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정 칼럼] 거리두기 1단계, 등교 확대 이후를 생각한다
[한희정 칼럼] 거리두기 1단계, 등교 확대 이후를 생각한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10.12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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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희정 서울실천교육교사모임회장
유은혜 교육부총리가 11일 추석 연휴 특별 방역기간 이후 학사운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유은혜 교육부총리가 11일 추석 연휴 특별 방역기간 이후 학사운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0년 10월 11일 오후 4시 30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하향’한다는 발표를 했다. 이어서 교육부 장관은 “추석 연휴 특별 방역기간 이후 학사운영 방안”을 발표하였다. 1단계 하향에 따라 학교의 등교 인원을 2/3로 늘린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원격 수업 장기화로 인한 교육 격차와 돌봄 부담은 2020년 교육계의 큰 난제였다. ‘방역이 우선이냐, 교육이 우선이냐’는 질문 앞에서 지금까지는 ‘방역 우선의 원칙’을 적용했다. 당연한 결정이었다.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정보도,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상황에서 전국민적인 두려움은 컸고, 방역을 철저히 해서 감염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었다.

그러나 방역을 앞세우면서 나타난 사회․경제적 문제를 뒷전에 둘 수 없는 것 역시 현실이었다. 전국의 유․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안전 역시 그렇다. 방역에서의 최선이 그들의 안위와 학습에서의 최선이 되지는 못했다.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했던 지난 몇 달간의 경험은 지역별, 학교별, 학생별 차이를 충분히 존중할 수가 없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교육부의 발표는 지난 시기의 경험과 학습을 토대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첫 걸음과 같다고 평가할 수 있다. 대면 수업 확대를 위해 저학년 등교 확대나 소규모 학교 기준을 300명으로 상향한 것, 지역과 학교의 특성에 맞게 탄력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열어둔 것 등이다. 그동안 꽁꽁 묶어왔던 수도권 지역의 학교 등교 인원수를 전국 동일하게 2/3로 늘렸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이제 전국의 각 학교에서는 새로운 지침에 따른 등교방안에 대해 의견을 모으고 협의를 할 것이다. 다양한 의견이 각 지역, 각 학교의 특성에 맞게 펼쳐질 것이고, 나름의 합리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여전한 우려와 새로운 기대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듯한 긴장감이 벌써부터 밀려온다. 그 긴장감이 어느 지점에서 두려움과 분노가 될지, 우려되는 점 몇 가지를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등교 인원이 확대되는 것은 학교 안에서의 감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그 부분을 어느 정도 감안하고 등교 확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한 국민적 이해가 있어야 한다. 방역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학교 내 감염 0명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산발적인 교내 감염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가정해야 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감염이 발생한 학교와 학생, 교직원 등에 대해 무분별한 비난과 무분별한 취재 등을 삼가야 한다는 점이다. 이 정도는 최소한의 도의라고 본다. 불안을 부추기기보다는 해결책을 찾고, 타자를 비난하기보다는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짚어가는 사회이길 바란다.

둘째, ‘2미터 거리두기’와 ‘마스크 상시 착용’의 원칙과 관련된 문제다. 등교 인원을 확대하면서 방역도 강화한다고 했지만, ‘2미터 거리두기’가 실제 수업 상황 속에서 절대 수칙으로 강제된다면 대면 수업의 효과는 반감되고, 수칙 위반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대면수업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한 ‘함께 배움’이다. 그런데 2미터 거리두기 원칙은 모둠별 협력 활동, 토론 수업, 교구 사용 수업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손 씻기나 손 소독, 마스크 쓰기, 공용 교구 소독 등을 준수하는 상황에서 거리두기는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어야 ‘수업’이 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을 우리 사회와 정책 당국이 인정해주면 좋겠다.

셋째, 마스크를 쓰고 계속 생활해야 하는 학생과 교사의 피로감이다. 다시 등교를 시작하면서 아침부터 1시 20분까지 한시도 쉴 틈 없이 마스크를 쓰며 생활하고, 단지 점심시간, 밥 먹을 동안만 마스크를 벗고 자기 자리에서 조용히 밥을 먹어야 하는 학생과 교사들의 피로감에 대해 사회적 양해를 구하고 싶다. 수업 시간을 40분에서 30분으로 단축 운영하거나 블록 형태로 묶어서 운영하는 등의 단위수업시간 탄력적 운영이 실제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넷째, 과대학교와 과밀학급의 문제다. 동시간 등교 인원 2/3를 유지하라는 지침과 함께 원격수업을 위해 인력, 기자재, 인프라를 우선 지원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서 의미하는 ‘인력’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교원’을 뜻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 아쉽기만 하다. 지난 몇 달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원격수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다. 무언가를 늘 확인하고 연락하고 알려주지만 쌓이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투여하는 노동 대비 효과가 현저히 낮다. 학생수가 23명인 학급의 담임인 필자가 이렇게 느꼈는데 30명이 넘는 학급의 담임교사들은 어떨까 싶다. 기자재, 인프라와 함께 ‘수업의 질을 함께 높여줄 수 있는 전문 인력’ 지원이 절실하다.

지난 9월 24일 이탄희 의원 등 13인의 국회의원은 ‘학급당 학생수의 적정 수준을 20인 이하’로 할 것을 명시하도록 교육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회부하였다. 전국 모든 학교의 학급당 학생수가 서울․경기 지역의 과학고 학생들처럼 15명 수준이었다면, 방역이 먼저냐, 교육이 먼저냐는 지난한 논쟁을 이렇게 오래도록 하면서 서로를 소모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빠른 진단과 동선 확보, 선제적 대응’으로 K-방역을 내세운다면, K-에듀는 ‘거리두기 가능한 적정 학생수’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학급당 적정 학생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등교 확대

한희정 서울정릉초교사
한희정 서울정릉초교사

이후 우려되는 문제들을 2021년에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일 것이다. 그래야 현 시점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대․과밀학급 학생들의 상대적 피해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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