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인의 교육 樂書] 원격교육시스템 구축 안하나? 못하나?
[원시인의 교육 樂書] 원격교육시스템 구축 안하나? 못하나?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0.08.31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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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호현 서울배화여중 교사/ 시인
신호현 서울배화여중교사/ 시인
신호현 서울배화여중교사/ 시인

궁금하기도 하지만 답답하기도 하다. 말 그대로 원격교육시스템 구축, 안하는 것인가 못하는 것인가. 필자는 코로나 19가 발생하기 전인 작년 11월 언론사 칼럼으로 ‘미래교육환경 우리 힘으로 구축하자’라고 제안했다.

그로부터 1개월 후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는 전 세계로 번져 양성 감염자가 늘어나더니 급기야는 사망자가 속출했다. 이에 개학이 3월에서 연기되었기에 3월 중순 같은 지면에 ‘학교원격교육 시스템을 구축하자’라는 칼럼을 다시 썼다.

비말 감염으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대인 접촉을 피해야 하는 상황에서 학교는 개학을 5차례 연기하다가 3분의 1 등교 개학을 해서 지난 1학기를 넘겼다.

인터넷 강국, IT 강국 대한민국에서 코로나는 위기이지만 새로운 온라인 수업환경 구축을 위한 기회라 생각했다. 어차피 미래학교를 생각하고 준비해왔던 교육부로서는 이번 기회에 미래 교육환경 구축을 위해 전면전에 들어설 것이라 기대했다.

비록 학교현장은 기존 교육시스템 속에서 초중고대 학교급별로 저마다 온라인 교육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찾아 각자도생하기 시작했다. 교육부에서는 미처 준비되지 않아 EBS 홈페이지에 올려지는 영상 자료를 학생들에게 링크를 걸어 보여주라 권고했다.

전국의 학교들이 EBS로 몰려들자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지만 EBS 교육 영상으로 학교교육을 만족시키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학교와 선생님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EBS 수업 영상은 각 학교의 10종 이상 되는 교과서를 만족시킬 수 없기에 기본 내용에 해당하는 영상을 올렸다. EBS 수업 영상이 있더라도 학생들과 만나는 온라인 클래스룸이 없어서 사설 업체에서 운영하는 위♧랑, 리♧스쿨, e학♧터, 네♧버 밴드 등 다양한 온라인시스템을 이용했다.

발 빠른 학교에서는 구글 클래스룸을 개설하여 교사 메일계정과 학생 메일계정으로 구글 클래스룸에서 만나 영상을 올리고 링크를 걸어 수업을 실시했다. 

선생님들이 스마트폰으로 수업 영상을 찍어 올리거나 다양한 화면 캡쳐 프로그램을 무료로 다운 받아 수업 영상을 손수 찍고 편집 제작하여 올리기 시작했다. 영상 제작이 어려운 경우는 줌(Zoom), 행아웃 미트(Hangout Meet), 팀스(Teems), 웹엑스(Webex) 등으로 쌍방향 수업을 실시했다.

수업 영상을 링크 걸어주는 것보다는 학생 얼굴을 보고 쌍방향 수업을 하는 것이 수업에 효과가 있기에 교육부에서도 수업 효과를 고려하여 2학기부터 전면 쌍방향 수업을 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위기의 상황 속에 발 빠른 대처는 지시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 현장에서 실행 가능한 시스템 구축에 힘써야 한다. 학교급별 다양한 요구에 각자도생(各自圖生)하라는 지시는 중구난방(衆口難防)이다.

초중고보다 돈이 많은 대학은 학교별로 사설 업체를 이용하여 강의와 출결을 진행하고 있지만 초중고는 학교별로 돈도 없지만 대학처럼 출결과 수업만 해서는 부족하다.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활동, 자유학년제 주제수업과 예술수업, 스포츠 수업, 방과후학교, 봉사활동, 독서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요구된다.    

  더구나 학년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수업보다 돌봄, 안전, 생활지도가 요구된다. 온라인 수업을 강행하려면 학생들의 돌봄, 안전, 생활지도가 가정에서 기본이 되고 거기에 수업이 가미되어야 한다. 결국 초등학교 저학년은 학부모가 교사역할을 일일이 다해야 한다.

교사의 역할이 그리 단순하지 않기에 주먹구구식 온라인으로 수업을 강행할 수 없을 것이며 쌍방향 수업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이다. 그래도 학습보다는 코로나 감염을 예방하여 목숨을 지켜내는 일이 우선이기에 울며 겨자를 먹는다.

  줌이나, 웹엑스, 팀즈는 쌍방향 수업이 가능하나 클래스룸이 없어 불편하다. 필자가 있는 학교는 구글 클래스룸을 사용하고 거기에 자동으로 붙는 행아웃 미트로 쌍방향 수업을 하고 있기에 사실상 온라인 수업이라도 크게 불편하지 않게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구글 클래스룸은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감동을 준다.

수업영상을 올리거나 과제를 주면 학생들에게 메일로 전달된다. 스트림에 공지를 올려도 알림으로 전달되고 학생들이 과제를 풀면 점수를 확인할 수 있고 피드백을 줄 수 있어 너무 좋다.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이 댓글을 달아 소통을 할 수 있고, 퀴즈과제로 시험을 보거나 설문지를 만들어 주제수업이나 동아리반 분반을 쉽게 할 수 있다. 학부모 학생 만족도가 아주 높다.

  교육부는 학교현장에 지시만 할 것이 아니라 온라인 교육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교사용 업무포털에 나이스, 교무업무, 에듀파인, 자료집게, 교사메일 등을 만들었듯 ‘클래스룸’ 하나 만들어 올려주면 된다. 어차피 하는 교사업무에 학생관리, 수업관리, 출결관리, 모두 연동되어 좋고 영상이나 자료들은 유튜브나 각종 사이트에 올리지 않아 노출되지 않고 좋을 것이다.

그리고 클래스룸에 쌍방향 수업용 줌이나 행아웃 미트 같은 것을 올려주면 집단지성 교사들은 지시하지 않아도 학력 편차 없이 고맙게 잘 사용할 것이다. 원격교육시스템 구축! 안하는 것인가, 못하는 것인가. 궁금하기도 하지만 답답하기도 하다. (신호현 詩人, 서울배화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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