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전병식 著 ‘교육 좀 냅둬유!’를 읽고...
[서평] 전병식 著 ‘교육 좀 냅둬유!’를 읽고...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0.10.08 1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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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선영 경기 김포푸른솔초 교사
 

『교육 좀 냅둬유!』는 선생 전병식의 이야기부터 시작되어 교학상장(敎學相長은)의 네 챕터의 31가지 칼럼을 소개한 책이다. 선생 전병식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선생 전병식의 인생을 풀어낸 일대기와 같은 글로 별 무리 없이 쉽게 읽히는 재밌는 글이었다.

이 부분은 나와 비슷하네. 여기는 나와 다르네 하며 선생 황선영으로서의 나를 돌아보게 되고 앞으로 교직생활을 하며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반면 31개의 교육칼럼은 주변에서 한번쯤 봤을 법한 교사의 모습을 가진 전병식 교수님이 교육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느끼게 하는 글이었다.

예전부터 교육계에 꾸준히 제기되었던 문제부터 최근에 새롭게 제기되는 문제까지 골고루 다른 글을 보며 그가 교육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나는 누구를 위한 교육정책인가? 챕터를 읽고 요즘 상황에 가장 어울리는 주제라고 생각해 이야기 해보고 한다.

교육정책은 교원이나 학부모를 위한 정책이 아닌 학생을 위한 정책이라고 한다. 하지만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교육정책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학생을 위한 정책은 커녕 매일 쏟아지는 언론 기사에, 학부모 눈치를 보며 매주 나오는 교육 정책은 정말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다.

요즘은 책 제목 그대로 교육 좀 냅두라고 말하고 싶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19로 인해 개학 연기에, 온라인 수업에, 이제는 쌍방향 수업까지,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인데 한주 앞도 못 내다보는 교육을 하고 있으니 이제 교육은 일일지소계(一日之小計)로 바꾸어야 하겠다.

정부에서는 온라인 수업 준비조차 하지 않으면서 교사에게 다음주부터 무조건 온라인 개학 합니다 라고 선언하면 교사들이 밤낮 고생해가며 온라인 학습을 닦아 이제 좀 적응된다 싶으면 이제부터 주 2-3회 등교 합시다 일방적으로 발표해버리고 교사들은 방역에, 등교수업에, 온라인 수업에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나니, 또 이제 와서 온라인 교육의 질이 떨어지네 마네 쌍방향 수업을 하라고 일방적으로 발표해 버버린다.

 교육부의 행태에 정말 졸속적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교육의 질도 교사로서의 자부심도, 교육하고자하는 의지도 모두 꺾여 버리는 요즘이다.

그렇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이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지만 한 주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교육부의 정책이, 또 민원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발표하는 교육부가 참으로 원망스럽다. 또한 눈치만 보고 서둘러 추진한 교육 정책이 일관성이 결여되고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해 교육 당국 스스로 신뢰성을 잃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학생, 학부모, 교원의 갈등과 혼란만 증폭시키는 교육 정책은 정책이 아니다. 쌍방향 수업이라고 말로만 실시하라고 하지 말고 다른 나라의 플랫폼인 ZOOM을 이용한 수업이 아닌 우리나라만의 우리나라 학생들과 교사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쌍방향 수업 플랫폼부터 만드는게 우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교사들이 뼈와 살을 깎아 만든 온라인 수업 틀을 부정하고 또 다시 쌍방향 수업으로의 전환은 정말 일방적인 정책발표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교사이다. 하라면 해야 한다. 온라인 수업에 틀은 있었나? 아무것도 없는 맨바닥 맨 주먹에서 주어진 것도 없이 시작한 온라인 수업을 여기까지 이끌어 왔다. 아무리 언론에서 또는 학부모가 온라인 수업의 질을 이야기하지만 매 시간 정성들여 만든 나의 온라인 수업 자료를 보면 감히 그러지 못할 것이다. 고로 나는 앞으로 있을 쌍방향 수업도 누구보다 우리 교사들이 잘 정착해 내리라 생각한다.

선생님이 되고 나서 몇 년 뒤 고향집에 갔을 때 일이다. 우리집은 2층을 창고처럼 쓰고 있어서 2층에 갈 일이 전혀 없는데, 그날은 2층에 책 찾을 것이 있어서 아빠랑 둘이 올라갔었다. 그런데 2층 거실 중앙에 액자가 걸려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꿈이란 제목의 시는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하얀 도화지 위에 내 꿈을 그려본다. 재잘거리는 아이들과 그 속에 나, 나의 꿈은 선생님.>

내 기억에도 없었던 이 시는 아마 내가 중학교 때 문예행사에서 상을 받기 위해 지어낸 시였고, 그 시로 나는 큰 상을 받았던 기억이 났다. 아빠는 내가 선생님이 되고 나서 이 액자를 찾아 걸어두셨다고 하면서 딸은 꿈을 이루었네 하셨다.

꿈을 이룬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 교사로서 나의 삶은 자랑스러웠던 순간보다는 부끄러운 순간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그런 부끄러운 순간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 변해왔으며,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매일 조금씩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하루는 교사는 정말 좋은 직업이야, 교사하길 잘 했어, 아이들이 예뻐 했다가도 돌아서면 아, 힘들다, 그만하고 싶다, 그냥 애나 낳고 살까? 애들도 꼴보기 싫어 하기도 한다. 그때 그때 변하는 마음은 분명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초임 때 나와 지금은 나는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나는 분명 교사로서 인간으로서도 성장하고 발전해 왔다는 사실이다. 상 받으려고 쓴 시가 내 발목을 잡았어 라고 농담처럼 이야기 하고는 하지만 나는 교사가 되어 많은 것을 배웠다. 아마 교사가 되지 못했다면 나는 여전히 미성숙한채로 지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인생은 배움의 과정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매일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고 반성하고, 속상해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제의 나보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평생에 걸쳐 교사로서 노력하신 전병식 교수님처럼 교사로서도 어제보다는 나은 교사가 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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