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인의 교육 樂書] 독서의 강
[원시인의 교육 樂書] 독서의 강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0.06.25 09:14
  •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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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호현 서울배화여중교사/ 시인
신호현 서울배화여중교사/ 시인
신호현 서울배화여중교사/ 시인

학생들에게 독서지도를 하다보면 초등학교와 중학교 사이에는 커다란 '독서의 강'이 흐른다. 초등학교 때에는 독서를 많이 하던 학생들도 중학교에 들어오면서 교과 학습에 치여 독서를 멀리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초등학교 때에는 하루에도 몇 권, 일주일에 몇 십 권씩 읽던 학생도 중학교에 들어와서는 한 달에 1권 읽는 것도 힘들어 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처럼 중학교 때 '독서의 강'을 건너지 못하면 평생 독서를 멀리하는 삶을 살게 된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 독서를 살펴보면, 먼저 동시나 동화책을 읽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동시나 동화책은 아동문학으로서 수준이 높지는 않지만 끝없는 문학적 상상으로 아이들을 판타지의 세계로 끌어 들인다. 이런 상상의 힘은 '창의력의 바탕'이 된다. 기존의 사고와는 다른 상상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되는 것이다. 어쩌면 문학의 힘은 이런 상상을 통한 아이디어의 창출이 아닐까 한다. 다음으로 위인전을 들 수 있다. 위인전은 '바른 마음 큰 뜻'을 가슴에 품게 한다. 이는 아이들을 큰 인물로 성장하는데 기준이 된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지식과 지혜를 얻을 수 있는 비문학 도서들이다. 과학, 사회, 자연, 수학, 미술, 음악, 체육 등 다양한 지식과 교양을 갖춘 도서이다.

중학교에 이르면, 문학과 비문학 영역으로 크게 나눠진다고 볼 수 있다. 문학에서는 시와 소설로 나눠지는데 시는 문학 표현의 5요소인 비유, 상징, 반어, 역설, 풍자로 압축되어 있어 중학생들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깊이 생각해 봐도 작가의 숨은 뜻을 이해하기 어려워 접근하지 못해 멀리 하는 경향이다. 상대적으로 소설은 국내 단편소설이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고전소설도 읽어야겠지만 근현대소설이 문학 독서의 시작이다. 그 후에 외국 단편소설로 이어지고 단편소설 독서가 어느 정도 완성되면 국내 장평소설과 외국 장편소설로 넓혀진다. 비문학도서는 역시 초등학교 때와 같이 다양한 교과 독서로 확대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독서를 살펴보면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동시를 읽던 아이들이 '동'자를 떼어내 시를 읽는 것이고, 동화를 읽던 아이들이 소설을 읽는 것이다. 독서를 지도하는 학부모나 선생님들은 별로 큰 변화를 못 느끼겠지만 그것은 어른의 시각에서 볼 때 그렇다. 학생들의 시각에서 보면 '아이중심'의 책들을 뒤로 하고 '어른중심'의 책들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그 시각 차이가 '독서의 강'이다. 초등학교 때 그나마 독서력이 되는 학생들은 이 강을 뛰어넘고 중학교에서 요구하는 독서를 이어가는 데 문제가 없겠지만 초등학교 때 독서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그 '독서의 강'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가 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독서를 기피하게 되고 교과학습도 뒤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많은 학부모님들이 "우리 아이가 국어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많은 국어 선생님들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대답을 한다. 국어공부를 위해 '문법 공부를 열심히 하라.'거나, '글쓰기나 논술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기에는 국어공부의 범위가 구체적이지 않고 포괄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학 영역이든 비문학 영역이든 책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기본이기에 우선 '책을 많이 읽으라.'고 쉽게 대답하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학부모는 "우리 아이가 책을 많이 읽는데 국어 성적이 잘 안 나와요."라고 울상을 짓는다. 그렇다면 책을 많이 읽는 것과 국어공부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필자는 학부모님들의 국어공부의 비법을 묻는 질문에 좀 엉뚱한 대답 같지만 '시를 5편만 외우라.'고 한다. 국어공부를 위해 시를 외우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영어나 수학은 공부한 만큼 성적이 오르지만 국어는 공부해도 성적이 단기간에 오르지 않고 성적이 오르더라도 일정 단계에 오르면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독서의 강'과도 관련이 있는데 '아이중심'의 독서에서 '어른중심'의 독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문학 표현의 5요소인 비유, 상징, 반어, 역설, 풍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결함이 생긴 것이다. 위의 요소를 몸에서 체득해서 이해하는 데는 위의 요소가 함축된 시를 외우는 것이 가장 빠른 일이다.

