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장 편지] 코로나19, 바보야! 문제는 관계 복원이야!
[교육장 편지] 코로나19, 바보야! 문제는 관계 복원이야!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8.19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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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호규 서울북부교육지원청 교육장
조호규 서울북부교육장
조호규 서울북부교육장

모두 2학기에 헝겊 원숭이가 되자

8년전 “서울형혁신교육지구” 기획을 위한 수십 차례의 워크숍에서 혁신교육지구의 필요성에 대해 교육학적․과학적 근거를 들어 필자가 늘 강조했던 얘기가 일명 ‘헝겊 원숭이 실험’이라고 하는 해리 할로우의 “가짜 원숭이 실험” 이다.

이는 촉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든 헝겊 원숭이 모형과 우유 젖꼭지가 달린 철사를 엮어서 만든 철사 원숭이 모형 사이에서 붉은털 ‘실험 원숭이’가 어느 것에 더 애정을 갖고 정서적 안정감을 보이는가에 대한 실험이다.

‘실험 원숭이’는 배가 고프면 철사 원숭이 모형에 매달려 있는 우유를 먹은 후 헝겊 원숭이 쪽으로 와서 몸을 비비고 놀았고 심지어 헝겊 원숭이 모형 쪽에서 놀고 있는 실험 원숭이를 뾰족한 침으로 찔러도 계속해서 헝겊 원숭이 모형에 와서 놀면서 더 안정감을 누렸지만 철사 원숭이 모형에서 놀게 한 원숭이는 성장하면서 난폭함을 보였다는 것이다.

양육 방식에서 큰 변화의 물꼬를 튼 이 실험은 “스킨십과 사랑의 본질”을 실험한 것으로 ‘많이 안아주고 쓰다듬어 줘야 하며 심리적․정서적으로 토닥여 주면서 감정을 함께 나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결론을 얻은 실험이다.

이 실험은 정서적 안정이 매우 중요하며 따뜻한 관계 유지와 어루만짐에 대한 욕구 충족이 우리 인간에게 근원적인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실험 원숭이’가 철사 원숭이 모형한테서 젖을 먹고도 헝겊 원숭이 모형한테 와서 노는 것은 배부름보다 더 필요한 것이 따뜻한 스킨십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가난해도 감정을 함께 나눈 아이가 더 행복하다”는 연구 결과와 일치하고 있다.

성장기에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주변의 부모님, 선생님에게서 받는 관심과 인정이다. 학업 성취에서도 그렇지만 인성 함양에서는 특히 더그렇다. 학업에 대한 동기 부여, 육체적, 정신적으로 좋은 상태인 행복감, 특정한 사람들과의 돈독한 관계 유지는 “동기체계”라 불리는데 이 세 요소는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생물학적 캭테일” , “동기체계”를 강화 하자

독일의 신경 생물학자 요하임 바우어는 도파민, 오피오이드, 옥시토신이라는 신경 전달물질로써 “동기체계”를 설명하고 있다. 도파민은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해주어 무언가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게 하고, 오피오이드는 몸과 마음을 기분 좋은 상태로 만들어 주며, 옥시토신은 특정한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를 위한 노력을 하게 한다. 요하임 바우어는 이 세 가지 호르몬의 혼합물을 “생물학적 캭테일“ 또는 “동기체계”라고 하는데 이 “혼합물이 뇌에서 많이 공급되는 사람들은 즐겁게 살고 다른 사람과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자신들의 행동이 가져온 성공을 향유하기를 원한다”

요하임 바우어는 이 “생물학적 캭테일“ 이 뇌에서 많이 공급되게 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조건이 있다고 한다. “다른 사람에게서 받는 관심, 사회적 인정, 개인적 평가”가 그것이다. 이런 조건은 “동기체계”를 활성화한다. 사회적 고립과 소외는 이런 동기체계를 비활성하고 반대로 “단순히 타인에게서 인정받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만 있어도 이는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이렇게 중요한 관심, 인정과 평가는 부모나 선생님들에게서 얻게 된다. 아이들의 사고와 행위 준거틀이 되는 가까운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질 때 아이들은 비로소 “삶에 의미를 두게 되고 목표를 위해 노력한다” 는 것이다. 또 “아이들이 삶의 의미를 짓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까이 있는 어른들이 끊이지 않고 주목해 줘야 한다.” 그래야 어떤 동기를 가지고 건강하게 자란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관계의 지속성이 깨어지면서 “동기체계”가 무너지고 있지 않은가? 코로나 19 상황에서 말이다. 부모님은 부모님의 조건 속에서 학교는 학교의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 “동기체계”를 복원해야 한다.

