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숙 교수, “법인카드로 룸살롱 간 고대교수들 엄벌” 쓴소리
조기숙 교수, “법인카드로 룸살롱 간 고대교수들 엄벌” 쓴소리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9.27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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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가 사회적으로 대우받는 것은 윤리적일 거라는 기대 때문"

다수 교수들 명예 훼손 막기 위해 봐주기식 솜방망이 처벌 안돼

조기숙 이화여대교수가 법인카드를 쪼개 룸살롱을 출입한 고대 교수들을 엄벌에 처해 줄 것을 요구했다.

조기숙 이화여대교수가 법인카드를 쪼개 룸살롱을 출입한 고대 교수들을 엄벌에 처해 줄 것을 요구했다.

[에두프레스 장재훈 기자] 여야를 가리지 않고 쓴소리를 해왔던 조기숙 이화여대교수(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26일 고대 교수들의 법인카드 룸살롱 사용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조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직업 윤리 저버린 교수, 자격 없다>란 제목의 글에서 고대 교수들이 식당을 가장한 강남 룸살롱에서 법인카드를 쪼개는 방식으로 사용한 것은 일반 교수들은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교수가 전문가로 대우받는 것은 전문가로서 윤리를 잘 지킬 것이라는 암묵적인 사회적합의가 바탕에 있는 것”이라며 “고대 교수들의 행위는 직업 윤리를 어긴 정도가 아니라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고대교수들의 일탈행위는 온정주의에서 벗어나 엄하게 처벌하는 게 다른 교수들의 명예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조 교수는 “솜방망이 처벌은 이런 일탈이 다수 교수들의 관행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남기게 될 우려가 있다”며 강력한 처벌을 거듭 요구했다.

앞서 고려대는 1905년 개교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종합감사에서는 총 38건의 지적사항이 나왔으며 중징계 24명을 포함해 모두 230명이 신분상 조치를 받았다. 행정상 조치도 22건에 달했다.

특히 이과정에서 고대 교수 13명은 서양음식점으로 위장한 서울 강남구 소재 유흥업소에서 1인당 많게는 86차례에 걸쳐 교내연구비 등 법인카드로 금액을 결제했다. 이들이 법인카드로 쓴 금액은 합계 6693만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2625만원은 교직원 9명이 지난 2016년 3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교내연구비카드와 행정용카드 등을 동일 시간대에 총 91회에 걸쳐 건당 2~4회 번갈아가면서 분할결제했다. 다음은 조교수의 페이스북 전문

<직업 윤리 저버린 교수, 자격 없다>

교수로 살면서 힘든 것 중 하나는 실력이나 가치관, 도덕성 면에서 극과 극의 교수들이 공존하다보니 누군가 잘못하면 도매금으로 욕을 먹는 것이다. 물론 나는 별로 게의치 않는다. 그런 잘못에 가담하지 않았으면 떳떳할 뿐 욕먹는 교수들에 대해 동질감을 일도 느끼지 않기에 도매금으로 욕먹는다고 불쾌할 건 없다고 생각한다. 코미디로 희화화한다고 직업군 전체가 발끈하는 일은 그만 보면 좋겠다.

교수로 살면서 가장 자괴감이 들었던 건 사람 구실을 못할 때이다. 엄마 노릇을 제대로 못했던 것은 물론이고, 친한 후배와 선배가 동시에 암투병을 하는데 마감일이 급한 논문을 쓰느라 차일 피일 미루다 작별인사도 못하고 보냈을 때에는 왜 사나 싶었다. 멀리서 보면 교수들이 적은 수업시간만 때우면 하는 일도 별로 없이 높은 사회적 지위를 누린다고 괘씸해할 수도 있고, 실제로 시간 강사 시절 나이든 교수들이 연구는 안하고 대낮에 맛집만 찾아다니는 걸 보며 원망의 마음을 갖기도 했었다.

<교수, 사람 구실 못하고 사는 직업군>

그런 교수들을 보며 나는 연구를 계속할 수 없는 나이가 되면 정년을 채우지 않고 은퇴를 택하리라 결심했었다. 내가 언제 은퇴를 하게 될지 늘 궁금했는데 몇 해전 대선을 치룬 후 건강이 급속히 나빠져서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다. 특정인을 지지하진 않았지만 이번엔 좋은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정말 죽을 힘을 다해 SNS와 팟캐스트에 책쓰기까지 했더니 연구를 지속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다행히 규칙적인 운동으로 건강을 되찾아 다시 연구를 재개했지만 사람 구실 못하는 건 여전하다. 

연구비가 풍족하면 내 지적 노동 시간을 줄이고 연구원들을 활용해 더 쉽게 연구를 할 수 있었겠지만 노무현정부 때에는 내가 이해충돌을 피하기 위해 연구비 신청을 아예 안했고, 이명박근혜 시절에는 정치적 이유 때문인지, 심사위원들의 친목질 때문인지, 내 실력 부족 때문인지는 몰라도 연구비를 받아본 적이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건강이 나빠서 큰 연구비 신청은 꿈도 꾸질 못했다. 연구비를 받으면 정산하는 게 더 복잡해서 연구에 드는 것 배로 스트레스를 받고, 조교에게도 미안해서 그냥 연구비 없이 내 몸으로 떼우는 게 낫다.

학술회의나 포럼 등 행사프로젝트는 해마다 해왔는데 그건 몇 개월이면 정산이 끝나서 비교적 돈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이 적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게 공공외교나 국제홍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현장에서 실무를 경험할 수 있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런 건 성과가 금방 드러나서 우리에게 맡기면 확실하다는 신뢰감을 줘서 그런지 꾸준히 의뢰가 들어온다.

<고대교수들의 일탈행위, 교수들 명예 위해 엄벌에 처하길>

그러나 프로젝트 자문회의나 회식 때 맥주만 한 두병 시켜도 연구처에서 이메일이 날아온다. 맥주값 환불하라고...ㅎㅎ 그래서 아예 술값은 내 개인카드로 별도로 결재하거나, 포도주를 사가지고 가서 술값이 법인카드로 결재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한다. 대부분 교수들은 나처럼 산다. 고대에 근무하는 남편은 나보다 더 고지식해서 학교 근처 식당이 아니면 법인카드 결재를 하지 않는다. 회의를 시내에서 할 수도 있고, 강남에서 할 수도 있는데 너무 하지 않냐고 해도 내키지 않는다며 개인 카드를 사용한다.

최근 고려대가 교육부 감사에서 식당을 가장한 강남 룸살롱에서 법인카드를 쪼개는 방식으로 사용했다 발각되었다는데 보통 교수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교수가 전문가로 대우받는 건 전문가로서의 윤리를 잘 지킬 것이라는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가 바탕에 있다. 이건 직업윤리를 어긴 정도가 아니라 불법이다. 다수 교수들의 명예를 훼손한 일탈행위는 온정주의에서 벗어나 엄하게 처벌하는 게 오히려 다른 교수들의 명예훼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솜방방이 처벌은 이런 일탈이 다수 교수들의 관행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남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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