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정 칼럼] 왜 교사들은 번아웃을 호소하는가!
[한희정 칼럼] 왜 교사들은 번아웃을 호소하는가!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8.01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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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희정 서울실천교육교사모임회장
흰희정 서울실천교육교사모임회장
흰희정 서울실천교육교사모임회장

7월 31일, 오늘은 우리학교 여름방학식이 있는 날이다. 물론 온라인 방학식이다. 주 1회, 8번 얼굴 보고 맞이하는 방학이지만 그동안 찍은 사진이나 영상으로 교가 동영상도 새로 만들고, 교장 선생님 인사 영상, 방학 중 안전 생활을 위한 수칙을 안내하는 영상도 만들어 아이들과 공유했다.

“교장 선생님 말씀 듣고 감동해서 눈물 났어요!”, “선생님, 한 학기 동안 감사했어요.”, “얘들아, 그리고 선생님, 방학 잘 보내고 위두랑에서 봐요!” 아이들의 댓글이 주르르 올라온다. 부모님들과 한 학기동안 동고동락했던 카톡방에도 마음을 나누는 대화가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항상 애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수고 덕분에 잘 이겨냈습니다.”, “건강하게 방학 잘 보내세요.”

그 글들을 보니 눈물이 난다. 20년 넘는 교직생활에서 처음으로 번아웃을 경험하며 겨우겨우 해왔던 지난 2주의 괴로움이 그대로 몰려왔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예측할 수 없어서 초긴장 상태로 보냈다면, 온라인 학습이 시작되면서는 플랫폼과 각종 도구 사용법을 내가 먼저 배우고,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안내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등교 수업이 병행되면서는 방역 수칙을 익히고 지키라고 잔소리 하느라, 주 1회 뿐인 등교일에는 다음 주 학습 꾸러미를 만들고 준비하느라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몰랐다.

6월, 7월이 되어 학생들의 학습 정도나 수업 참여 실태를 확인하면서 교사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실시간 화상 수업이나 콘텐츠 제공형 수업이나 과제형 수업이나 혼합형 수업이나 학습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더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각종 애니메이션 효과를 집어넣고, 좋은 자료를 찾겠다고 인터넷 세상을 돌아다니며 자료를 제작해도 대면 수업만 못하다는 확신에 무기력증이 몰려왔다.

코로나 이전의 대면 수업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하는데 효과는 떨어진다는 걸 확인하니 “나는 지금 도대체 무얼 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 댓글에 답을 달아주고, 학습한 내용을 확인해서 부모님들께 수시로 알려드리고, 학습 과제물을 확인하며 부족한 아이들은 한 명씩 약속을 잡고 개별 지도를 했다. 그러면서 체력은 바닥났고 마음은 소진되었다.

20년 넘는 교직생활에서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일은 무수히 많았다. 그럼에도 ‘번아웃’이라 느끼지 않았던 것은 그 수고로움 가운데 보람을 느끼고 기쁨을 누렸기 때문이다. 가르치면서 배우는 즐거움이 육체적, 심리적 피로를 넘어서게 했다. 그러나 2020학년도 여름방학을 맞이하는 지금은 그 즐거움과 보람이 수고로움에 비해 너무 초라하다.

그 와중에 학력 격차 운운하는 기사들이 연일 쏟아져 나온다. 초라한 성적표에 만신창이 된 교사들은 다시 그런 기사와 정부 정책에 개혁의 대상이 되어 두드려 맞는다. 정부는 방역이냐 교육이냐, 두 마리 토끼 중에 ‘방역’을 선택했다. 그렇다면 먼저, 학교 내 집단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 즉 ‘ 학교 방역’에 성공한 이들의 수고로움에 대해 조금이라도 인정해주고, 그 다음 ‘교육’을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중간층이 사라졌다고 호들갑 떠는 언론은, 그렇다면 코로나 이전에는 어떻게 중간층이 유지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취재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그나마 학교에 나와 교사들의 돌봄과 학습 지원 속에서 학력 유지가 가능했다는 것을 인정해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온라인 수업 시대에 무너진 것은 교사들의 수업 능력인가, 가정환경의 격차에 따른 학생들의 생활 능력인가? 수시로 바뀌는 조건에서 최선을 향해 달려왔더니 기다리는 것은 ‘뭇매’라는 씁쓸한 결말에 절망한다.

다행히 방학이다. 예년에 비해 줄어든 방학이지만 지난 학기를 돌아보고 다음 학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충전하는 시간이 너무나 절실하게 다가온다. 그렇게 교사들은 또 묵묵히 다음 학기를 준비할 것이다. 그러니 제발 일부 놀고먹는다는 교사들을 일반화시키지 말고, 끝없이 노력하는 교사들의 번아웃을 염려하고 지원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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