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정 칼럼] 2학기를 준비하자
[한희정 칼럼] 2학기를 준비하자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0.07.19 2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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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를 사는 교사의 일상을 드립니다
글 한희정 서울실천교육교사모임회장 / 정릉초교사
한희정 서울실천교육교사모임회장
한희정 서울실천교육교사모임회장

2020학년도 여름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 1차 휴업, 2차 휴업, 3차 휴업 발표로 인한 5주의 휴업과 온라인 개학, 온․오프 병행, 확진자 발생에 따른 유동적 상황과 방역 업무 등으로 마음과 몸은 벌써 지친지 오래다. 휴업으로 방학일수는 줄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꼭 필요한 방학이 아닐까 한다.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한 휴식이 필요하기도 하고, 계속 바뀌는 교육부와 교육청의 지침에 앞만 보고 달려왔던 지난 학기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무엇보다 1학기에 겪었던 혼란과 막막함을 2학기에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점검과 새로운 가이드가 필요하다.

먼저, 교육부는 감염병 관련 매뉴얼을 재정비해야 한다. 지난 3월보다 우리는 코로나19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이 상황이 몇 주, 혹은 몇 달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현재 교육부의 감염병 대응 매뉴얼은 3판까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전국적인 지침으로 획일적인 측면이 강하고, 교육과 방역이 함께 가기 어렵게 설계된 항목이 많다. 교육과정, 수업, 평가 관련 지침은 ‘외적 공정성’에만 발목 잡혀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6월 28일 국가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3단계로 세분하여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위기경보는 심각 단계로 동일한데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속 거리두기 등으로 대응지침을 나누면서 오히려 혼선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육부의 대응 매뉴얼 역시 이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 현재 수도권은 동일하게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인데 1/3 등교 지침을 내리고, 다른 지역은 2/3 등교 혹은 전일 등교를 하고 있다. 수도권이 화약고라는 방역 당국의 고민은 이해되지만 같은 단계에 다른 등교 가이드는 혼선을 준다. 더불어 시․도 교육청별 자율권에 대한 논의와 합의도 필요하다.

가장 시급하게 정비할 것이 평가 관련 지침이다. 초․중등 교육법에 따른 학교생활기록부 관련 훈령은 고등학교를 기준으로 평가 지침을 만들어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지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고부담 평가인 고등학교 내신에서는 ‘외적 공정성’이 주요한 이슈일지 모르나 ‘과정중심평가’라는 2015개정교육과정의 큰 방향과 전혀 맞지 않는다. 성취평가제를 시행 중인 중학교나 저부담평가인 초등학교까지 과제형 수행평가를 금지하는 지침은 결국 등교일에는 평가에만 매진하게 조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 시․도 교육청은 수업과 방역 중심의 교육행정 운영이라는 기조를 좀 더 확실하게 실행할 수 있도록 정비해야 한다. 수업과 방역 중심이라는 기조와 달리 부서 실적용 사업 공문이 여전히 내려오고 있고, 관행에 따른 업무는 그대로 진행 중이다. 수업과 방역이 중심이 된다고 할 때 교사들이 해야 할 일은 코로나19 시대에 맞는 교육이다.

온-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시대에 맞게 새로운 수업 방법이나 평가 방법을 고민하고 학습하고, 그 결과를 다양하게 나누고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다문화학생을 지원하기 위해 교사들이 시민단체 등과 함께 자발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더빙스쿨'이나 각자의 수업안을 올려서 서로 도움을 받게 만든 '우리반.com' 같은 온라인 공유의 장이 펼쳐질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만들어야 한다. 공문 내려서 참가자를 모집하고, 공문 내려서 수업안 파일을 내려 보내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이든 노트북이든 접속해서 찾아볼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학력 격차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생활환경 격차에 주목해야 한다. 어려운 지역, 소외된 계층이나 맞벌이 가정의 학생일수록 생활리듬을 유지하며 온라인 학습에 참여하기 어렵다.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이런 생활환경 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생활환경 격차가 해결되면 학력 격차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다. 생활환경 격차 해소의 궁극적 목적은 자기주도적인 학습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셋째, 각 학교에서는 1학기 온-오프 병행 수업에 대해 성찰하고 2학기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현재의 온라인 수업은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준비된 측면이 강하다. 물론 교육부의 갑작스런 발표가 빚어낸 일이긴 하다. 온라인 수업이 이렇게 길어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하고 결정된 측면도 있다. 따라서 지난 1학기 수업 운영, 학생들의 학습 실태, 플랫폼의 적절성 등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평가를 기반으로 2학기를 위한 대안을 찾아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는 어렵고 힘든 지역에 있는 학교와 학생, 교사들의 안위를 걱정해야 한다. 사교육 포화상태인 지역에서는 학교 수업에 대한 기대를 접어서인지 형식적인 원격수업을 운영해도 별 문제나 민원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가정에서의 돌봄과 학습이 힘든 지역의 교사들은 이중삼중의 어려움에 처해 있다. 수업 참여를 독려하는 것, 자가진단에 참여하게 하는 것, 과제 제출을 하도록 안내하는 것 등 수업 외에 해야 할 것들이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책임은 교육감이 질 테니 선생님들은 교육을 하십시오”라는 한 교육감의 말에 전국의 교사들이 귀와 마음을 열었던 것은 교사의 할 일을 명확하게 짚어주었기 때문이다. ‘교육’이 아니라 ‘교육’을 하기 위한 조건과 환경을 만드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밖에 없는 지역에 대한 교육당국자들의 진심 어린 이해를 구한다. 취약한 지역일수록 실시간 원격 수업을 못해서 안하는 것이 아니라 하게 될 경우 그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 해야 할 일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 말이다.

지역별 업무 강도의 차이에 대한 이해와 지원 없이 하나의 방법만이 유일의 대안인 것처럼 강제하지 않을 때, 학교 현장에서는 그 학교의 현실에 맞는 최적의 방법들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1학기의 시행착오를 기반으로 더 나은 2학기, 더 효과적인 2021년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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