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교육학①- 박지언] "선생님들이 놀고 있다고요?"
[발칙한 교육학①- 박지언] "선생님들이 놀고 있다고요?"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9.17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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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지언 서울가주초 교사
박지언 서울아주초 교사
박지언 서울가주초 교사

몇 년 전부터 교육대학교에서는, 그리고 신규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수에서는 미래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줄기차게 나왔다.

바뀌게 될 학교의 모습과 교육의 방식, 그리고 교사의 역할. 하지만 그 앞에서 설명하신 어느 누구도 이렇게 빨리, 급격하게 새로운 교육의 국면을 맞이할 줄은 몰랐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자기 맞이하게 된 원격 수업을 진행하며 20대 신규 교사의 입장에서 느낀 불편과 나름의 대처 방법들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불편은 학생들의 과제를 보고 즉각적인 피드백 및 교정이 힘들다는 것이다.

교사의 정보 전달은 영상이나 사진을 통해 이전 등교 개학과 비슷한 수준, 혹은 더 효과적인 수준으로 이루어질지언정 학생들이 과연 그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피드백이 힘들다.

실시간 피드백을 위해서는 학생들의 실시간 발표가 필요한데, 이를 담아낼 수 있는 통로가 다각화되지 못하다. 예를 들어 어린 학생들의 경우에는 타자 속도가 느려 채팅을 통한 실시간 소통이 힘들고, 글짓기 과제 등은 등교 개학을 하는 날 몰아서 가져오는 식으로 진행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손 근육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초등 저학년 학생들에게 글쓰기 대신에 타자 연습만을 주야장천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고 교육적 도구에 충분한 투자와 개발이 이루어져서 이런 방법에 대한 보완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예를 들어 컴퓨터 안에 내장된 카메라 앞에 종이나 교과서를 가져다 대면 자동으로 스캔이 이루어지는 기기나, 학생들의 목소리를 인식해서 목소리에 맞게 자동으로 타이핑이 되는 타자기 등 말이다. 이 두 가지는 이미 스마트폰으로는 가능한 기능들인 만큼 충분히 현실화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갑작스러운 상황이지만 선생님들은 내실 있는 교육을 위해 열정과 패기로 고군분투 하고 있다.

교과서에 실린 평균대, 뜀틀, 축구와 족구 등 경기 대신 집에서 혼자, 생활 속 도구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즐거운 생활 체육 종목을 연구하기도 하고, 학생들의 흥미를 위해 직접 각 곳을 다니며 현장의 사진을 찍고 영상으로 만들기도 한다.

크리에이터의 꿈이 전무 했던 선생님들이 둘 영상 편집, 인공 지능 보이스를 활용한 영상 더빙 등 편집 기술을 배워서 교과서 내용을 영상으로 만드는 걸 보면 존경심도 든다.

EBS 등 질 좋은 교육 콘텐츠가 있지만 교사들이 영상을 직접 만들고 참여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우리 반 선생님’에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여러 영상 제작에 참여를 하고 있는데 이런 과정에서 교육부의 지원이 아쉬웠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교과서 내용을 바탕으로 콘텐츠 제작을 할 때 저작권 때문에 애를 먹은 적이 있다. 교육부 차원에서 교육 관련 콘텐츠 제작을 조건부로 교과서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면 좋겠다.

요즘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은 원격 수업을 들으며 약해진 ‘우리 반’ 에 대한 공동체 의식과 소속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법들이다. 유튜버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의 구독층을 대상으로 애칭을 붙이고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통한 생활 공유를 통해 소통을 늘려 애착을 만든다.

이를 참고해서 학급 운영에 적용해보고자 한다. 나의 목표는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고민 상담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비록 아직은 미숙하고 불완전하지만 끊임없는 성찰과 노력을 기울인다면 언젠가는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발칙한 교육학’은 현장 선생님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교육정책부터 교실이야기 까지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보내주시면 정성껏 싣겠습니다. 보내실곳 edupress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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