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종 교육시론] 학생 선수 폭력피해 전수조사에 거는 기대
[박은종 교육시론] 학생 선수 폭력피해 전수조사에 거는 기대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0.07.21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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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이 합동으로 7월 21일부터 8월 14일까지 4주간 전국 초·중·고교 등 학생선수 6만여명(등록 선수 5만9천252명 ) 대상 폭력피해 일제 전수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전 경주시청 소속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고(故) 최숙현 선수의 극단적 선택에 따른 후속 대책이다. 이와는 별도로 참여연대, 시민사회연대회의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진상 조사 및 책임자 처벌, 스포츠 구조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시켰다.

아울러, 경주시청이 소재한 경북교육청을 비롯, 대구·충남교육청은 이달 초부터 자체 계획을 수립해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었다. 세상사 모든 것이 처방보다 예방이 우선인데, 안타까운 점은 전형적인 사루약방문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이번 학생 선수 전수조사 설문에 가해자의 이름을 기재하라는 문항도 포함시켜, 적발시 가해자 수사의뢰와 특별조사까지 나설 방침이다. 특히 이번 전수조사에서는 학교 운동부 뿐만 아니라, 선수 등록을 하고 개별 활동하는 학생선수까지 포함해 조사한다. 학교 내외를 불문하고 전문체육 활동 중 벌어지는 폭력피해까지 조사 범위에 포함시킨 것이다. 학생 선수 간 폭행은 물론 지도자에 의한 폭행도 철저히 가려낸다는 복안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이번 전수조사는 방문 전수조사 방식을 원칙으로 하고, 시·도 여건에 따라 온라인 조사를 가능하게 했다.

교육부는 이미 실무 장학사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갖고 실태조사 재착수 필요성과 그 방식에 대한 의견을 조율했다. 코로나19가 확산 중인 시·도에서는 학생 선수들이 등교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조사 방식을 놓고 대안을 모색 중이다.

교육부는 설문조사 과정에서 폭력을 저지른 가해자(학생, 지도자, 학교 밖 모두 포함)가 조작하거나 잘못된 답변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사전 조치에도 나선다. 방문 설문조사는 학교를 담당하는 장학사가 학교를 직접 방문해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현장에서 직접 설문지를 수거한다. 이번 실태 조사에서 폭력을 저지른 가해자가 드러나면, 경찰 수사의뢰 등 강경 조치에 나선다. 감독·코치 등 지도자가 가해자일 경우, 경찰 수사의뢰,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한 아동학대 조사를 추진한다. 또 대한체육회에 통보해 체육지도자 자격에 대한 징계까지 이뤄지도록 한다. 조사 결과 가해자가 지속적·반복적 폭력이 이뤄졌거나 조직적 은폐·축소가 의심되는 사안의 경우 형사 고발, 교육청·교육부의 합동 특별조사도 추진하기로 했다.

생선수일 경우 학교폭력 사안 처리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후속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지난 해 인권위 조사에서 학교운동부지도자 징계 기준 마련, 형사처분까지 이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했으나 실태조사에 그쳐 가해자에 대한 후속조치까지 이어지지는 못한 한계를 극복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온라인 설문조사는 학교 등이 아닌 교육청이 제공하는 도구를 활용하며, 학교 내 체육교사가 아닌 학교폭력전담교사가 주관한다. 조사는 학생의 개인 휴대전화나 컴퓨터실 등을 활용해 이뤄진다. 아울러 교육부는 또 전수조사에 대한 보완 차원에서 8월 초부터 '학생 선수 폭력 피해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학생선수, 학부모, 교사 등이 피해를 당한 학생선수를 발견하면 신고하도록 유도해 설문조사 외에도 피해 사안을 세밀하게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교육부는 과거 단순한 실태 파악에 그쳤던 조사에서 벗어나, 학생 운동 선수 폭력의 실체를 파악하고 그 대책을 수립하는 데 이번 조사의 목적과 취지를 두고 있다. 지난 해 인권위 주관 운동 선수 폭행 실태조사가 무기명,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정작 폭력을 저지른 가해자가 누구인지 그 실체를 파악하는 데 드러난 한계를 보완하기로 한 것이다.

교육부가 이날 제시한 설문지 예시 문항에는 선수가 당한 폭력(성폭력, 언어적 폭력, 신체적 폭력 등)과 폭력을 당한 시기, 당한 대상(체육교사, 지도자, 동료 학생선수 등)을 객관식으로 택하도록 하고 있다. 학생 선수로 활동하면서 목격한 사례를 아래의 양식에 6학 원칙으로 기재해 객관적, 사실적으로 학생 선수 폭력을 밝히고 그 대책을 모색하는 데 현실적 실태를 반영하기 위함이다.

이번 교육부와 교육청의 학생 운동 선수 폭력 일제 전수 합동조사는 만시지탄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다만, 예방이 아닌 처방, 대책 마련 중심의 ‘뒷북 행정’이라서 아쉬움이 있다. 아울러 초중고교 선수 뿐만 아니라, 성인 선수와 학교 밖 훈련 선수들의 폭력·폭행도 조사해서 다시는 이 땅에 학생 운동 선수들에 대한 폭력·폭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운동 선수들이 마음껏 꿈과 끼를 펼치도록 제도적·행정적 토대를 튼튼하게 쌓아야 한다.

이번 교육부와 교육청의 학생 운동 선수 폭력 실태조사가 단순히 조사에만 그치지 않고 가해자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까지 체계적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다만, 우리는 우리 사회의 정서 상 학생 운동 선수들이 폭력·폭행의 예외 지역으로 자리매김토록 전 국민들의 관심과 보살핌이 가장 좋은 특효약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나아가 이번 전수 조사의 함의가 ‘체육계 폭력 추방’이라는 함의도 성찰·숙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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