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주의 사이다톡] "교장선생님, 교사는 혼낼 대상이 아닙니다"
[송은주의 사이다톡] "교장선생님, 교사는 혼낼 대상이 아닙니다"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0.09.18 23: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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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주 서울언주초교사
송은주 서울언주초교사
송은주 서울언주초교사

새 학기가 시작됐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 현장은 정신없지만, 그 와중에도 신규교사들은 발령을 받는다. 드디어 선생님이라는 부푼 기대와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약간의 두려움을 안고 현장에 나간다. 누군가에게는 다른 직장을 몇 년 다니고 온 N 번째 직장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첫 사회 생활이다.

경력 많은 선배들 사이에는 자신이 모르는 유대감이 흐르는 것 같고, 관리자 외에는 모두 교사라는 하나의 직위에 나이와 경력이 이렇게 천차만별인 구성원이 섞여 있는 조직문화는 아직 낯설다. 말은 수평적 구조인데 그다지 수평적이지 않음을 하루하루 온몸으로 느끼며 적응해 간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선배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심금을 울리고 진짜 사람을 울릴 때가 있다. 반대로 날 선 말 한마디가 사람을 울리는 정도를 넘어 성인으로서의 자존감까지 무너뜨릴 때가 있다. 날 선 말이 그냥 듣고 지나갈 정도가 아니라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을 때는 바로 관리자가 ‘혼낼 때’이다.

13년차 O는 동학년 신규교사가 너무 안쓰러웠다. 신규교사가 교장실에서 큰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신규교사는 발령을 받자마자 외부강사 초빙 관련 업무를 맡았다. 전임자가 진행했던 외부강사 초빙은 업무담당자로서 자신이 제대로 상황파악을 하기도 전에 일사천리로 흘러갔다.

이미 계약했던 업체와 이번에도 똑같이 이어지는 것이니 하던 대로 하면 된다는 선배의 조언을 받아 어찌어찌하여 진행했다. 그리고 교장선생님께 인사드리라는 업무계 부장님의 지시에 따라, 신규교사는 학교에 온 외부강사를 소개하러 함께 교장실에 갔다.

그다음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A교장이 자신과 상의도 없이 뽑았다고 외부강사 앞에서 신규교사에게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얼마나 소리를 크게 치고 어린아이 혼내듯 말을 쏟아냈는지, 교장실 밖에 있는 교무실 사람들이 다 듣고 놀랄 정도였다. 외부강사는 민망해서 어쩔 줄을 모르고 신규교사는 당혹스럽고 서러워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A 교장은 코로나 19로 외부인의 출입이 부담스러운 시기라는 점에서 외부 강사 초빙 자체를 걱정했던 걸까, 아니면 계약한 업체나 강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코로나 시국과 상관없이 예산이 집행되어야 했다는 상황을 생각하면 외부 강사 초빙 자체가 문제는 아닐 것이라는 게 이 상황을 알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A 교장은 정말 업체나 사람을 바꾸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어떤 사람을 뽑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자신과 나누지 않았다는 절차가 화가 났던 걸까.

이런 궁금증에서 알 수 있는 비극적인 사실은 이 일과 관련하여 신규교사는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는 희생을 치렀는데도 A 교장의 진짜 의도를 다른 사람들이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A 교장의 대응방식은 교사들에게 몰랐던 업무의 절차나 관료제에서 업무를 바라보는 관점을 새롭게 알려주지도, 자신의 진심을 알리지도 못한 채 관련자들에게 상처만 남겼다.

교사 O는 특히 이유가 어찌되었든 A교장이 신규교사를 ‘어린아이 혼내듯’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는 점, 그것도 외부강사가 있는 자리에서 그런 민망한 행위가 이루어졌다는 점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갑질이라는 표현을 아무 데나 함부로 쓰면 안 되지만 이게 갑질이 아니면 다른 예를 찾을 수가 없을 것 같다”고 교사 O는 말했다. 심지어 어린아이도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 앞에서 비인격적으로 혼내지는 않는다고. 또 외부강사는 얼마나 무시당했다고 생각하겠냐고.

