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1·중1 매일등교, “교육적으론 꼭 필요한데...”
초1·중1 매일등교, “교육적으론 꼭 필요한데...”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9.18 12: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이냐 방역이냐 갈림길에선 매일등교 .. 교육부 선택은?

조희연 교육감이 16일 출입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초1-중1 매일등교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조희연 교육감이 16일 출입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초1-중1 매일등교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학생들의 기본 생활습관이 무너지고 있다. 학력보다 공동체 생활 습관을 익히고 친구들과 어울려 사회성을 기르도록 해야한다.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어린학생들은 매일 등교시키는 것은 위험하다. 학부모들이 요구한다고 무조건 학교에 떠 넘겨선 안된다. 교사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초1과 중1 매일등교 여부를 놓고 교육계가 고민에 빠졌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16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10월12일부터 초1과 중1은 학교 밀집도 기준에서 예외로 인정해줄 것을 교육부와 방역당국에 제안한다"라고 밝혔다.

초등학교 1학년은 전반적인 생활습관을 형성하고 중학교 1학년은 중등교육에 맞는 학습습관을 교육받는 시기라는 이유에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교사들은 대체로 초1·중1 매일등교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원격수업 이후 학력결손도 문제지만 학교라는 제도적 틀 속에서 규칙과 질서를 익히는 기본생활 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데 많은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초등학교는 심각하다는 말들이 많았다. 교사들은 학력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지만 정해진 시기에 익혀야할 기본습관과 사회성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학습태도와 생활역량을 기르는데 있어 1학년 과정은 굉장히 중요한데 지금과 같은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이들은 2학년, 3학년이 돼도 여전히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글을 읽고 쓰는 것도 결국은 의사소통을 위한 것이고 특히 친구들이나 선생님과의 의사소통은 매우 중요한 사회화 과정"이라면서 "이는 원격수업으로는 도저히 채워질 수 없는 영역"이라고 했다.

중학교도 상황은 엇비슷하다. 공동체 생활과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가장 우려했다. 한 중학교 교장은 “확진가 수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면 1학년 매일 등교를 적극 고려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학생들을 언제까지 이렇게 방치해야 하느냐”는 분위기가 우세하다고 전했다. “학교에 안나오면 아이들은 PC방이나 게임방 등으로 몰려간다. 방역이 웬만큼 잘 갖춰져 있어 학교가 오히려 더 안전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우선 초등학교는 면역력이 약한 1학년 등교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중학교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도하지만 학교만 오면 잘 지켜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또 교사라고 해서 코로나로부터 안전한 것도 아니다 보니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많다. 기저질환이 있거나 임산부 등은 더 심하다.

이뿐 아니다. 만에 하나 확진자가 나올 경우 책임 문제도 뒤따른다. 교육당국은 불가항력적 상황이라는 점을 들어 문책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교사들은 여전히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초1 중1 매일 등교에 대해 교육부는 좀더 지켜보자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교육부 고위관계자는 17일 비공개브리핑에서 "추석 연휴가 지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봐야 한다"며 유보 입장을 나타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도 마찬가지. 정은경 본부장은 이날 "이동량이 많아지는 추석 연휴가 2주 앞으로 다가와 위기감이 더 높아지고 있다"며 "명절 대이동으로 전국에 코로나19 유행이 확산할 수 있는, 위험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초1·중1 매일 등교는 방역이냐, 교육이냐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 셈이다. 

이와 관련, 조상식 동국대 교수는 “대학들도 원격수업이 길어지면서 신입생들에 대한 학생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감염병 예방이 최우선이기는 하지만 초1과 중1은 전환기 적응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매일등교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