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울시교육청 전문직 인사, “이게 뉴 노멀이라고?”
[기자수첩] 서울시교육청 전문직 인사, “이게 뉴 노멀이라고?”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8.08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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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9월1일자 교장, 교감, 교육전문직 인사를 발표하면서 내놓은 보도자료 일부. 미래교육의 표준을 제시한 뉴노멀인사라고 자평했지만 현장에서도 그렇게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코로나 19 뉴노멀 시대에 미래교육의 표준을 만들어갈수 있는 유연한 사고와 폭넓은 시각, 전문적 역량에 역점을 뒀다.” 7일 서울시교육청이 9월 1일자 교장, 교감, 전문직 441명에 대한 정기 인사를 단행하면서 내건 슬로건이다.

한마디로 조희연 교육감 취임 2기 후반기를 상징하는 뉴노멀 인사라는 것이다. 실제 인사 발표내용을 들여다보면 뉴노멀을 단박에 읽을 수 있다.

#1. 내부형교장은 불패? 학생교육원장에 임명된 이모 장학관. 그는 내부형 B형 교장 출신이다. 4년 임기가 끝나자 평교사로 돌아가겠다는 약속 대신 본청 장학관에 입성했다. 이어 이번 인사에서 학생교육원장 자리를 꿰찼다.

‘평교사 교장’으로 본청 과장을 거쳐 교육장에 오른 이모 교장과 같은 길을 걸었다. 한 사람은 길을 뚫고 한 사람은 길을 닦았다. 이제 제3, 제4의 ‘내부형교장 성공사례’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2. 교육장은 경력관리 쉼터? 이번에 교체된 초등 교육장 5명 중 3명은 재임기간이 1년이다. 작년 9월 임명, 올 8월 말 떠난다. 예산 한 번 제대로 짜보지 못하고 물러나는 셈이다. 교체 사유도 황당하다. 정년까지 1년 반 정도 남은 것을 고려했다는 게 서울교육계의 정설이다.

정년 잔여기간이 1년이면 사실상 교장으로 임용하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교육장 1년, 교장은 1년 반’이란 세심한 배려가 필요했다. 실제 이들 3명은 모두 교장에 임명됐다. 당사자들이 원한 것인지 타의에 의한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지만 형식논리로 보면 꼼수다.

교육장 재임 기간도 들쑥날쑥이다. 일부 교육장은 1년 6개월 근무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부는 1년이다. 어떤 기준에 의한 것인지 알 길 없다. 교육자치와 지방분권을 강조하며 교육부에 권한 내놓으라 목청 높이면서도 정작 자기 몫은 꼭꼭 움켜쥔다.

#3. 실종된 현장 발탁 인사? 사상 초유 코로나 사태는 교육현장의 능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발병 초기 교육당국은 연신 헛발질을 했다. 하지만 학교 현장은 침착하게 대응했고 교원들의 헌신적인 희생으로 안전을 지킬 수 있었다.

조 교육감은 교원들을 숨은 영웅이라고 추켜세웠다. ‘우·문·현·답’을 강조하며 현장과 소통을 다짐했다.

그러나 교육장 등 기관장과 교육지원청 국장, 본청 과장 인사에서 순수 현장 출신 발탁은 없었다. 학교엔 내부형 교장 늘리라고 압박하면서 정작 교육청은 ‘야전(野戰)’을 철저히 배제했다.

#4. 서울대 편애? 이번 중등 기관장급 인사 결과를 보면 세 자리 중 두 자리를 서울대 출신이 차지했다. 조만간 단행될 서울교육연수원장 후임도 서울대 출신 교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게 사실이면 기관장 인사의 75%는 서울대이다. 학벌주의 타파와 서울대 폐지를 기회 있을 때마다 주장한 조 교육감이지만 서울대 사랑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5. 특정 단체는 강했다? 9월 1일자로 본청 장학관이 직속 산하기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대신 그 자리에 특정 단체 성향이 강한 인사가 배치된다. 서울시교육청 주변에선 여러 뒷말이 나왔다.

그중 하나는 “그들의 눈 밖에 나면 버티기 힘들다”였다. 보이지않는 손이 각종 교육정책에 이어 인사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젠 장학관이라도 할라치면 혁신학교 경력은 기본이고 눈치껏 처신해야 할 판이다.

오는 9월 1일. 441명의 유·초·중등 교장, 교(원)감·교육전문직이 자리를 옮긴다.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적임자들이 대부분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핵심 양념들이 제멋대로 버무려지면서 ‘맛없는 비빔밥’이 된 모양새다. 최근 장안에 ‘나라가 니꺼냐’는 말이 유행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묻지 않을까. “서울교육의 주인은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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