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대책 마련해 달라" 방과후강사노조, 유은혜 장관에 호소 편지 전달
"생계대책 마련해 달라" 방과후강사노조, 유은혜 장관에 호소 편지 전달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9.09 23:02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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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강사노조 조합원들이 유은혜교육부장관에게 보낸 손편지 일부.
방과후강사노조 조합원들이 유은혜교육부장관에게 보낸 손편지 일부.

[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방과후강사노동조합은 9일 유은혜 교육부장관에게 ‘방과후학교의 발전과 방과후강사들의 생계 대책을 세우고 대화에 나서라’는 내용의 호소 편지를 보냈다.

김경희 방과후강사노조 위원장과 조합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전국 12만 방과후학교 강사들이 생계에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이들은 유 장관에게 보낸 호소편지에서 ▶ 개학 후 방과후학교 운영에 대한 일괄적인 지침 내릴 것 ▶ 방과후학교에 대한 차별적인 운영 중지 ▶ 생계대책을 조속히 마련, 시행 ▶ 교육부장관이 방과후학교 강사들과 조속히 대화에 나설 것 등을 요구했다.

다음은 김경희 위원장이 유은혜 교육부장관에게 보낸 편지글 전문이다.

유은혜 교육부장관님께

너무도 길게 느껴지는 여름 무더위가 이제 태풍에 밀려서 가을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지금 쯤이면 전국의 방과후강사들은 2학기 개강으로 한참 분주했을 것입니다. 교구와 교재를 주문하고 학교에 제출할 서류를 작성하느라 정신이 없는 그런 날이었겠죠? 그러나 12만 방과후강사들은 문자 하나 없는 학교로부터 혹시라도 수업 운영에 대한 연락이 오는지 애타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유은혜장관님,

방과후학교는 특기적성으로 시작하면 25년이 넘게 운영해 온 학교 교육의 일환입니다. 방과후강사라는 직종은 우리들이 요구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만든 직종입니다. 그런데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익자 부담이라는 이유로 이번 코로나로 인해 8개월 동안 수입이 0이 되어도 교육부는 책임이 없다고 합니다. 수익자 부담이 아닌 농어촌강사나 특수학교 방과후강사들은 교육청과 계약을 맺고 이미 예산이 잡혀 있지만, 교육부는 강사료를 전혀 보전하지 않습니다. 수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8개월 동안 다른 일을 하지 않고, 학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직 수업할 날을 기다렸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방역을 철저히 지켜 왔습니다. 지금까지 방과후강사들이 확진된 사례가 없는 것을 봐도 잘 알 수가 있습니다.

저희 방과후강사 중에는 어린 세 아이와 암에 걸린 부인의 가장으로 살아가는 분이 있습니다. 이 강사님은 혼자서 세 아이를 양육하며 밤에는 부인 병간호를 합니다. 그런 틈틈이 지난 7월, 교육청 집회의 피켓팅에 참여했습니다. 아이들을 맡길 때가 없어서 차 안에 아이를 남겨두고 본인은 정말 절박한 심정으로 피켓팅에 참여했습니다.

오늘 저는 강사님의 부고장을 받았습니다. 방과후 수업이 속히 재개되어 아이들에게 돌아가고 싶어하던 강사님이었습니다. 그렇게 수업하기를 기다리던 강사님은 그

소망을 이루지 못 하고 결국 눈을 감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더욱 슬프고 아픈 날이었습니다.

어느 강사님은 작년에 이혼하고 홀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다고 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서 죽을 지도 모르겠다며 저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맞습니다. 코로나로 죽으나 굶어 죽으나 죽기는 매한 가지입니다. 이런 상태로 계속 간다면 코로나로 죽기 보다는 굶어 죽을 가능성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이 와도 교육부는 저희 방과후강사들을 수익자 부담이라, 비정규직이라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하시겠습니까?

요번에 저희가 보내드린 창원 kbs의 ‘감시자들’ 이라는 시사프로를 장관님도 보셨겠지요. 12만 방과후강사들은 공공근로도 하고 화장실 청소도 하고 식당알바도 하면서 버티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도 교육청도 교육부도 방과후강사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나 보장을 하지 않습니다. 교육부에서 만든 일자리는 방과후강사들이 우선 순위가 아니라 학부모나 퇴직한 교원들, 교직 이수자들에게 주어지고, 장관님께서 체결하신 300만원 대출은 다른 은행권에 기대출이 있으면 자격이 되지 않습니다. 장관님께서는 은행에 대출이 전혀 없으신지 되묻고 싶습니다. 과연 교육부 담당자들은 그런 내부 조건에 대해 면밀히 알아보고 mou를 맺었는지요?

