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훈·대원국제중 폐지는 정치 놀음 ... 왜 애들 교육 가지고 장난치나”
“영훈·대원국제중 폐지는 정치 놀음 ... 왜 애들 교육 가지고 장난치나”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6.29 20:55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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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미나 영훈국제중학교 학교운영위원장
황미나 영훈국제중 학교운영위원장은
황미나 영훈국제중 학교운영위원장

[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조희연 교육감은 정치인이잖아요. 교육자라면 국제중 폐지와 같은 ‘장난’을 하지 않았겠죠. 아이들한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겁니다.”

29일 서울시교육청 정문에서 침묵시위를 벌인 영훈국제중학교 학교운영위원장 황미나 씨(50). 그는 특권교육과 귀족학교라는 프레임으로 몰아세울 때부터 어느 정도 결과를 예견했다.

하지만 재지정 취소가 통보된 순간, 아들이 다니는 학교가 ‘사회악’처럼 매도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무엇보다 어른들의 왜곡된 진영논리가 아이들에게 ‘누명’으로 남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하던 일 멈추고 교육청으로 뛰어갔다. 잘못된 결정 바로잡고 싶었다. 뒷덜미 잡아당기는 행정을 멈추라고 했다. 애먼 아이들에게 상처 주는 교육, 제발 그만두라고 호소했다. 주변에서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만류 했지만 그는 ‘흔적은 남는다’는 말로 전의를 다졌다.

조 교육감은 지난 2014년 교육감에 당선되자마자 영훈과 대원 두 국제중학교를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그로부터 6년, 지난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한 데 이어 지난 10일 이들 국제중 마저 재지정 취소를 결정했다.

최종 결정권을 쥔 교육부는 조 교육감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국제중 측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결국 자사고처럼 법원의 판단에 운명이 맡겨졌다.

“서울 시내 중학생이 21만 명쯤 됩니다. 그중 국제중 재학생은 990명이고요. 0.4%에 불과한 학교를 없앤다고 21만 명에게 무슨 혜택이 돌아가는 거죠?” 황 위원장은 에듀프레스와 인터뷰에서 “평등교육이란 이름으로 멀쩡한 학교를 문 닫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 학생은 물론 교직원과 학부모 모두 충격이 클 거 같은데 분위기는 어떤가요?

“지금은 좀 가라앉았지만 첫날엔 울음을 터뜨린 엄마들이 많았어요. ‘교육감이 이렇게 멋대로 해도 되느냐’는 분통도 터져 나왔죠. ‘엄마, 우리 학교가 뭘 잘못했어요. 난 너무 좋은데.’ 집에 있던 아이 말에 가슴이 턱 막혔습니다.”

-어떤 점이 가장 속상하십니까?

“누가 그러더군요. 집회를 할 거면 일반 중학교 학부모들이 해야 한다고요. ‘왜 우리는 국제중처럼 질 좋은 교육 안 시켜 주냐’고 따져야 한다는 것이죠. 앞서가는 학교 끌어내리는 게 평등교육인가요.”

- 서울교육청은 정당한 권한 행사이고 공정하게 진행했다고 주장하는데?

“절차는 정당했습니다. 그러나 과정은 불공정했고 교육감은 권한을 남용했습니다.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한 것일 뿐이죠. 시쳇말로 ‘답정너’ 였잖아요.”

- 그동안 국제중은 귀족학교로 불리며 특권교육의 상징처럼 여겨졌습니다.

“학부모들이 집회를 여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 있어요. 정말 ‘사회악’이란 프레임을 씌워놨더군요. 아닌 말로 교육청의 모든 결정을 받아들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아이들한테 돈 자랑한다고 손 가락질 하는 것만은 참을 수 없어요. 좋은 교육 받고 싶어 신청했고 추첨해서 국제중에 들어갔습니다. 이게 욕먹을 일인가요. 그리고 번지수 잘못 짚었어요. 진짜 귀족학교는 따로 있잖아요.”

-조희연 교육감은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요?

“그분도 국제중이 귀족학교 아니라는 거 다 알 거예요. 선생님들은 열심히 가르치고, 학생과 학부모가 만족하는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도 알고요. 하지만 정치인이잖아요. 교육자가 아니죠. 만약 교육자라면 이런 짓을 하겠어요. 국제중 지정 취소는 교육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에 의한 겁니다. 우린 희생양일 뿐이고요.”

- 항의 집회는 계속할 예정인가요?

“애들 교육을 정치적 수단 삼아 장난질해서는 안 됩니다. 이참에 엄마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줄 거예요.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해도 멈추지 않을 겁니다. 흔적은 남잖아요.”

- 만약 교육감은 만난다면 무슨 말을 하시겠습니까?

“취소 결정을 재고해 달라고 간절히 요청해야죠. 어떤 이유에서든 교육의 다양성과 수월성을 포기해선 안되고 학부모의 선택권도 보장돼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하겠다면 아이들이 마음 놓고 학교에 다닐 수 있는 안전한 학교, 모든 것을 믿고 맡겨도 든든한 학교 만들어 달라고 할 겁니다. ‘교육 걱정’ 없는 세상 만들어 준다면 교육감이 무슨 결정을 하건 지지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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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jini 2020-06-29 23:39:30
첫째가 지금 국제중을 다니는데요, 위에서 말하는 "국제중에서 하는 교육을 일반중학교에서 다 할 수 있다면"이 가능했으면 좋겠어요. 둘째는 이런 교육을 못받겠다 생각하면 너무 안쓰러워요...

정해탁 2020-06-29 23:35:01
굳이 잘 굴러가는 학교를 왜 폐지하자는건지 이해가 안됩니다. 그리고, 추첨해서 들어가는 학교가 뭔 귀족학교라는 건지도 이해가 안됩니다. 오히려 해외조기유학안보내고 글로벌 인재 만들어주는 학교가 몇개라도 있는게 좋은거 아닌가요?

2020-06-29 22:39:22
아이들이 무한신뢰하며 , 믿고 다니는 학교가
권력있는 한 사람의 의견으로 존폐가 달려있다는건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Jk 2020-06-29 22:17:39
구구절절 맞는 말씀이십니다. 동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