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프레스 눈] 제발 듣는 척이라도…
[에듀프레스 눈] 제발 듣는 척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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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6.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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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형 인천교원단체총연합회장
이대형 인천교총 회장
이대형 인천교총 회장

6월 8일부로 초등학교 5, 6학년, 중학교 1학년의 등교 개학이 이루어진다. 100일 가까이 학교를 가지 못했던 학생들에게 다행인 일이지만 불안감과 불편함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필자가 몸담고 있는 인천 지역의 경우 확진자가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선생님과 학생 확진자가 생겨 제한적인 등교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여전히 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도 많은 고통이 따르고 있다.

교육 당국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인지하고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현장에서는 고충이 크다.

여러 차례 현장의 어려움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전하고 있지만 개선은커녕 더 복잡한 지침만 내려오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어려움을 전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이들에게 쓴 소리를 전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는 아침마다 그야말로 전쟁을 치른다. 등교 시간에 맞춰 아이들의 안전거리 유지, 발열 체크를 철저하게 수행한다. 뿐만 아니라 3월부터 적용된 ‘민식이 법’에 따라 학교 앞 안전도 고스란히 학교의 몫으로 넘어왔다. 조회가 끝날 때면 이미 선생님들은 녹초가 된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10시 전까지 자가진단을 하지 않은 학부모님들께 개별적으로 연락을 해야 한다. 교육청에서는 자가 진단에 모든 사활을 건 듯 독촉을 해댄다. 매일매일 빚쟁이 마냥 전화를 해야 하는 담임 선생님에게 짜증 섞인 학부모님의 푸념은 이미 일상이 돼버렸다.

학생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빠르게 조치하겠다는 교육부의 취지를 모르지는 않지만 이런 식은 아니다. 증상이 있는 경우에만 보고를 하기도 바쁜데 전수 조사를 아침마다 강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식으로 자평할 때마다 현장에서의 한숨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 제기를 이미 했음에도 개선은커녕 더 구체화된 지침만 내려오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고 나면 지칠 수밖에 없다. 실제 현장에서 수업 한 번 해보지 않은 이들이 책상에서 결정한 지침은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흠뻑 젖은 마스크를 벗을 수도 없이 급식 지도에 하교 지도까지 해야 하는 삼중고를 헤아려주길 바란다.

부총리께서는 수업 이외의 잡무를 최소화하여 교육력을 집중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말이 무색하게 관성에 의한 사업들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미 편성된 목적 사업비를 집행할 것을 교육청은 종용하고 있다.

학교마다 애물단지가 돼 버린 목적 사업비 때문에 전전긍긍인 상황이다. 아이들이 등교하지 않는 상황에서 각종 목적 사업을 어쩔 수 없이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위기 상황일 때 과감하게 사업 예산을 방역에 치중할 수 있도록 변경해주거나, 미집행된 금액에 대해서는 반납이 가능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상머리에서 실무를 처리하는 이유에서 단위 학교의 목적 사업비의 완전 집행을 종용하거나, 향후 사업 선정에서 불이익을 주려고 한다면 교원단체 입장에서는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학교의 활동을 원활히 지원하는 것이 교육청의 의무이며 본령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학교의 안전을 위해 24시간 대기한다는 교육감의 이야기가 허언이 아니기를 바란다. 보여주기 식으로 학교를 찾아 온도 측정 몇 번 해주는 것으로 보여주기 식의 쇼를 하지 말길 바란다.

학교에서 학생 확진자가 발생하면 엄중 조치를 하겠다는 부산시교육청의 공문이 논란이 됐었다. 모두가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헌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작태를 보고 있노라면 힘이 빠지는 것을 넘어 분노하게 만든다.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전달하면 부디 듣는 척이라도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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