지난 교육감협의체 간담회에서 교육부에서 방과후강사들을 위해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알고 보니 ‘기초학력도우미’라는 일자리였습니다. 그런데 경기도는 온라인 학습도우미를 했던 사람은 지원을 못 한다고 하면서 이미 합격을 통보한 강사에게 뒤늦게 계약 취소라고 합니다.무엇 하나 제대로 방과후강사들을 위한 대책이 없습니다. 올해 수업을 못 했으니 2021년에는 계약을 연장해 달라는 요구도 교육부는 그런 공문을 보냈다고 하는 데도 불구하고 교육청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합니다.

방과후강사들은 학교에서 엄연히 공교육의 일환으로 아이들의 다양한 성장을 위해 25년을 가르쳐왔고,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은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정규직 선생님들에 비해 덜하지 않습니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데, 교육부와 교육청은 왜 차별을 하는 것인가요? 코로나가 시작된 3월에도 온통 돌봄에만 집중되었고, 방과후학교에 대한 대책이나 정책은 없었습니다. 교육부의 모든 정책 우선순위에 방과후는 빠져있고 그 마지막이 방과후 교육입니다. 그러면서도 공교육의 정상화를 부르짖거나 교육감 선거가 있을 때 마다 방과후교육을 강화하고 확대하겠다고 하면서 방과후강사들의 처우에 대한 개선책은 없습니다. 사회 안전망이나 법적인 장치에서도 제외되어 있습니다. 비정규직의 백화점이라는 학교의 노동자들,그 중에서도 유일한 공적 영역의 특수고용직은 바로 방과후강사들입니다.

유은혜 장관님,

저희는 유령이 아닙니다.

이런 식으로 방과후강사들을 차별하고 유령 취급을 하신다면 차라리 방과후학교를 없애기 바랍니다. 그래서 1시 이후 5시까지 학교를 나온 우리 아이들이 학원을 가든지, pc방을 가든지, 노래방을 가든지 학교나 교육청 교육부 어디서도 우리 아이들의 돌봄과 학습에 신경써지 않는 사각지대를 만들어 보십시오. 교육부의 생색내기에만 이용하지 마시고 진심으로 방과후학교의 발전과 방과후강사들의 대책을 세워 주시기를 바랍니다.

'코로나19 이후'라는 시대사적 패러다임의 전환 앞에, 방과후학교의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없다면, 저도 방과후강사노동조합 위원장으로 살아있을 의미가 없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장관님께서 누구 보다 바쁘고 힘드신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12만명이나 되는 이 땅의 방과후강사들은

한 치 앞의 미래도 없는, 당장 내일의 생계조차 보장되지 않는 이 땅의 유일한 공교육 노동자입니다.

유은혜 장관님,

오늘은 교육부가 간담회를 하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장관님 지시라는 것을 얼핏 듣고 장관님께서 직접 참석하는 간담회인 것으로 알고 잔뜩 기대하였습니다. 그러나 정작 장관님은 참석하지 않으시고.. 교육부 국장, 과장, 연구관과 다시 만나자니.. 같은 말을 세 번이나 반복해야 합니다. 이런 간담회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차라리 녹음기를 틀어놓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우리 방과후강사노조가 전교조, 학교비정규직노조 보다 조합원 숫자가 작아서 혹은 노조 필증도 없는 특고라서 장관님과의 면담은 언감생심일 뿐인가요?

방과후학교 25년 역사의 오랜 질곡 속에서 오직 수익자 부담 비정규직이라는 이유 하나로 학교에서 외부인으로, 유령처럼 숨죽여 지내온 12만 방과후선생님들이 외치는 절규에 이번에는 꼭 장관님께서 직접 답을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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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숙 2020-09-10 15:47:23
유은혜 장관님! 누구보다 코로나직격탄을 맞은 12만 방과후 강사들에게 답을 해 주세요~

박승철 2020-09-10 15:59:33
교장재량
교감재량

방과후선생들 다죽여라 썩을것들아
방과후 안하는 사람들에게 설문조사
왜하냐구 그사람들은 학원보내는데

진짜 미친짓들임

MH 2020-09-14 07:37:57
올해 수업을 못 했으니 2021년에는 계약을 연장할 수 있게 교육부와 교육청은 꼭 협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