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누명으로 극단적 선택한 교사... 법원 순직 인정
성추행 누명으로 극단적 선택한 교사... 법원 순직 인정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6.25 17:1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생들 장난에 35년 교직인생 부정당했다” 억울함 호소
경찰 무혐의 불구 교육청 징계 추진에 극심한 스트레스
공무상 재해 의학적 증명 없어도 ‘규범적 인과관계’면 인정
 

성추행 누명을 쓰고 억울함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중학교 교사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이 순직을 인정했다. 자살을 공무상 재해로 인정 않던 종전과 달리 공무상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면 유족들에게 순직유족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는 지난 19일 교사 A 씨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순직유족급여를 지급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유족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전북 부안의 한 중학교 교사였던 A 씨는 2017년 담임을 맡은 같은 반 여학생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이유로 성추행 혐의로 고발돼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수사결과 경찰은 A 교사에게 추행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신체 접촉 정도가 사회통념상 비난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 내사를 종결했다.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학생과 학부모들도 경찰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A 교사의 무죄를 주장하며 학교로 돌아올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한 여학생은 탄원서에서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장난인 줄 알면서도 다리를 만졌다고 진술서에 쓰면 우리가 잘못한 거 선생님이 화 안내실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의 무혐의 처분 했음에도 불구, 전북교육청은 A 교사를 직위해제 시키고 학생인권심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했다. 이후 인권조사위는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면담조사를 실시, A 교사가 체벌 및 성추행 사실이 있다고 결론 내리고 교육청에 신분상 처분을 권고했다.

전북교육청은 즉시 이 사건에 대한 특정감사 계획을 수립하고 징계 등 신분상 조치에 들어가려 했으나 직전에 A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자 조사를 종결했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A 교사는 “학교에서 정말 억울한 일을 당했다. 주변에서 성추행범으로 몰아가고 언론에 보도돼 명예가 훼손됐다. 억울하고 분해 잠이 오지 않는다” 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특히 "35년간 쌓아온 교육자로서 자긍심이 부정되고 수업지도를 위해 한 행동이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성희롱과 인권침해 행위로 평가된 데 상실감과 좌절감이 크다"고 했다.

불면증과 우울증, 불안장애에 시달리던 A 교사는 약물치료를 받던 중 교육청 감사까지 진행되려하자 압박감 등 스트레스가 가중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공무원이 자살한 경우에 공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이로인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 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돼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수 없는 상태라면 공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인과관계는 자살한 사람의 질병이나 후유증상 정도, 요양기간, 회복 가능성 유무, 신체적·심리적 상황 등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순직유족연금지급 요건이 되는 공무상 질병은 공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하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지 않더라도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면 공무상 질병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30여년 간 쌓아온 교육자로서의 자긍심이 부정되고 일련의 조사과정에서 충분한 소명 기회를 갖지 못한데다 앞으로도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데서 깊은 상실감과 좌절감을 느껴 A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보고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앞서 유족들은 공무원연금공단에 순직 유족보상금을 청구했다가 공단에서 거절 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교육청은 학부모 민원청으로 이름 바꾸 2020-06-26 08:33:42
누구의 편이냐를 따지는 것이 중요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교육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집단 내의 사람들을 이리도 몰아부쳐서 될까 싶네요. 숨쉴 구멍을 조여버리니 원.. 국민이 뽑아서 학부모 눈치를 본다는 의견도 있던데 그럼 교사는 국민 아닙니까? 소수 의견 무시하는 것을 교육청에서 몸소 보여주고 있는 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