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전국방과후강사노동조합 위원장 “방과후 강사들을 위한 법제화 필요”
김경희 전국방과후강사노동조합 위원장 “방과후 강사들을 위한 법제화 필요”
  • 최희윤 기자
  • 승인 2020.08.21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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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는 김경희 위원장
인터뷰 하는 김경희 위원장

[에듀프레스 최희윤 기자]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건 사회적, 법적인 안전망이거든요, 법적으로 확실한 신분 규정이 저희에게 필요해요.”

전국방과후강사노동조합 김경희 위원장은 그렇게 말하며 짧아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었다.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가졌던 '전국 방과후 강사 노동자 대회' 삭발식의 증거였다. 지난해 11월 가졌던 1차 삭발식 이후, 머리가 채 자라기도 전이었다.

진정된 줄 알았던 코로나19가 다시금 확산됨에 따라 2학기 등교수업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김 위원장은 9일 <에듀프레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방과후 강사들의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그녀는 짙은 한숨을 뱉어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건 말할 수가 없죠.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일자리라도 찾았을 건데, 계속 대기한 채로 희망고문하듯 있으니까 그게 힘들기도 하고요.”

방과후 학교는 1995년 특기적성교육으로 시작하여 2006년 방과후학교로 전환되었다. 벌써 26년째 이어지고 있음에도 그에 맞는 시스템이나 법적 장치가 부족한 현실이다.

“우리는 개인사업자로 불리지만, 결코 그 어떤 것도 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요. 수업운영이나 강사료도 각 학교에 의해 움직이구요. 그만큼 근로자성이 짙음에도 교육법 테두리 안에 들어가질 못하니, 4대 보험은 물론 퇴직금이나 실업급여 같은 건 상상도 하지 못해요.

방과후 학교 강사들은 ‘등교개학과 함께 방과후 학교 수업을 시작한다’는 교육부의 원칙에 따라 학교와 수업 계약서를 쓰고도, 수업은 물론 이직조차 할 수 없는 고용 불안의 처지에 놓여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터뷰하는 김경의 위원장
인터뷰하는 김경의 위원장

- 1차 삭발식 때와는 조금 다르게, 이번엔 다른 조건을 좀 더 강조한 거로 알고 있다.

그렇다. 1차와 같이 노조신고필증 즉각 교부는 기본으로 주장하되, 이번 2차에서는 강사분들의 생계가 달려 있기에, 2학기 방과후 수업 재개, 방과후 강사 고용보험 적용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 방과후 수업이 중단 된지가 얼마인가.

수업이 끊긴 건 공식적으로는 2월 마지막 주였지만, 경기도 같은 경우는 10개월만 수업을 하는 학교도 많다 보니 계약 만료로 인해 그전부터 수업을 하지 못한 강사분들이 많다. 그렇게 따지면 7개월 이상 수업을 하지 못한 분들이 수두룩하다. 경제적으로 어려움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다.

- 지원 대책이 없진 않았다고 알고 있다. 효과가 있었나?

1학기 때는 특고기금이 있긴 했다. 근데 그냥 말 그대로 ‘굶어 죽는 건 피했다’ 이 정도인 거지 단기적인 대책이었다.

- 방과후 강사를 지역방역교사로 쓰겠다는 대책도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지역방역 교사로 방과후 강사를 쓰는 것도 우리 요구 사항 중 하나였다. 근데 막상 학교 현장에서는 방과후 강사를 방역 교사로 안 뽑고 퇴직교사나 학부모 및 일반인 등을 뽑기도 하고… 학교마다 다 다르다. 방과후 강사들은 그 일이라도 하고 싶은데, 못하는 일이 발생하는 거다. 근데 교육부는 그런 현실은 보려 하지 않고, 왜 방과후 강사를 위해 대책을 만들어 줬는데 활용하지 못하냐 이런 입장이다.

- 대출 지원 제도도 만들었다고 하던데.

