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또 뉴스 보고 알았네...” 전면 원격수업, 교사들 허탈- 학부모 난감
[기자수첩] “또 뉴스 보고 알았네...” 전면 원격수업, 교사들 허탈- 학부모 난감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8.25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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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수도권 유초중고 전면 원격수업 전환을 발표하기 위해 (왼쪽부터)조희연, 이재정 교육감, 유은혜 장관, 도성훈 교육감이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25일 수도권 유초중고 전면 원격수업 전환을 발표하기 위해 (왼쪽부터)조희연, 이재정 교육감, 유은혜 장관, 도성훈 교육감이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개학해서 이미 등교수업하고 있는데 당장 내일부터 원격전환이라니. 미리 좀 알려줬으면 좋을 텐데. 왜 학생들이 먼저 알고 있는지... .”

수도권 지역 전면 원격수업이 발표된 25일. 서울시내 한 고등학교 교사는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 또다른 중학교 교사는 언제까지 뉴스로 정책 발표를 들어야 하느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학생들은 황당했다. 오늘 개학했다는 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은 친구들 만난지 하루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유은혜 교육부총리와 조희연, 이재정, 도성훈 교육감이 이날 오전 9시 정부 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요지는 코로나 확산세가 심각하니 고3을 제외하곤 모두 9월 11일까지 원격수업으로 전환한다는 것.

앞서 24일 이들은 서울시교육청에 모여 코로나 긴급점검대책회의를 가졌다. 오후 1시 회의가 시작되면서 인사말이 시작됐다. 교사들의 헌신에 감사한다는 유 교육부총리의 모두 발언이 끝나고 이어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서울 등 수도권에 코로나 확산이 심각하다고 운을 뗀 뒤 교사와 학부모의 우려가 크다면서 3단계에 준하는 학교 방역 대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오는 9월 11일 까지 고3을 제외한 전면 원격수업 방안을 제시했다. 언론에 [속보]가 떴다.

이후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고 다음 날 아침 교육부는 서울,경기, 인천 지역 유초중고 전면 원격수업을 26일부터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는 코로나 확진자를 감안하면 상황의 긴박함을 이해하고 남는다.

하지만 정작 개학하고 2학기를 준비해온 학교들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물어볼 데도 없다. 교육청도 내용을 모르긴 마찬가지. “친한 교육청 직원에게 전화했더니 돌아온 말, ”우리고 방송 보고 알았어요.”

학교는 올스톱이다. 교사들은 서둘러 예정됐던 오프라인 교육활동을 취소하기 바빴다. 내일부터 하려던 수행평가도 무기 연기했다. 교사들은 무시당한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고 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 등교개학을 연기할때도 학교는 뉴스를 통해 정책 결정 소식을 들었다. 이후 2주일 간격으로 연기하는 동안에도 마찬가지였다. 교사들은 볼멘소리들을 했다.

사전 협의도 없고 흔한 공문 한 장 받지 못했는데 학사실정이 고스톱을 반복한다. 뉴스만 믿고 학사일정이 바꿀 수도 없는 실정이니 결국 어정쩡한 상태에서 공문만 기다렸다.

교육당국이 걸핏하면 강조하는 게 학교자율이다. 학교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란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주로 난감한 사안일 경우, 교육당국이 결정하기 부담스러운 경우, 학교 자율을 강조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역시 일방통고다.

물론 서울시교육청은 비상연락망을 통해 의견수렴을 하긴 했다. 3분의 1 등교와 전면 원격수업 두 가지를 놓고 교장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결과는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언에 따르면 전면 원격수업보다 3분의 1 등교가 우세했다고 한다.

교사들 이상으로 당혹스러움을 느낀 것은 학부모들이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심각하다. 자녀가 어릴수록, 돌봐줄 친척도 없는 그들에겐 난감하고 한숨 나오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돌봄교실을 확대하고 원격수업을 도와줄 인력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얼마나 위안이 될지는 미지수다.

뭔가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영 미덥지 않은 정부다. 이번 전면 원격수업 결정에 얼마나 심모원려(深謀遠慮)했는지 의심스럽다. 천만다행, 코로나 확진자가 급감하면 이번엔 누가 발빠른 뉴스메이커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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