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인의 교육樂書] 전국의 자유학년제 중1 학생들에게
[원시인의 교육樂書] 전국의 자유학년제 중1 학생들에게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0.06.13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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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호현 서울배화여중 교사/ 시인
신호현 배화여중교사/ 시인
신호현 배화여중교사/ 시인

기대하면서 기다리던 오프라인 수업이 끝나니 다시 온라인 수업으로 돌아가는구나. 코로나 19로 5차례 개학을 연기하고 입학식도 제대로 못한 채 중학생이 되었던 너희들이었지. 아마 올 어린이날에는 어린이도 아니고 청소년도 아닌 채 공부방 컴퓨터 모니터 속에 갇혔겠지. 마치 쑥과 마늘을 먹으며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인간이 된다는 신화를 믿으며 배달의 민족 음식을 먹으며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었지.

드디어 100일이 지난 6월 8일에 중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교복을 입고 교과서가 든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왔지.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길게 줄을 선 너희들은 바이러스 오염을 각오했듯이 굳은 표정으로 선생님들을 보았지. ‘아직도 하루에 수십 명씩 걸리고 또 죽기도 하는 코로나 19에 얼마나 두려웠겠니?’ 선생님들은 그런 너희를 보며 안아줄 수도 손잡아 줄 수도 없었단다.

군대에 가면 전투수칙을 줄줄 외우듯 선생님들도 코로나 안전예방 수칙을 외우듯 수없이 연수하고 회의하면서 소독 물휴지, 1회용 라텍스 장갑, 위생 봉투 몇 개, 덴탈 마스크 등을 담은 코로나 키트를 선물로 준비했지. 운동장마다 복도마다 사회적 거리 표시를 하고 소독약과 소독 물휴지를 준비했지. 열화상 카메라를 지나는 긴장된 너희는 동물병원에 입원한 강아지처럼 쓸쓸해 보였지. 신발장을 거쳐 교실에 들어온 너희는 또다시 두렵고 떨렸겠지.

전화와 SNS 속에 채팅으로, 전화상담으로, 그리고 수업시간에 행아웃 미트로 만나던 담임 선생님과 친구들을 실제 얼굴로 대면했지. 하지만 마스크는 여전히 친구들 사이에 벽처럼 마음을 차단하고 있었지. 반가운 마음이야 눈인사로 하지만 행아웃 속 그 친구가 그 친구인지 알 수 없어서 말을 걸기도 어색했지. 첫 만남이 아닌 첫 만남에 어리벙벙한 분위기가 유지되었지. 마스크를 벗으면 금방이라도 손잡고 끌어안아줄 친구들이건만 짝도 없이 책상도 최대한 떨어진 사이다.

1교시 창체로 교장님 인사로 개학식을 대신하고 학년부장의 1주일 일정 안내와 보건 선생님의 코로나 주의 영상 안내에 이어 2교시부터는 수업시간마다 행아웃 미트 속이거나 영상 수업 속에 선생님들이 마스크를 쓰고 나타나셨지. “애들아! 반가워!” 손을 흔들고 눈웃음을 던져주시는데 너희는 손을 흔들기도 반갑게 소리치기도 어색했겠지. 물론 마음은 강아지처럼 연실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는 것을 알지. 아무 이야기나 떠들고 싶었다는 것을 알지.

최고로 맛있다고 소문난 급식을 먹으러 가기 전에도 다시 온도 체크를 하고 마음은 마구 달려가는데 방역사 도우미 선생님들의 안내를 받으며 배식을 받았지. 칸막이가 쳐진 식탁에 지그재그로 앉아 홀수 번호 짝수 번호를 구분해 가면서 자리에 앉았지. 어쩌면 처음으로 마스크를 벗어 코로나 키트 위생봉투에 담고 밥을 먹었지. 양도 푸짐, 맛도 푸짐한 급식을 먹으니 절반만 먹어도 배가 부른 듯 반은 잔반이더라.

오후에는 더워서 에어컨을 틀었고 공기청정기는 지침에 따라 켜지 않았지. 대면 접촉을 줄이고자 쉬는 시간을 5분으로 단축했기에 종이 울리면 서둘러 환기를 시켰지. 섭씨 25도가 넘어도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아 여전히 주변을 뱀처럼 어슬렁거린다. 우리는 발뒷꿈치를 물리지 않으려는 듯 뒷꿈치를 들고 다녔다. 종례가 끝나고 신발장 순서에 따라 담임 선생님과 방역사 선생님들 간에 긴밀한 연락으로 하교 순서가 정해지고 너희들은 썰물처럼 교정을 빠져나갔단다.

그렇게 다섯 번 1주일 동안 다녀가더니 너희는 다시 온라인 모니터 속으로 들어갔구나. 그 사이에 너희들은 기초진단고사로 중학교에서 첫 시험도 보았고, 영어 듣기평가도 했지. 친구들도 만나 약간의 배화도 나눴고, 수업시간에 발표하는 친구들 박수도 치고 칭찬도 날려주었지. 마지막 금요일 창체 시간에 학급 회장과 부회장, 서기와 각부 부장 선출도 했지. 선생님들과 실제 수업을 하면서 약간 낯선 메론맛 같기도 하고 망고맛 같기도 한 중학교 수업의 참맛을 조금 맛보았지.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라.”,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들으면서 다행히 너희는 잘 다녔지. 아픈 사람도 결석한 사람도 별로 없었지. 중간에 두 학생이 열이 있어 코로나 선별센터에 가서 검사한 결과 다행히 음성 반응이 나왔지. 선생님들은 너희들이 공부를 못해도 건강한 것으로도 예쁘단다. 물론 잘하면 더욱 예쁘단다.

학교 나오는 동안 줄을 서고 소독을 하고 여러 가지 선생님들의 지시에 잘 따라줘서 고맙단다. 그동안 못한 것들을 하느라 이것저것 써서 제출하고 수행평가도 하느라 고생 많았다. 이제 또다시 온라인의 바다를 건너야 하는구나. 아니 어쩌면 오프라인 학교의 바다를 무사히 건넌 것인지도 모르겠구나. 어느 것이 바다인지 어느 것이 산인지 모르지만 세상은 어차피 거친 파도를 넘는 일이고 험한 바위를 오르는 일이란다. 푸른 바다 저 편에는 신세계가 펼쳐져 있고 험한 산 너머에는 안락한 평야가 있기 마련이란다.

이번 1주일의 중학교 생활로 너희들은 비로소 중학생이 되었단다. 이제는 마음껏 ‘우리 학교’라고 자랑하고 또다시 등교할 3주 후를 기다려도 좋단다. 그동안 보았던 학교생활이 전부는 아니지만 모두를 본 것인 양 가족들에게 마구 떠들어도 좋단다. 그러면서 다음 등교를 마음속으로 단단히 준비할 너희를 생각하면, 선생님들도 학교에서 더 많을 것을 준비하련다. 그동안 미뤄둔 자유학년제 프로그램도 2학기에는 마음껏 했으면 좋겠구나.

그동안 코로나의 비정상적인 생활 속에서 우리는 사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지. 학교 가기 싫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학교를 못 가니 학교가 더없이 그리워졌지. 선생님들의 잔소리가 싫었지만 막상 선생님들의 잔소리를 들으니 하나하나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체험을 했지. 어느 해보다 너희들이 인사를 잘하고 착하게 따라주는 모습에서 선생님들은 모두 감사했단다. 교실에서 활기차게 수업하고 친구들과 손잡고 노래하는 그런 날을 기다리며 우리 모두 파이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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