학부모의 두 번째 질문을 보면, 그 학생이 많이 읽는 책을 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즉 시나 소설처럼 문학적 도서라기보다는 여전히 판타지 소설이나 흥미 위주의 도서일 것이다. 초등학교 때 동화책을 많이 읽어 상상의 나래를 펴던 아이들이 중학교에 와서 여학생은 판타지 소설에 빠지고 남학생은 무협소설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물론 '독서의 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학생들보다 낫기에 이런 학생들도 중위권 성적은 유지한다. 외국에서 태어났거나 중간에 외국에 나갔다가 들어온 학생들이 국어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문학적 표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를 5편 외우면 국어성적이 90점 이상 되고, 시를 10편 외우면 국어 선생님이 되고 싶어지고, 시를 20편 외우면 저절로 시인이 된다.'는 말이 있다. 국어공부에서 비유와 상징이 함축된 문학적 표현의 체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나타내는 말이다. 옛부터 학자들은 당나라 유명한 율시를 모은 '당률'이나 두보의 율시를 모아놓은 '두율'을 소매자락에 넣고 다니며 외웠다. 시의 깊은 의미를 이해하면 수준 높은 표현을 이해하게 되어 학문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시까지 시를 100편 외우도록 교육한다고 한다. '아이중심'의 독서에서 '어른중심'의 독서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런데 어쩌나.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가는 데는 '독서의 바다'가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고도로 함축된 시를 공부해야 하고 단편소설이 아닌 장편소설로 확대되고 있다. 교과 수준의 독서에서 뛰어 넘는 철학 수준의 독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학교에서는 월별 권장도서가 있다면, 고등학교에서는 월별에 교과별 권장도서가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독서의 바다'든 '독서의 우주'일지라도 결국 그 시작은 '독서의 강'을 슬기롭게 뛰어넘어 독서를 즐기며 생활화 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니 미리 두려워 마라.

(신호현 詩人, 서울배화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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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현 2020-06-26 11:06:03
우선 선생님의 글이 저의 정곡을 찔렀습니다. 초등학교 때 책을 많이 읽던 저의 모습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중학교 수업을 핑계로 이주일에 책을 단 한 권밖에 읽지 않는 저의 모습에 저도 저 자신에게 실망했습니다. 저의 모습을 되돌아보면 저는 선생님의 글처럼 독서의 강을 건너지 못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중학교에 들어온 만큼 초등학교 때보다 독서할 시간이 적은 것은 사실이입니다만 저는 독서할 시간이 충분했지만 다른 핑계로 책을 멀리 했습니다. 초등학교 때와 달리 독서를 자주 하지 않는 제가 오랜만에 책을 읽으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는 내용도 많았고, 책의 종류도 다양해지기 때문에 읽을 책을 고르기도 어려웠습니다. 신호현 선생님은 그것을 ‘아이중심’ 책에서 ‘어른중심’책으로 변화하였다라고 표현(김O경)

신호현 2020-06-26 09:58:50
많이 읽었던 나는 어려운 단어가 많고 두꺼운 책들을 보고 책을 조금씩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원시인 선생님의 글을 읽고 저는 독서의 강을 열심히 헤엄쳐나가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조금씩 어려운 책들도 시도해보고, 너무 학교 진도만 공부하지 않고 가끔씩은 재밌는 책들도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책 한 권을 읽고 그 책에 빠져 그 책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는 일도 앞으로 많이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원시인 선생님께서 항상 말씀하시는 시도 자주 외워야겠습니다.(이O안)

신호현 2020-06-26 10:20:19
일단 독서의 강,바다 청소년기 시절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건너야 하는 것입니다. 초등학생,유치원생 같은 경우 고작 개울,연못에 불가했던 것이 모이고 모여 강이 되고 바다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개울과 연못을 잘 건넛다 하여도 강과 바다를 건너지 못 한다면 그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지요. 즉 기초를 잘 다져야 심화로 특화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뉴스에 의하면 많은 부모들이 자식에게 선망하는 것은 '독서'가 아닌 '문제집'이라 합니다. 책 한쪽만 더 읽으렴이 아닌 문제집 한 쪽만 더 풀으렴 이 된다 하네요. 그것도 자기 자식의 실력을 모르고 너무 많은 것을 바랍니다. 그런 부모의 뜻에 지쳐 결국 나쁜 결과를 초래하죠.학습지,그것은 책을 토대로 만든 책의 일종입니다....(김O희)

신호현 2020-06-26 09:57:59
중학교에 가면 초등학교 때보다 책을 적게 읽게 된다는 말이 공감되었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예습을 하지 않아도 학교수업을 열심히 들으면 충분히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는데, 중학교에 입학하니 예습복습을 하지 않으면 진도가 점점 뒤처져, 책을 읽을 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또 자주 가던 도서관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때문에 문을 닫았고, 학교에도 갈 수 없어 학교 도서관을 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중학교에 올라온지 얼마 안됐는데도 초등학교 때보다 책을 훨씬 적게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어떤 책을 얼마나 읽든 별로 신경쓰지 않으시던 부모님도 갑자기 코스모스, 내 안의 물고기, 사피엔스 등의 어렵고 두껍고 생각이 많아지는 책을 읽으라고 하셨습니다. 단편소설이나 이야기책, 판타지 소설 같은 재밌는 책을

신호현 2020-06-26 09:59:52
선생님께서는 매번 좋은 글을 쓰시지만 이번 글은 유독 공감을 하며 읽게 되었던 글이 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이 배화여중 신호현 선생님과의 수업 전에는 '시'에 대해 어렵게 생각했었고 시에 대한 흥미 또한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시를 5편이상 외우면 국어시험을 90점 이상 맞을 수 있고 시를 10권이상 읽으면 국어 선생님이 될 수 있고 시를15권이상 읽으면 시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해 주셨습니다. 또 처음엔 뭐 5편만 외우지 90점 이상만 되면 되잖아?라고 생각했었지만 국어A수업을 들으면 들을수록 음..나도 좀더 노력해서 더 외워볼까? 싶은 마음에 제 목표는 10편이상 외우기가 되었고 또 듣다보니 15편 도전해 볼까?라는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또 중학생이 되고,더욱 공부해야하는 내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