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또 다시 기약없는 고통에 시달리게 됐다.

경기도 소재 직장에 근무하는 남편과 6년째 떨어져 살고있는 강원도 한 교사는 경기도 일방전입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 강원교육청이 이를 거부, 절망에 빠졌다. 그는 장기간 떨어져 생활하다보니 2세계획도 못세우고 잦은 불화에 이혼 위기까지 겪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경기도에 근무하는 한 교사는 충북에 근무하는 남편과 2년째 주말부부로 살고 있다. 그는 경기도 일방전입 계획 공문을 받아들고 기쁜마음에 남편에게 알렸다.

그러나 웬일인지 충북교육청은 아무런 통보가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충북교육청에 전화를 했더니 경기도 일방전출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세종시는 가능하지만 경기도는 안된다는 어처구니 없는 내용이었다.

반면 전남교육청은 일방전출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사들은 지역에 따라 제각각 이다보니 상대적 박탈감은 더하다고 말했다.

별거교원들에게 절호의 기회나 다름없는 시도교류가 이처럼 꽉 막힌채 주먹국구로 운영되는 이유가 뭘까. 그것도 교원수요가 많은 경기도고 수용하겠다는 데도 다른 시도교육청들이 이를 거부한 것은 선 듯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교육청관계자들은 한결깉이 교원부족을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우리지역도 교원이 부족해 기간제교사를 쓰는 판국에 경기도로 보낼 교원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한 시도교육청 관계자는 "매년 400여명의 교사들이 수도권으로 떠난다. 교사로서 막 역량을 꽃피울만 하면 다른 곳으로 옮겨버리는 데 대책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일방전출로 교사를 보낸 뒤 생기는 결원을 신규임용을 통해 채우면 된다고 하지만 교육부가 원하는 만큼 정원을 배정해준다는 보장도 없는 것이 사실이니냐고 되물었다.

게다가 경기도가 경력 10년 이하 교원만 요구하는 것은 젊고 능력있는 교사만 데려가겠다는 속보이는 처사라며 불쾌한 반응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경기도교육청이 일방전입 요청을 하면서 시도별, 과목별 인원까지 결정에 통보한 것에 대해서도 내심 못마땅하다고 했다.

시도교육청 정원담당 장학사 단톡방에 슬쩍 일방전입 계획은 언급한 것이 고작일 뿐 공식적이고 진지한 사전협의 한번 없었다는 것이다.

한 시도교육청 관계자는 일방전입 요청 공문을 받아든 순간 마치 상전이 명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결국 대부분 시도교육청이 경기도 일방전입 요청을 거부하기로 했고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큰 기대를 걸었던 별거교사들의 꿈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교육당국의 어처구니 없는 행정이기주의 때문에 수많은 교사들이 별거의 고통을 이어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교사들은 주무부처인 교육부에 기대를 걸었지만 교육부 역시 대책이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임용권이 시도교육감에게 있어 교육부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별거교사들이 얼마나 힘들게 생활하는 지는 충분히 알지만 교육감이 거부하는 한 뾰족한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김성기 교원대 교수는 “별거교사를 포함, 시도교원 교류 전반을 놓고 임용권자인 교육감들이 문제를 풀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는 “별거교사들이 겪는 개인적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면서 "출산장려 정책과도 맞물리는 정책이니 만큼 교육감들이 협의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