2학기에는 학교와 지역사회의 모든 자원을 동원하여 관계 복원에 나서야

우리 초등학교 아이들은 학교에서 더 많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성장해야 한다. 그런데 코로나 19 때문에 선생님한테서 관심을 적게 받고 각자의 탁월성에 대한 인정도 자주 받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관계가 간헐적이니 이런 것이 여의치 않은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친구를 사귀고 선생님에게서 관심과 애정을 형들보다 더 많이 받으면서 커야 할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데 이런 활동이 거의 차단된 상태라 모두들 걱정을 많이 한다. 이 아이들의 성장 후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서 말이다. 우리는 긴급히 나서야 한다. 대면 정도의 관계 복원에 말이다.

또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입시 준비로 인한 공부 스트레스가 심하고 이를 풀 수 있는 다양한 공간도 코로나로 인해 차단되었다. 선생님과 여러 형태의 상담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으며 다양한 형태의 교우관계와 사제 관계마저 지체되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위의 동기체계를 강화하기 위해서 지속적인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들은 여러 관계에 의해서 관심, 보충 질문, 자극과 요구는 물론이거니와 비판, 참여, 도움, 용기를 얻어야 한다. 요구와 애정은 아이의 동기체계를 위해 가장 필요한 자극“ 이기 때문이다.

또 아이와 부모, 선생님 사이에는 상호간에 서로 비추어 주는 거울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이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고 어른에게서 돌아오는 반응으로 자신을 성장시킨다. 공명에 의해서다. 이 공명도 관계에 의해 유발된다. 그런데 이 또한 일부 무너져 있다. 빠른 복원이 필요하다.

우리 부모님과 선생님, 지역사회 주민들은 우리 아이들이 “생물학적 캭테일“ 이 뇌에서 충분히 제공될 수 있도록 하여 학습의욕을 높이며 안정감을 얻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헝겊 원숭이가 되어야 한다. 헝겊 원숭이는 관심과 인정과 평가라는 조건을 아이들에게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에 헝겊 원숭이가 득시글득시글하게 하자. 이 헝겊 원숭이가 ”생물학적 캭테일“을 많이 만들어 주게 하자.

소규모 대면 활동, 운동과 음악 활동을 지원하자

이를 위해 부모님은 아이들의 성적보다는 아이들과 자주 대화하고 여러 활동을 함께 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밤에도 할 수 있다. 시간이 없다고 하지 말자.

선생님은 원격수업에서 교과 내용의 이해 확인과 피드백, 대화 등의 상호작용을 담은 수업 방식으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 특히 대면수업이 있을 때는 아이들과 소규모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의 동기체계 활성화와 마음 근육을 키워야 한다.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마음 근육 강화는 심리적 안정이고 스트레스 해소이며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것이다. 나아가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학업 활동을 하게 하고 주변의 사람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코로나 19로 인해 자칫 왜곡될 수 있는 인성과 마음 건강을 지켜줘야 한다.

학교는 아이들과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새롭게 구안하거나 1학기에 소홀히 했던 심리․정서 치유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평상시에 선생님들이 좋아했던 희망교실 프로그램 운영을 활성화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학교 예산을 더 투입하여 모든 선생님들이 작은 모임들을 만들어 함께 밥을 먹거나 함께 영화를 보기도 하고 공동체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을 보살펴야 한다. 이게 우리 교육공동체가 2학기에 해야 할 주요 과업이다.

아울러 지역사회는 혁신교육지구 사업 조정으로 지역사회가 가지고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을 최대한 동원하고 아이들을 작은 단위로 지원하도록 하자.

특히 음악과 운동 공간을 충분하게 제공하도록 하자.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대중적인 음악도 좋다. 청소년들이 몸을 활기차게 움직이게 하는 운동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몸을 움직이는 것은 뇌의 ”동기체계“를 촉진하여 정신 집중을 할 수 있게 하고 기분을 좋게하여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2학기에는 우리 아이들에게 몸과 마음의 활력을 넣어 주는 노력을 하자. 그들의 건강한 마음과 몸은 우리의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 학교가 운동 시설 등을 충분히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오후 시간을 많이 할애하여 음악 활동과 체육활동을 하게 하여 1학기에 지친 심신을 이완시켜야 한다. 이는 ”동기체계“를 강화하는 또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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