실제로 A 교장에게는 불쾌한 의중과 업무처리 방식을 다른 식으로 표현하고 제안할 방법이 충분히 있었다. 생각의 표현 방법이 잘못되면 문제의 핵심은 원래 주제였던 절차나 업무적 오류가 아니라 사람의 됨됨이와 언행으로 옮겨 간다.

때때로 일부 관리자가 ‘혼내는’ 대상은 신규교사에 그치지 않는다. 나이나 경력이 적거나, 심지어 매우 드문 경우이지만 경력이 본인보다 더 많더라도 관리자가 아니라 교사이면 관리자라는 이름으로 인격적으로 상처를 주는 경우도 더러 있다.

7년 차 교사 S는 학생들 앞에서 B 교감에게 ‘혼났다’. B 교감은 특히 6학년 여학생들이 립스틱을 바르고 짧은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걸 싫어해서 6학년 담임교사들에게 “학생들의 복장 지도를 제대로 하라”며 여러 번 지적했다.

“교사가 제대로 하면 아이들의 복장이 달라진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6학년 담임교사들은 화장품, 옷차림 모두 가정의 협조가 필요한 일이기에 학교에서 지도하는 입장에서는 한계를 느끼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느 날 학급활동 때문에 복도에서 아이들과 서 있는데 B 교감과 마주쳤다. B 교감은 학생들 앞에서 교사 S에게 호통을 치며 말했다.“내가 애들 립스틱 못 바르게 하라고 그랬어, 안 그랬어!”

교사 S는 놀람과 동시에 화가 났다. 관리자가 교사에게 의중을 전달하는 표현이 이럴 수 있는 것인가. 그것도 학생들 앞에서. 이어진 B 교감의 말에서 교사 S는 분노를 넘어 황당하고 이제는 우습기까지 했다.

“봤지? 너희가 잘못하면 너희 선생님이 혼나는 거야!”

B 교감의 언행은 가장 본이 되어야 한다는 교사이자 관리자로서 여러 모순점을 담고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담임교사들에게 관리자로서 자신이 말한 걸 무조건 학생들에게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담임교사의 능력이다’고 생각하는 오개념이 있다.

학생들 앞에서 교사에게 존중 없는 말을 함으로써 학생들을 지도하겠다는 생각은, 모델링이라는 교육적 수단도 아니고 단지 학생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주어 학생들의 행동을 통제하려는 폭력이다.

아이들은 뭘 봤어야 했고 실제로 뭘 봤을까. ‘그랬어, 안 그랬어?’는 상대방에게 따지며 궁지에 모는 대화법으로써 어떤 인간관계에서든 지양해야 할 표현이다. 더불어 아무리 상급자라도 태도가 지나치게 고압적이고 불필요한 위세를 떨치려고 한다면 그 또한 품위가 없어 보인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어찌 보면 이런 식으로 교사와 학생을 대하는 관리자 또한 비인격적인 상명하복식 문화의 희생자다. 그러나 자신이 그랬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은 모멸감을 전염시키고 악습을 되풀이하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어른이 아이를 훈육할 때도 필요한 경우에만, 존중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적정선을 지켜서 해야 한다. 하물며 현장에서 함께 교육자로 사는 동료인 교사들에게 의견을 피력할 때는 어떠할까.

권리자의 권위는 교사들의 존경에서 나오고, 교사들의 존경심은 관리자의 언행이 키운다. 관리자가 진심으로 교사들을 동반자로 인정하고 존중하는지가 평소 언행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미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기억해야 한다. 권력이 권위를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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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이 2020-10-11 10:59:36
교사도 잘못하면 혼나는거지 뭔 ..... 그럼 학생도 다른 학생앞에서ㅡ혼내면 안되겟네요? 선생인권은 이렇게 소중하면서 참내. 신규교사던 뭐던 업무파악 빨리못해서 일못했으면 혼나는건 당연한거.. 어른은 안되고 학생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