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희연 “'오직 한사람교육'하는 '백만 개의 교실' 만들겠다"
[인터뷰] 조희연 “'오직 한사람교육'하는 '백만 개의 교실' 만들겠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7.0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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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중은 특권학교, “아무리 생각해도 폐지가 답"
학교내 위원회 너무 많아 놀라.. 과감히 정비하겠다
‘백만 개 교실’은 학생 존중하는 ‘오직 한사람 교육’
돌봄- 방과후 통합운영 서울형 모델 만들고 싶어
전교조 법외노조는 지연된 정의 .. 이젠 멍에 벗어야
수능 고3 과정 배제는 안 될말 .. 비교과 부담 줄이자
코로나19로 교육불평등-기초학력부진 심각, 큰 걱정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집무실에서 <에듀프레스레>와 만나 교실 백만 개 만들기 등 취임 3년차 포부를 밝히고 있다.

 

[에듀프레스 장재훈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집무실에서 에듀프레스와 가진 취임 2주년 단독 인터뷰에서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 업무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기 학교와 교육청, 지자체가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서울형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교원 정책과 관련, 교육감협의회가 도입을 추진 중인 교감공모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교감 업무 특성상 공모제 효과가 적고 학교 조직의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들었다.

‘일 안 하고 월급 받는 사람 있다’는 댓글 파동에 대해서는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그간 마음고생이 컸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후 교단 친화적인 정책을 잇달아 발표, 교사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한 그는 최근 코로나 국면에서 과감한 공문 감축 등을 통해 인기가 치솟았다. 조 교육감은 “불과 2주 만에 원격수업을 가능하게 했던 대한민국 교사들일야말로 진정한 숨은 영웅”이라고 치켜세웠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임기 반환점을 돈 조 교육감. 남은 2년 동안 학생 한사람 한사람을 존중하는 ‘백만 개 교실 만들기’에 올인, 혁신교육 2.0을 완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해현경장(解弦更張·거문고 줄을 바꾸어 매다)의 마음으로 최측근부터 교체하는 인사쇄신도 준비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앞으로 예정된 전문직과 일반직 인사도 상당폭의 인적 쇄신 이뤄질것임을 시사했다. 3선 도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쓸데없는 소리”라며 즉답을 피했다.

- 최근 교육감 인기가 치솟고 있다. 특히 과감한 공문감축과 사업 정비로 교사들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인기를 실감하는가?

“(웃으며) 인기란 무상한 거 아닌가. 지금 좋아도 언제 달라질지 모른다. 사실 ‘댓글 파동’을 겪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좀 오만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는 계기도 됐다. 그래서 (교사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했던 거 같다.”

- 우리나라 교사들 참 대단하다. 코로나19 대란속에서도 흔들림없이 원격교육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사실 이번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데 선생님들의 전문성과 헌신, 열정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제는 이른바 K-에듀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꺼내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의사, 간호사만 숨은 영웅이 아니다. 교사도 숨은 영웅이다.”

- 당선 축하 꽃다발은 목에 건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 지났다. 30일 기자회견에서 ‘백만 개 교실론’을 화두로 내걸었다. 무슨 뜻인가.

“지난 6년간 교육혁신의 목표를 ‘일등주의 교육으로부터 오직 한사람교육(only-one education)’이라고 표현해 왔다. ‘교실 백만 개를 만들겠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백만 명의 학생들이 소중한 존재로 존중받는 교실이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 한 사람 한 사람,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존중하는 교육, 그게 우리의 교육철학이다.”

- 성적 경쟁에 매몰되지 않는 진정한 전인교육을 추구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 ‘백만 개 교실’이 지향하는 가치는 궁극적으로 ‘학생맞춤형’ 교육이다. 배움이 느린 학생이건 빠른 학생이건, 부유한 집 자녀건 가난한 집 자녀건 상관없다. 그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개발해 사회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그동안 학교는 많은 학생들에게 열등감을 심어준 측면이 있다. 어느 정도의 열등감이나 콤플렉스는 자기 성장의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은 성적 지상주의 탓에 생래적 잠재성 마저 꺾어버릴 정도로 심각한 열등감에 시달린다. ‘백만 개 교실’을 만들어 자존감을 심어주고 자기 주도성을 길러주는 교육을 하고 싶다.”

- 대원·영훈국제중 취소도 같은 맥락인가.

“국제중은 지정목적과 달리 서열화된 학교체제로 인식돼 사교육을 부추겨왔다. 소위 영어유치원-사립초-특목고로 가는 길목에서 중학교 단계의 목표가 됐다. ‘글로벌 인재 양성’이란 특성화 중학교가 필요한 것인지 수없이 자문해 봤지만 그 필요성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 요즘 교육계 현안 중 하나가 돌봄교실 문제다. 엊그제 학교와 교육청, 지자체가 역할분담 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학교와 마을에서 운영하는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를 어떻게 통합적으로 운영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돌봄이나 방과후에 대한 욕구는 더욱 크고 다양해졌다. 학교와 교육청, 지자체가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서울시교육청만의 모델을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교직사회에서는 돌봄교실 공간은 학교가, 운영은 지자체가 맡은 방안을 선호한다. 교육감 생각이 궁금하다.

