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 칼럼] 포스트코로나 교육, 스마트펜 시대 오나?
[에듀테크 칼럼] 포스트코로나 교육, 스마트펜 시대 오나?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0.09.13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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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영만 전, 경기고 교장/교육부 학교정책기획국장/EBS상임감사
이영만 전 경기고 교장/EBS상임감사
이영만 전 경기고 교장/EBS상임감사

정치적 혁명은 현란한 깃발과 함께 흔히 유혈충돌을 동반하며 요란한 방식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일상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기술 혁명은 처음에는 누구도 쉽게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조용히 다가온다.

효율적인 게임기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했던 PC가 그렇고 기껏해야 장난감이나 될까 했던 전화기의 발명이 그렇다. 미국방성에서 전문기관간 내부연결망을 개설했을 때 연락병 몇 명 줄이려고 그 많은 장비와 돈을 투자하는가라는 비아냥을 받으며 탄생한 인터넷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어떤 변화가 조용히, 도둑처럼 다가와 학교의 일상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킬까? 비대면 수업이 일반화될까? 출결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학교 급식은? 학교교육과정의 전반적 재편은?

나는 다른 건 몰라도 교수-학습자간 지식 전달 체계 방식에 전반적 변화가 올 것으로 확신한다. 그 중에서도 지식 전달의 매개체로서 펜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볼펜에서 스마트펜으로의 transition & shift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한다.

펜의 역사, 그리고 스마트 펜

칠판으로 대변되는 지식매개의 장에서 교사는 백묵으로 전달하고 학생은 볼펜으로 받아 적었다. 석기 시대에 그날 잡은 동물의 숫자를 동굴벽에 기록하던 숯검정(4만년 전 벽화도 있다!)이 진화하여 백묵이 되고 연필이 되었다면 지나친 일반화일까?

아무튼 수천년간 큰 변화 없이 지속된 백묵-칠판-펜을 사용하는 교수-학습 방식이 최근 IT에 기반한 에듀테크의 발달로 진화를 거듭하다가 코로나19를 계기로 혁명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교사는 동영상 수업자료를 제작하고 있고 학생들은 볼펜 대신 스마트펜을 사용하기 시작하고 있다.

IT시대 들어 펜의 새로운 진화는 유아교육에서 단초가 열렸다. 그림책에서 동물 모양에 펜을 대면 그 동물의 소리가 나는 소리펜이 펜의 전통적 개념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펜이 단지 글을 받아 적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의 수용 방식을 다양화하고 정보량을 늘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이어 .태블릿과 함께 쓰는 스타일러스 등 다양한 전자펜이 등장하였다. 전자펜은 개인이 생산하는 텍스트화된 지식을 컴퓨터에 바로 저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장치임에 틀림없다.

전자펜이나 전자노트의 등장으로 종이에 적는 기록물은 역사적 유물로 퇴장하는 듯했다. 이러한 추세에 얼마나 큰 위기를 느꼈으면 세계 최고 품질의 필기구를 생산하는 독일의 M사도 만년필과 함께 종이밑에 패드를 대고 작성한 문서를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보내는 장치를 출시했겠는가? 이러한 일련의 장치는 종이와 펜, 그리고 컴퓨터를 통합적으로 연결시키는 수준까지 발전하지는 못하였다. 패드와 같은 보조장치가 있어야만 정보 입력이 제한적으로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에듀테크 산업 발전이 눈부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스마트 펜의 진화도 그만큼 빠르다.

에듀테크 산업 발전이 눈부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스마트 펜의 진화도 그만큼 빠르다.

스마트펜은 이러한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면서 등장하였다. 종이에 자연스럽게 필기하는 자료가 컴퓨터에 동시 입력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획기적 장치의 원천 기술은 우리나라의 기업에 의해 개발되었다. 국내 에듀테크 기업인 N사가 개발 출시한 네오 스마트펜은 다양한 부가기능을 장착하여 스마트펜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네오 스마트펜은 종이에 필기한 내용을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전송할 수 있고 텍스트로 전환이 가능하며 저장된 정보의 검색도 할 수 있다. 노트 몇 권 분량의 필기를 볼펜 만한 스마트펜에 저장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영어 교재에서 단어를 터치하면 단어의 의미와 예문 등 관련 정보를 바로 열어 볼 수 있다. 교사와 학생이 인쇄된 문제지를 컴퓨터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같이 풀어볼 수 있고 동영상이나 텍스트 자료를 손쉽게 편집 가공할 수도 있다.

그 많은 빨간펜은 어디로 갔나?

스마트펜의 효용을 처음으로 주목한 사람들은 효율성을 중시하는 민간기업이었다. 이탈리아의 세계적 문구류 생산업체인 M사는 우리나라의 네오 스마트펜을 다이어리에 장착하여 전 세계로 출시하였다. 여기까지만 해도 스마트펜은 종이에 필기하는 아날로그적 방식을 디지털 방식의 컴퓨터에 연결해주는 과도기적 매개체에 불과할 것으로 보였다.

