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교사를 설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독자기고] 교사를 설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9.16 2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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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재학 인천 세원고등학교 교감
전재학 인천 세원고교감
전재학 인천 세원고교감

아이와 어른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것은 한 마디로 설렘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아닐까? 아이는 주변의 대상이 무엇이든 자신에게 다가서는 모든 것을 설렘의 대상으로 느낀다. 그러나 어른은 자기 주변의 모든 것에 대부분 시큰둥하다. 소위 호기심을 상실한 채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렘이 없는 삶은 이미 삶의 재미와 의미를 상실한 채 버티기의 극치를 보여주는 죽음의 전초전으로 지극히 불행한 시간이 될 것이다. 호기심에 눈빛이 반짝거리고 모든 것에 관심이 집중되는 어린 아이를 보라. 그들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해 보이는가? 그래서 사람들은 ‘어린이는 어른의 고향’이라고 말한 것인가?

교사에게도 이런 설렘이 있을까? 교육부에서 쏟아내는 잡다한 정책들이 교사에게 설렘이 될 수 있을까? 외국의 우수 사례가 교사에게 설렘이 될 수 있을까? 새로운 교육 이론이 설렘이 될 수 있을까? 한 마디로 이런 것에서 설렘을 느끼는 교사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왜 그럴까? 자본주의와 관료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학교 문화에서 새로운 것은 설렘이 아닌 귀찮은 것이 되어 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새로운 것은 교사에게 ‘이곳’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이 될 수 없고, 교사들을 귀찮게 하는 ‘저 높은 곳’에서 내려온 문서일 뿐이다. 교사의 욕구를 외면해 온 획일적 교육정책이 변화를 거부하는 수동적인 교사 문화와 만나면, 학교엔 설렘이 발 디딜 공간이 없다. 김희동은 《작은 학교가 아름답다》에서 이러한 총체적 난국을 ‘썩은 물웅덩이’라고 표현했다.

불행히도 현재 대한민국은 새로운 교육정책을 보고 설렘과 흥분을 느끼는 교사는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설렘의 상실’은 교사들이 더욱 승진에 목을 매도록 촉진한다. 의미와 설렘이 사라진 교사에게 승진은 썩은 물웅덩이에서 탈출하는 완벽한 도피수단이기 때문이다. 왜냐면 지금의 교원정책은 학교 문화의 본질적인 개선과 교사의 질적 성장과 같은 큰 그림에는 관심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힘들어도 조금만 더 비티고 점수를 모으면 다시 교사로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라는 약속을 하고 있다. 실제로 버티기 한 판으로 살아가는 교사들에게 승진을 원하는 이유를 물으면 “더 이상 교사로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라고 대답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말은 교사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일단 승진을 하면 더 이상 교사로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모두가 인정하고 있음을 중명하는 것이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이 요즘 교육계는 ‘교장 공모제’에 이어 ‘교감 공모제’가 논의의 초점이다.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는 그 이면에는 바로 현행 승진 제도가 일단 승진하면 교사로 영영 돌아오지 않는 도피 수단으로 머물기 때문이다. 우선 겉으로 내세우는 근본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이런 현상을 예방하자는 차원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바람직한 학교 문화를 창조할 수 있다. 비록 그것이 우리의 현행 교사 문화를 어느 정도 충실하게 반영할 지를 예측하는 것은 차치하고 말이다. 승진이 교사로 돌아오지 않는 도피 수단으로 머무는 한, 학교는 교사들이 서로 협력하는 교육 공동체로 거듭나기 어렵다. 이에 필자는 궁극적으로 교사의 삶은 승진 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자유인의 삶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경계를 넘나드는 삶은 우리에게 불안감을 가져다줄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이라는 괴물은 우리에게 처음에 주었던 ‘설렘’을 빼앗아 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내부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이른바 삶의 방향에 대해서 숙고하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그러려면 자신의 길을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교사는 아이들에게 과거의 프레임에 안주하지 말고 자기만의 이질성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차별화된 삶을 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교사의 본업인 수업이 교사가 자신만의 의미를 창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영역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내면의 기준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타인에 의해 정해진 길만이 바른 길은 아니다. 자신이 진정 걸어야 할 길을 찾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설렘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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