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기고] 동일화를 추구하는 학교, 차별화를 모색하는 학교
[독자 기고] 동일화를 추구하는 학교, 차별화를 모색하는 학교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9.10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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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재학 인천세원고등학교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교감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이는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말이다.

서두에서 이 말을 꺼냄으로써 국가나 기업의 전략적인 필요성에 의해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탓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오스카상 4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인인 봉준호 감독은 자신이 속한 문화의 틀 안에서 인간을 관찰하면서 그 이면에 대해 더욱 면밀하게 바라봄으로써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빈부격차’라는 소재로 세계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영화를 창작했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속의 ‘한국적 요소’는 문화의 선을 또렷하게 나타내면서도 가장 효과적으로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인 사랑, 희망, 분노, 좌절, 연민, 우정 등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증표가 되었다.

인류는 지난 수천만 년간, 효율성과 생존을 위해 필연적으로 ‘동일화’라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동일화에 대한 선호는 지금까지의 인간에게는 본능에 가까운 생존 습관과도 같은 것이다.

수렵채집사회에서 농경사회로의 변화에서 대규모의 노동력이 필요했고 집단생활은 불가피했다. 그래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을 동일한 생활양식과 가치관으로 한데 묶어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사회는 급격한 변화의 물결을 타면서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인해 대량생산의 시대가 열렸다. 이후 증기기관차가 영국에서 최초로 상용화되면서 전 세계로 확산되고 교역이 활발해지고 사람의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다양한 문화들이 어우러지고 보편적인 문화가 형성되었다.

약 300년 동안 이런 변화와 진보의 과정 속에서 인류 최초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현실과 마주침으로써 생존을 위한 전략이 동일성에서 차별성으로 전환되는 변곡점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다양한 공급과잉 속에서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여기서 생산자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상품이 더 나은 것이라는 광고를 시작하고 다른 상품보다 다름의 차원을 강조하거나 나아가 더 가치 있는 상품이라는 것을 주장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최종적으로 소비자를 위한 상품이라는 의사 전략으로 개인의 취향을 분석해 적절한 정보를 추천해 주는 큐레이션(Curation)과 개인화를 말하는 현재의 단계까지 오게 되었다.

결국 동일화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어쩔 수 없는 생존본능이었다면, 이제는 차별화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 것이다. 수렵사회와 농경사회의 미덕이었던 동일화의 본능이 현재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작동되는 차별화의 세상으로 바뀌었다. 그럼으로써 본능을 거슬러 차별화로 향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문화가 살아남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화의 흐름과 견주어 우리의 학교 현실을 보자.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집단답게 학교는 여전히 과거의 습관에 충실히 따르려는 본능과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학교 구성원들은 보편적으로 변화를 꺼리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왜냐면 교사는 지금까지 축적된 노하우에 익숙하고 여기에 의존하면 편리하고 안정되게 지낼 수 있다는 인식이 타 직종에 비해서 강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1교시, 2교시 수업을 한 다음 5교시에 동일한 수업을 반복할 때 얼마나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는가? 문제는 이런 전통적인 학교의 학생들의 모습이다. 그들은 과거의 관례대로 냉혹한 경쟁교육에 의한 각자도생을 추구하면서 자신만의 성공을 위한 이기심이 난무하고 배워서 타인을 지배하려는 욕망으로 성장한다.

왜냐하면 이런 식으로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삶과 유리된 고진감래 교육으로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또한 교사와 학생의 유대가 형식적이어서 학생은 많으나 진정한 학생이 없고, 교사는 많으나 진정한 스승은 존재하지 않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나 시대 변화의 흐름은 이런 학교에도 똑같이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 40년 이상 된 노후화된 건물이 주된 학교는 최근에 시설 공간‧혁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 지원이기 때문에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교직원의 의견수렴을 하고 이를 사업 실행의 근거로 삼도록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문제는 교직원의 동의를 절반 이상 얻기가 쉽지 않다. 즉, 이러한 교육사업을 하면서 필연적으로 극복해야 할 도전과 시도를 직접 마주하길 꺼려하 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저항하기도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한 마디로 익숙함으로부터의 변화를 꺼리는 관성 때문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일상적인 수업과 업무가 많아 여기에 신경 쓸 겨를이 없고 또 시간을 빼앗겨 학생 지도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를 내세운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그러나 이것은 피상적인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좋은 교육환경을 구축하려면 누군가는 자신의 시간과 노력, 열정을 바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은 그 누군가가 자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처음부터 본능적으로 업무를 거부하는 것이다. 익숙함의 매너리즘에 빠져 꼼짝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래서 혹시라도 관리자와 몇몇 보직교사 위주로 진행하여 전 직원의 의견 수렴 절차를 생략하기라도 하면 상상 이상의 저항이 뒤따르고 구성원 내부의 갈등과 반목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나중에 이를 극복하기엔 많은 애로사항이 뒤따른다. 물론 이것은 과거의 방식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사업을 추진하던 경우와 비교하여 하나의 예시로 언급한 것이다.

그만큼 학교 구성원들 간에 존재하는 매너리즘으로부터의 탈출은 현재 학교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딜레마다. 결국 누군가 희생적으로 발 벗고 나서 주도하지 않는 한 큰 변화를 모색하기가 힘들다. 현재 각급 학교에서 이 업무를 맞아 추진하는 보직교사는 일당백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상당수의 학교에선 타교와의 차별화를 위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각종 혁신학교를 지향하면서 교육의 혁신을 추구하는 학교들이 늘고 있다. 비로소 새로운 희망이 싹트고 혈액순환이 제대로 돌기 시작한다. 예컨대 각종 행복배움학교, 행복나눔학교, 행복마을학교, 행복학교 등의 활성화가 그것이다.

이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공동체의 목표를 추구하면서 보다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생활하는 교육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엔 선도하는 교사들의 깨어있는 의식이 돋보인다. 이것이 차별성을 모색하는 학교의 가장 획기적인 변화다.

옛말에 고인 물은 썩는다고 했다. 교사의 의식은 흐르는 강물처럼 개인 성장을 위한 부단한 연수와 자기 계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성공하는 학교는 엇비슷하지만 실패하는 학교는 이유가 제각각이다’는 반성과 성찰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는 톨스토이의 명작 ‘안나카레니나’에서 말하는 행복한 가정과 불행한 가정의 척도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즐겁게 배우고 행복하게 생활하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다. 무색무취의 개성 없이 동일화를 추구하는 과거의 학교는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 그러려면 과거의 익숙한 경쟁 교육이 아닌 배려와 나눔, 그리고 존중하는 정신이 온 구성원 간에 널리 공유되어야 한다.

아울러 교육은 교사의 수준을 능가할 수 없듯이 교사의 전문성 향상이 폭넓게 진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교사로서의 자부심을 고양시켜야 한다. 차별화를 시도하는 학교는 교육과정 편성에 교사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고 관리자의 투철한 교육철학이 있고 국가의 지속적인 지원이 있다.

또한 교사들의 자율성을 한층 강화하여 누구나 자기 교육 방식에 성취감을 느끼며 교육활동의 만족과 보람을 얻을 수 있다. 학생들은 자유롭게 생각하고 교과 선택을 함으로써 자신의 진로와 적성, 꿈과 끼를 키우고 성장할 수 있다. 이것이 차별성을 모색하는 학교의 모습이다. 이제 어떤 학교를 지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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