빨간펜으로 유명한 방문교습 기업인 G사가 빨간펜을 네오 스마트펜으로 대체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교육 부문에서 유용성이 입증되기 시작한 것이다. 빨간펜은 전통적으로 학생의 학습결과를 평가하고 오류를 정정하는, 다분히 교사 위주의 권위적 통제와 훈육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스마트펜을 활용하여 교사와 학습자가 실시간으로 비대면 상태에서도 마치 방문 과외교사가 바로 옆에서 하듯 문제를 같이 풀고 언제든지 소통하고, 질문과 답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해 방문교습이 불가능해지면서 이러한 방식은 교사와 학습자 모두의 만족도를 배가시키면서 학원교습 금지와 맞물려 오히려 수강생이 늘어나는 위력을 발휘하였다.

이어 온라인 교육업체인 M사가 중학생을 대상으로 스마트펜을 활용한 스마트교육 프로그램을 출시하면서 민간 사교육 부문에서 스마트펜을 활용한 교육이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펜으로 교재의 문항번호를 터치하면 필요한 개념설명과 관련된 예시문제를 열어볼 수 있다. 영어 단어와 숙어를 바로 찾아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관련된 풍부한 예문과 유사문제를 접할 수 있다.

한 권의 교재로 여러 권을 공부할 수 있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검색기능을 활용하여 온라인 강의를 듣다가 수시로 관심있는 단어나 내용을 추출하여 반복학습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수강생들의 관심을 끄는 기능은 질문하기를 통하여 수학문제 등을 노트에 필기하는 식으로 적어서 유명강사(소위 일타강사)에게 질문하고 해당강사의 답을 받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앱을 통해 다음에 학습해야 할 내용들을 추천 받을 수도 있다.

제작하는 출판사들도 앞으로 스마트펜을 활용한 교재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출판사 중에는 스마트펜 기능을 교과서에 탑재하는 것이 가능한 지 여부를 최근 교육부에 질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장 교과서에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관련 참고서나 학습자료에는 가능한 것으로 보고 준비하는 출판사도 있다.

백묵 대신 스마트펜을 든 교사?

유명 강사의 일방적이고 현란한 강의의 흐름에 맞추어 지식을 수동적이고 기계적으로 수용하던 온라인 강의에 스마트펜이 접목됨으로써 학습자는 보다 능동적으로 자신의 지식 수준과 흥미, 진도에 맞게 지식을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자유롭게 검색하고 복습할 수 있게 되었다. 스스로 학습하는 과정에서 모르는 문제를 24시간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자율적 학습을 위한 중요한 도구를 확보한 셈이다. 방문학습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실시간 상호 교수-학습이 가능하다는 점도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스마트펜은 학습자의 입장을 고려한, 학습자 주권의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M사의 경우 연인원 백만명 이상의 초중학생이, G사도 그에 못지 않은 초등학생들이 수강했다고 광고를 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예상한 숫자 이상으로 많은 학생들이 스마트펜에 익숙한 학습자인 셈이다. 학생들은 스마트펜을 활용하여 지식을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자신에게 맞춤형으로 재구성하며 공유와 질문, 확산을 손쉽게 하는 세대로 성장하고 있다.

스마트 펜을 이용한 동영상 수업이 가능해져 원격수업 등에 도움을 줄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스마트 펜을 이용한 동영상 수업이 가능해져 원격수업 등에 도움을 줄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면 교사는 어떻게 대응하여야 하나? 교사들도 모두 칠판을 버리고 스마트펜을 들어야 하나? 물론 그렇지는 않다. 그러나 민간 부문에서 활용되고 있는 스마트 교육의 장점을 교육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단계인 것은 분명하다.

스마트펜은 교사의 동영상 자료의 제작을 용이하게 한다. 스마트펜이 포함된 스마트클래스키트는 별다른 영상장비나 편집기술이 없이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동영상 강의를 하고 동영상 강의자료를 제작하는 것이 가능하게 한다. 전자칠판을 활용하면 이렇게 제작된 강의자료를 토대로 각 학생들의 문제풀이와 답변내용을 실시간으로 띄워가며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학습 부진아 등을 대상으로 하는 1:1 혹은 소수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비대면 수업에서 교사와 학생이 같이 문제를 풀고 토의하며 결과를 통계처리하는 방식도 매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다못해 아이들의 면담 자료도 스마트펜을 활용하면 수첩의 내용이 작성 일자, 순서 데이타와 함께 저장됨으로써 상담지도의 흐름과 근거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스마트펜을 활용하는 교육은 아직 시작 단계에 있기 때문에 교사들의 창의적 접목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활용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펜을 활용하는 교육의 미래

코로나19의 예기치 않은 급습은 미래 교육의 시계바늘을 성큼 코앞으로 당겨 왔다. 우리가 예상한 것 이상의 변화가 학교의 일상을 지배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펜을 활용한 교육에 국한하여 논의를 전개하였지만 스마트펜 세대의 등장은 나비의 날개짓이 태풍을 불러일으키는 이상으로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가까운 미래에 이 세상의 모든 학습자가 학교에서 제공되는 지식을 선별, 선택하고 재구성하며 스스로 창출해 나가는 과정에 AI가 개입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 아마 학교 교육과정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지식체계가 형성될 것이다. 아이들은 학교 교육과정을 넘어 자신들이 익숙한 지식 체계 속에서 학습하고자 할 것이다.

일련의 흐름에서 교사들은 집단지성을 발휘하여 지식의 형식을 부여하고 윤리성을 강화하며 공동선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통제자의 역할을 하여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스마트펜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에듀테크의 등장이 예고된 상황에서 학습자와 교사가 단절되지 말고 더불어 교수-학습 과정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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