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분열시키는 교원단체 시행령 제정 강행 말아야
교단 분열시키는 교원단체 시행령 제정 강행 말아야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0.08.18 1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 교사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교사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교사

교육 뉴스를 보다보면 ‘교원 설문에 따르면’이라는 문구가 자주 눈에 띈다. 얼핏 보면 ‘전체 교사 입장이 그런가?’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몇몇 단체의 보도자료를 보면 의아한 생각이 든다.

설문의 구체적인 내용이 뭔지 불명확한 채, 일부 항목의 응답 결과만 제시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표집이 너무 적어 전체 교사를 대변하기에는 억지스런 경우가 많다.

표집 방식은 무엇인지, 신뢰도는 얼마인지도 제시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마치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발표하는 것은 ‘대표성 결여’의 문제가 있다.

물론 소수의 의견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다만 여론과 언론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 교육부가 군소 3단체의 요구를 빌미로 복수 교원단체 설립을 위한 교육기본법 시행령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교단을 대표하는 다양한 단체가 교직사회와 교육의 발전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하고 상생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런데 교육부의 교원단체 시행령 안은 앞서 언급한 대표성 결여의 문제가 매우 심각해 우려스럽다. 설립을 ‘법인’으로 하는 외에 그 어떤 대표성 확보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행령 제정을 요구하는 단체에 꿰맞춰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순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전체 교원의 1%에도 못 미치는 단체들을 포함시키려니 기준 자체가 무시되는 형국이다.

현재 시행령 제정을 요구하는 군소 3단체 중 2개 단체의 대표는 전교조 출신이다. 교육부에서 시행령 제정을 주무하는 학교혁신지원실장 역시 전교조 출신인데다 한 군소 단체의 창립멤버이기도 하다. 과연 ‘그들끼리’의 시행령 제정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렇게 설립 기준이 느슨하면 소수 단체 난립은 불 보듯 뻔하다. 절대 다수 회원의 교원단체가 교직사회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군소 단체들의 숫자 싸움에 敎心이 왜곡될 게 뻔하다.

지금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각종 정책 협의 과정에는 전체 교원의 1%도 안 되는 단체가 등가로 참여해 교단을 대표하고 있다.

교원단체 설립을 요구하고 추진하는 의도 또한 의심스럽다. 군소 3단체는 교원단체의 독점을 문제시하며 시행령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교원노조가 출범하면서 더 이상 독점은 사라졌다.

교직단체는 과거 교원단체만 있었지만, 그 한계를 비판하고 노동직적 교직관을 내세운 교사들에 의해 교원노조가 생기면서 이원화‧다원화됐다.

그럼에도 교원노조의 길을 스스로 선택했던 인사들이 이제 와 사실도 아닌 독점 운운하며 교원단체를 만들겠다니 이해할 수 없다. 교직과 교육 발전이 아니라 교원단체를 사분오열시키려는 위성단체가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안은 그런 의심을 더 뒷받침한다. 회원 수 비례로 교섭위원을 구성할 시, 한명도 포함될 수 없는 군소 3단체를 위해 교섭과정에 ‘의견개진권’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반노조법,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 어디에도 근거가 없는, 군소 단체의 입장만 대변한 억지일 뿐이다.

현행 교육기본법 시행령 상 교원단체에는 교육부, 시도교육청과의 교섭권‧정책협의권이 주어지고 예산도 지원하게 된다. 단순히 친목회‧동호회 수준을 법적 교원단체로 인정할 수 없는 이유다. 50만 교원을 대신해 정책 협의‧결정의 파트너가 되려면 그에 걸맞은 회원 수 규모 등 대표성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또한 특정 교과‧직위‧학교급 등으로 회원을 제한해서도 안 된다. 특정 집단의 이해와 입장만 대변해서는 갈등과 분열만 초래할 뿐이다. 교원단체는 전체 교원과 교육의 발전을 위해 구성원 간 요구와 이해를 조율하고, 공감과 합의를 통해 교섭‧협의할 책무가 있다.

교원단체 설립‧운영의 기본적인 사항을 시행령 차원에서 명시하는 것도 문제다. 교원단체를 정권의 입맛대로 언제든 좌지우지하고, 교단을 분열시키는 획책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회에는 ‘교원단체의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시행령 차원이 아니라 교원단체 설립 기준과 운영 사항, 교섭 절차와 방법 등을 아우르는 법률 제정이 꼭 필요하다.

교육부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시행령 제정을 최대 교원단체와의 합의도 없이 결코 강행해서는 안 된다. 이를 외면한다면 앞으로 벌어질 교단 분열과 갈등의 책임은 모두 교육부가 져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