저금리 대출 상품도 만들었는데, 대출 조건이 타 은행의 기대출(旣貸出)이 없어야 된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대출이 없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 충청도에 방과후 강사가 4700명 정도 있는데 그 대출을 받아 간 사람이 23명밖에 없다. 또 대출을 신청하기 위해선 학교장에게 방과후 강사를 증명하는 확인증을 받아야 되는데, 그게 강사 입장에선 껄끄러운 일이다. 결론적으론 실효성이 없는 대책들이었다.

- 지속적인 방과후 학교 재개 요구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은 뭔가.

학부모 설문조사를 해서 ‘학부모 동의가 60~70% 이상이면 열게 하겠다’ 하는데. 사실은 이게 우리 쪽에 불리한 조건이다. 방과후 학교는 대부분 초등 저학년들이 신청을 한다. 고학년들은 학원을 가니까 수업을 거의 듣지 않고, 고학년 부모들은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다. 그런데 설문조사의 대상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이다. 그러니 설문 동의를 70% 이상 받아내기가 힘들다. 그래서 우리가 다시 요구한 게, ‘방과후 교실을 실시했던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달라’ 하는 건데, 그건 또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게 교육부 입장이다. 설문 내용 또한 방과후 학교 및 강사에게 불리한 문항이 대다수다.

- 방과후 학교가 재개되지 않는다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

사실 방과후 강사들 생존권도 걸려있지만, 교육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입장으로서, 맞벌이가정, 편부모가정, 다문화가정 등 교육 취약계층 아이들의 학습 격차 문제가 심각하다. 방과 후 교실이 운영되지 않으니 학습 격차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사교육뿐인데, 현실적으로 그 아이들이 사교육을 받기 어렵다. 그러니 계속 학습 격차가 벌어진다.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서도 한글을 모르는 아이들이 많아질까 염려된다. 공교육 강화를 외치면서도 이런 문제에 대해선 대책이 없으니까 답답한 심정이다. 당장 학생들이랑 학부모들도 돌봄이랑 학습 공백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 교육부에서는 방과후 강사에 따른 감염위험으로 방과후 교실 재개를 막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17일 날 했던 우리 집회를 보면 알겠지만, 250명 정도 모였는데 정말 너무 철저하게 마스크와 쉴드를 하고 열 체크, 지속적인 소독, 거리두기 등을 하면서 시위 진행했다. 지금 몇몇 방과후 수업이 재개가 된 학교만 보더라도, 방과후 강사들이 정말 철저하게 방역수칙 실천하면서 수업한다. 그리고 마을 방과후나 다른 학원들은 다 재개가 된 상황이다. 단순히 감염의 이유만을 들어서 방과후 학교만 재재를 하는 건 부당하다. 우리가 보기에는 책임 회피를 위한 핑계로 밖에 안 들린다. 코로나 이전부터 방과후 교실은 눈엣가시였으니깐.

- 어떤 의미에서 눈엣가시인가?

방과후 교실은 교육부가 관리하는 게 아니라, 각 학교의 재량으로, 학교의 운영위원회에서 관리를 한다. 근데 이걸 교육부가 관리하게 되면 한마디로 ‘자기네들 일이 더 많아진다는 거’이니 피하려는 거다. 이런 의미에서 노조 필증 교부가 중요한 게, 현재 우리를 관리하고 책임을 지는 건 각 지역의 학교다. 그러니 학교가 사용자인 게 맞는데, 교육부는 학부모가 사용자라 우기고 있다. 우리가 학부모와 투쟁하고 있는 게 아니지않냐. 일단 필증이 나오면 면담보다야 교섭으로 우리 강사들의 법적 보호를 위해 목소리를 조금 더 낼 수 있으니까 필증 교부를 주장하는 거다.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

방과후 강사 본인들이 노동자라고 하는 인식이 부족했는데, 이번 일 이후로, 우리가 노동자이고 노동조합이 필요하구나 하고 깨달은 사람이 많다. 다행히 조합원도 지금 2배로 늘었다. 우리는 지금처럼 교육청 및 학교 관계자들한테 노조가 활동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방과후 학교가 학교 재량에서 벗어나 법제화되어 운영되도록 계속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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