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인의 교육樂書] 우리가 가르쳐야 할 것 세 가지
[원시인의 교육樂書] 우리가 가르쳐야 할 것 세 가지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6.12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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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호현 서울배화여중 교사/ 시인
신호현 서울배화여중교사/ 시인
신호현 서울배화여중교사/ 시인

우리 속담에 '떡 줄 사람은 생각지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말이 있다. 이웃 간에 떡 냄새가 솔솔 나서 떡 한 접시 먹을 요량으로 김칫국을 마시고 있는데 이웃에서는 떡 줄 생각도 않고 있다.

치료하는 의사는 생각하지도 않는데 환자는 다 나은 것이라 생각한다면, 법관은 무죄 판결할 생각도 없는데 무죄라고 말하고 다닌다면 어떨까. 교사가 가르칠 생각도 않는데 학생들은 배울 기대를 하고 있다면 어떨까.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배우고 싶은 것을 세 가지 적어보라 했다. 공부, 인간관계, 특기와 적성, 인성, 배려, 공부방법, 예절, 특목고, 진로 등등 세 가지로 압축해 보면 공부, 인성, 진로라 할 수 있다.

학교는 이 세 가지를 다 잡으려고 다양한 수업방법으로 열심히 가르치고, 혁신학교다, 자유학년제다 다양한 행사로 인성교육과 진로를 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공교육의 교과수업, 인성교육, 진로교육보다는 사교육의 공부가 학생들의 미래 결정에 더 영향력을 끼치는 바람에 여전히 미래를 꿈꾸고 더 높이 오르려는 학생들은 학원으로 달려가고 있다.

    우리 선생님들에게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것 세 가지 말해보라 했다. 사랑, 존중, 배려, 인성, 위기대처능력, 신앙, 정체성 등등이다. 그런데 정작 선생님들은 공부를 우선으로 꼽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공부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부는 성공으로 나아가는 문이지만 결국 인생을 '성공만의 문제'보다 '행복의 문제'로 폭넓게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선생님들이나 어른들은 그 성공의 문을 열고 왔기에 지금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사랑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학교에 와서 수업하는 시간에 선생님들의 학습지도안에는 성공을 위한 '공부'와 행복을 위한 사랑 존중 배려의 '인성' 또는 문제해결을 통한 '인간관계'를 얼마나 가르치고 있는가.

필자 자신의 지도안을 돌아보면, 젊은 시절에는 아무래도 공부의 비중이 많았다면 요즘에는 인성교육의 비중이 커졌다. 잔소리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물론 학생들은 예전보다 지금이 선생님들의 수업내용에 대해 인성보다는 교과 수업을 더 요구하고 있는 경향이다.

   우리가 버스나 지하철을 타보면 운전자와 승객이 직접 만나 약속하지 않았어도 버스나 지하철이 어느 경로를 거쳐 어디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승객은 편안히 스마트폰을 하거나 쪽잠을 잘 수가 있는 것이다.

학교교육도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직접 약속을 하지 않았어도 학생들이 믿고 따를 만한 공동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 학교가 지향하는 목표, 교육부가 지향하는 목표, 국가가 지향하는 목표가 체계화되었을 때 학생들은 안정적인 교육 분위기 속에서 공부를 할 수 있다.

    흔히 교육은 백년지계(百年之計)라고 한다. 정치나 언론의 영향을 받지 않는 교육이념이 있다면, 그 첫째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정신'이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는 일'이 아닐까 한다.

홉스는 '인간은 이기적이다'라고 했다.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기에 교육을 통해서 이타적 존재로 만들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인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은 이기적인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고, 가장 어려운 것은 이타적인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다.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민주 시민으로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가르쳐야 한다. 선생님들이 약속하지 않았어도 함께하고 있는 목표이다.

    둘째는 '전인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전인적 성장을 위해 2015 교육과정에서는 자기관리, 지식정보처리, 창의적 사고, 심미적 감성, 의사소통, 공동체 의식 함양의 6가지 핵심 역량을 강조했다.

인생을 살다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때로는 자기가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할 때가 있다. 학교는 언제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잘 감당할 수 있는 전인적 인간을 육성하는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 12-14개 교과목 선생님들이 시간을 적절히 분배하여 고무찰흙과 같은 학생들에게 AI로봇보다 훌륭한 인간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내면에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게 하고 자신의 진로와 삶을 개척하여 창의적인 인간이 되어 주어진 코드를 무한정 벗어나는 인간을 가르쳐야 한다.

   셋째는 '교양 있는 사람'이다. 교양 있는 사람 하니까 '표준어의 기준'이 떠오르는데 교양 있는 사람의 기준이 모호한 것은 사실이다. 모호한 만큼 여기에 다 포함시킬 수 있다. 흔히 우리가 인성이라 하는 인간의 품성과 도덕적 가치를 넘어 인류 문화를 향유하고 발전시키는 힘이 바로 교양이다.

어쩌면 AI로봇과 구별되는 인간의 우월성이기에 가장 어려운 과제이고, 교육이 열심을 내고도 욕을 먹는 부분이기도 하다.

   교육의 다양성을 세 가지로 압축한다는 것은 쉽지 않기에 포괄적인 핵심어로 아울러 보았다.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우리가 한 번쯤 올려봐야 할 정상들이다.

위의 세 가지 요소 중 학교교육의 결과 평가가 두 번째 요소에 집중되어 있고 그 중에서도 '인지적 수학능력'에 따라 학생의 미래가 결정되는 경향이 농후하다. 평가 영역이 단순할수록 학교와 선생님들은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 무시당하고 사교육이 난무하게 된다. 학교교육은 '경험중심'으로 가는데 교육평가는 여전히 '지식중심'에 의존해도 학교와 선생님들은 힘들다.  

    교육철학자 존 듀이(John Dewey)는 "교육의 참된 목적은 각자가 평생 자기의 교육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고 했다. 어쩌면 교육은 학교교육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가정교육에서 시작하여 학교교육, 사회교육으로 이어져 평생교육이 되고 있다.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려면 평생 배워야 한다.

프랑스의 작가 조제프 주베르(Joseph Joubert)는 "아이에게는 비평보다는 몸소 실천해 보이는 모범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요즘 열심히 반면교육을 하는 정치, 언론 역시 학생들이 보고 배우는 선생님이다. 가정에서 어른으로, 사회에서 선배요, 리더로 언제나 교육의 주체가 되는 우리는 비평보다 '실천해 보이는 모범'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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