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주의 사이다톡] 가르쳐보지 않은 사람의 교육 정책은 위험하다
[송은주의 사이다톡] 가르쳐보지 않은 사람의 교육 정책은 위험하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8.21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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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은주 서울언주초등학교 교사
송은주 서울언주초교사
송은주 서울언주초교사

이 글은 공직자의 책임감에 대해 묻는 글이다.

교육부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모든 학생들을 위한 교육안전망 강화 방안 8.11>이라는 제목의 교육부장관 성명서가 팝업으로 떴다.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교육안전망 강화방안>을 마련하였고 안전한 학교 환경을 위해 교육청과 함께 283억 원 방역비를 지원한다고 되어있다.

지난 7월 23일, 교육부는 <미래교육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교원수급정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앞으로 초등학생수가 현저하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어 교원의 수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신규 초등교원 채용 규모도 조정되어 2021년에는 서울지역만 공립교원 정원이 1128명 감축될 예정이다.

그 어떤 방역 방안보다도 교원 한 명이 담당하는 학생 수 줄이기가 가장 시급하며 코로나 이후 교육의 질 개선에도 효과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교육부는 정말 모르는 걸까?

23일, 이 계획에 대하여 언론에서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내자, 다음날 교육부는 설명자료를 냈다. 계획에 제시된 중등교원 신규채용 규모는 2018년 발표한 수급계획을 유지한 것이며, 초등 신규채용 규모도 2018년 계획보다 감축하되, ‘기존 계획에 대한 신뢰 보호 및 코로나 19 상황 등을 고려하여 감소폭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계획에는 기존 계획에 대한 신뢰도 코로나 19 상황 고려도 없다. 단지 기존 계획과 학령인구 감소세 수치에 대한 집착만 있을 뿐이다.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기준으로 해야 하느냐, 학급당 학생 수를 기준으로 해야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우리나라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수업 활동이 대부분 학급 안에서 이루어지며 일반적으로 교원 한 사람이 한 학급을 맡기 때문이다.

항상 교육부는 교원 수급 정책의 근거로 OECD 평균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말하며 우리나라의 현재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16명대라고 하는데, 그렇게 체감하는 교사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이런 현실을 인식했는지 교육부는 새로운 시대에 발맞춘 교원 수급 정책의 기준으로 학급당 학생 수를 고려하겠다고 했지만, 이제는 ‘코로나 이후’이기 때문에 학급당 학생 수를 따질 때도 학급 면적을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인 교실 크기에서 2m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려면 한 학급의 학생 수가 20명 미만으로 줄어야 한다.

우리나라 학교 교실들은 대부분 1962년에 제정된 학교 표준설계도에 기반하여 만들어졌다. 학교가 대략 가로・세로 9×7m의 크기의 교실, 한쪽에는 복도가 있는 형태로 되어있는 이유는 오랜 세월 동안 학교 공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6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코로나와 공존하고 있다. 그만한 교실 크기에서 학생들이 2m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기 위해서는 몇 명이 적당할지 계산해보면 15명 이내가 나온다.

가끔은 궁금하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은 정말로 그 정책에 동의해서 만들고 추진하는 것인지. 아니면 교육 당국이라는 거대 조직의 일부가 되면 인간적인 판단과 소신을 포기하게 되는 것인지. 또는 정책의 결과란 오랜 시간이 지나야 나오는 것이므로 책임감에 무뎌지는 것인지.

진심으로 그 정책이 맞다고 생각해서 만드는 거라면 생각의 차이라는 점을 최대한 고려해 볼 수 있지만 그 정책이 맞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만든다면 백년지대계의 정책 결정이라는 중대한 일을 맡은 사람의 직무태만이라고 볼 수 있다. 고위공직자에게는 더욱 특별한 책임감이 필요하다.

만약 그 정책이 맞다고 진심으로 믿는다면 그것은 코로나 이후의 학교현장에서 직접 가르쳐보지 않았기 때문에 오는 착오일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며 과밀한 학생들의 수업과 과제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학부모와 연락하느라 밤 열두 시까지 쉬지 못했던 교사들의 입장, 등교 이후 학교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어려운 이유가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기에 가능할지도 모른다. 솔직히 그걸 꼭 현장에 있어 봐야 아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알면서 행하지 않는 공직자의 무책임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으므로,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현장을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믿는 수밖에 없다. 현장을 모른다면 현장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정책 결정에 현장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조차 보이지 않아 교사들은 허공에 외치는 듯한 외로움을 느낀다.

코로나 이후의 학교에서 직접 가르쳐보지 않은 사람이 만든 정책은 정책을 만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쓰는 논평보다 힘이 세고 위험하다. 코로나가 오기 훨씬 전인 2018년에 기계획 되었기 때문에 지금 실천한다는 교육부의 정책이 실현된다면 그 위험은 이제 단순히 교육의 질 저하뿐만 아니라 방역과 안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인 위협이 될 것이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결정의 힘을 가진 분들의 현명한 판단에 대한 기대를 끝까지 놓고 싶지 않다.

상황을 알기 위해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아는 대로 반영하고자 실천하고 있는가, 학생이 행복하고 안전한 교육이라는 가치 외에 다른 이유로 본질을 회피하고 있지 않은가, 정책을 만들어 놓고 정책의 결과까지 책임지겠다는 마음이 있는가 묻고 싶다. 교원 수급 정책 문제는 이제는 수치적 오판을 넘은, 공직자로서의 책임감과 선택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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