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프레스 눈] 지금이 미래교육 타령할 때인가?
[에듀프레스 눈] 지금이 미래교육 타령할 때인가?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9.10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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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종식되면 학교는 정상화 될수 있을까? 텅빈교실, 교사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학교는 정상화 될수 있을까? 텅빈교실, 교사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코로나 이후가 더 걱정입니다. 과연 학교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까요?” 며칠 전 만난 한 교육학과 교수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다행히 코로나가 가라앉아 전면 등교수업이 이뤄진다고 가정할 때 학교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3월 이후 개학연기와 원격수업이 진행되면서 학생들의 생활이 완전히 무너진 경우가 많아 이들이 학교에 적응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학습부진 학생들의 학력 저하는 이미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 하루종일 붙잡고 앉아 가르쳐도 힘들던 학생들이 통제권 밖으로 벗어나 이제는 손쓸 길이 없다. 한 교육전문직은 "지금의 '코로나 교육격차'가 평생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그것이 가장 두렵다"고 했다. 

규칙적인 일상이 무너지면서 생활습관도 엉망이 됐다. 아침조회에 잠깐 얼굴을 비치곤 종일 뭘하는 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학교급식이 유일한 한끼였던 아이들에게 지금은 최악이다.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그마나도 없으면 굷는다. 부모 모두 일자리를 잃어 실직상태라면 말할 것도 없다.

그뿐인가. 예전엔 체육시간에 강제로 운동이라고 했는데 이젠 그마저도 못한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니 집단생활을 통해 습득하던 사회성 발달도 기대하기 힘들다. 신체적 정신적 결핍에 시달린 학생들의 학교부적응이 우려되는 것은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실제 일본의 경우 코로나 후유증으로 ‘등교거부’ 하는 학생이 10만여 명이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코로나 이후가 더 걱정이라는 한 대학교수의 고민이 그냥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도권 학교 전면 원격수업은 오는 20일까지 예정돼 있다. 더 연장될지 종식될지 짐작하기 어렵지만 어떤 경우이건 긴급대책이 필요하다.

만약 원격수업을 연장한다면 지금처럼 방치해 둘 것인가. 언제까지 가정에 모든 것을 맡겨놓을 것인가. 자녀 혼자 집에 두고 출근하는 부모들은 속이 터진다. 자녀가 어리다면, 봐줄 친척하나 없다면 가슴이 찢어진다. 코로나 상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 이틀도 아니고 버틸 재간이 없다.

교사들은 또 어떤가. 반복되는 원격수업과 등교수업, 발열 체크, 거리 두기 급식에 긴급돌봄까지 종일 사력을 다해 일해보지만 노고를 알아주는 곳은 많지 않다.

하윤수 교총회장은 현장교사들과 가진 화상 대담에서 “교육 당국은 언제까지 학교현장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교사들의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할 것이냐”며 개탄했다.

그런데도 교육 당국은 원격수업 타령이다. 쌍방향 수업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양 큰소리친다. 교육부는 그린스마트스크쿨이니 뉴노멀교육이니 하는 장밋빛 청사진만 늘어놓는다.

더 가관인 것은 10일 내놓은 교육부 보도자료. 교육부는 이날 ‘적극행정으로 코로나 19 위기에 대응하고 미래교육 혁신을 꿈꾼다’는 제목의 언론 배포자료에서 “한국형 원격수업 체제를 마련하고 학교 방역 등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있으며 온오프라인 융합교육을 통해 미래교육을 준비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우수사례까지 제시하면서 홍보에 열을 올렸다.

서울시교육청도 거들었다. 지난 31일 ‘뉴노멀 시대, 현장에서 미래교육을 디자인하다’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미래교육과 블랜디드러닝, 에듀테크 등이 주된 내용이다.

물론 중요한 담론이다. 그러나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수습하는 것이 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한 교사는 “지금 이게 시급한가. 당장 학교도 못가고 온라인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검토조차 없이 20여년 전 미국에서 유행한 교수법을 만능인양 발표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혀를 찼다.

도대체 뭐 하는 곳인지 알 수 없는 국가교육회의는 또 어떤가. 코로나로 학교교육이 반신불수나 다름없는 상황인데 교원양성체제 개편한다며 전국을 돌아다닌다.

11~12월 쯤 기본 계획을 발표한다고 하는 데 문재인 정부에서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다. 교육계에서는 이미 교·사대 통폐합으로 방향을 정해놓고 여론 수렴 모양새 만들기에 나섰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정책의 성패는 사각지대를 얼마나 없애느냐에 달려있다. 정부의 성패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거대담론과 장밋빛 청사진이 필요한 게 아니다. 3년 넘게 교육혁신한다며 야단법석을 피웠지만 코로나 앞에서 6개월째 속수무책이다.

교육당국이 이 모양이니 학교에서 ‘막걸리 술판’ 벌여 교사들 얼굴에 먹칠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닌가. 그래도 그들은 부끄러워하지 않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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