“그동안 교육계는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를 지자체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개인적으로는 이 방안에 공감한다.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 전교조 문제 역시 뜨거운 감자다. 법외조노 부분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전교조 법외노조는 ‘지연된 정의’의 대표적 케이스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 지연된 정의를 바로세울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지금이 그 적기다. 민주당이 선차적 개혁법안으로 이를 해결하거나 정부의 행정명령, 또는 대법원 판결로 해결하는 세가지 방법이 있다. 물론 일부 국민들은 전교조에 부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전교조가 교육개혁을 위해 담당해온 희생과 헌신을 생각하면 법외노조 멍에는 타당하지 않다.”

- 교사들을 힘들게 하는 또 다른 하나는 학교에 위원회가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특히 위원회를 주관해야 하는 교감들의 부담이 크다, 일부 고등학교는 위원회 종류만 38개에 이른다. 정비할 때가 된 거 아닌가.

“공문과 마찬가지로 위원회도 정비가 필요하다. 솔직히 30개가 넘는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들 위원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지 검토해 보겠다. 현장의 의견을 수렴, 꼭 있어야 할 위원회가 아니라면 통폐합하는 방안도 생각해보겠다,”

- 최근 교육감협의회서 교감공모제를 추진하고 있다. 어떤 입장인가.

“학교 운영시스템상 교감의 권한은 제한적이어서 공모교감의 역할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공모교장이 재직하는 학교에 공모교감이 임용될 경우 관리자 간 갈등으로 안정적 학교운영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초중등교육법상 교감은 교무를 관리하고 학생을 교육하며 학교장을 보좌하는 중간관리자이다. 공모제는 학교조직 특성상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과제다.”

- 코로나 19로 정상적인 수업을 받지 못한 고3 재학생들이 대입에서 불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수시 비교과 영역 평가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데.

“공감가는 부분이 많다. 우선 3학년 창체 활동은 시수만 반영해 비교과 활동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본다. 또 교과 및 세특은 정성적 요소에 비중을 둬 학습활동 참여 및 발전 가능성에 기반한 평가가 필요하다.”

- 일부에서는 고1~2학년 과정까지만 올 수능에 반영하자고 주장한다.

“ 수능 출제 범위에서 3학년 1학기를 제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선택과목 중에는 3학년 때 배우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3학년 1학기 출제 범위에서 일부를 빼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학생들은 그동안 원격과 등교수업을 병행하며 학업을 이어왔다. 이를 전면 부정하는 방식으로 수능이 치러지기는 어렵다고 본다.”

- 코로나19는 교육현장에 많는 변화를 가져 왔다.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면.

“긍정과 부정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우선 소득 중하위층 학생들의 교육격차, 교육불평등, 기초학력부진은 굉장히 심각하다. 반면 중상층 학생들은 가정에서 케어가 잘돼 졸업생들과 견주어도 차이가 없다. 걱정스러운 것은 2020 코로나 세대가 향후 수십 년간 이런 세대적 특성을 가지고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 긍정적 측면은 무엇인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학교의 수평적문화, 협력문화, 수업혁신문화가 의도하지 않게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교장선생님들은 코로나 상황에서 굉장한 소통적 리더십을 보여줬다. 교사들도 활발한 학습공동체 활동을 통해 수업나눔과 혁신에 노력했다. 코로나라는 비상한 국면에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수도 있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미래지향적 일반성을 포착할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이같은 분위기가 현장에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한 언론에서 서울시교육청 마스크 구매의 불공정성을 지적했는데.

“절차적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돌아볼 필요는 있다. 하지만 뇌물을 받고 업체를 선정하는 일은 없었다고 본다. 교육감부터 말단 하위직까지 매사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한다. 서울교육행정에 신뢰를 가져도 좋다.”

- 조만간 비서실장 등 측근 보좌진을 교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남은 임기 2년은 혁신교육 2.0을 완성하기 위해 강력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그게 우리를 뽑아준 학부모와 시민들에 대한 보답이다. 거문고 줄을 풀어 다시 조인다는 해현경장(解弦更張)의 마음이다. 다행히 그동안 보좌해준 분들이 대범함을 보여줘 감사할 따름이다. 다만 인사라는 게 변수도 많고 제약도 많아 처음 시도했던 것만큼 실현되지 못 하는 경우도 있다.”

- 혁신교육 2.0을 위한 인사쇄신은 앞으로 예정된 전문직과 일반직 인사에도 적용되는가.

“그렇다. 전문직, 일반직 가릴 것 없이 모든 인사에서 쇄신을 지향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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