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인의 교육樂書] 그리운 것은 바다다
[원시인의 교육樂書] 그리운 것은 바다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6.06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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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호현 詩人, 배화여중 교사
신호현 서울배화여중 교사/ 시인
신호현 서울배화여중 교사/ 시인

우리의 곁에서 끈질기게 교육을 훼방하는 코로나 19는 3차 등교 개학 3일 차에 전국 514개 학교에서 등교를 못하고 있다. 8일부터 4차 등교 개학으로 초 5, 6학년과 중1 학생들이 개학을 맞는다.

학생들은 학교에 나와서 좋다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와 철저한 학교 방역으로 서로 거리를 두고 서로 경계한다.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받으며 가까운 친구라도 가까이 갈 수 없다.

학교에 나오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노래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학교교육 정상화가 최대의 관건이다. 아슬아슬 징검다리를 건너듯 서로 조심해야 하기에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인간은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 속 남, 여 두 성을 모두 가지고 있던 헤르마프로디투스가 제우스의 의해 남자와 여자로 갈라지게 되면서 이성을 그리워하는 절대고독을 가지고 있다. '노인들의 3고(苦)' 중 가장 힘든 것이 '고독'이라 말하는 이도 있다.

사람들은 미우나 고우나 살아가면서 서로 얽히고 꼬여지면서 살아가야 한다. 혼자서는 살 수가 없다. 서로 모여살면서 사회를 구성하고 역할을 나누고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 편리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혼자 사는 것보다는 둘이 살고 둘보다는 여럿이 모임을 만들고 어울려 사는 것이다. 

   딱딱한 도시에서 많은 사람들이 어울려 살다 보면 서로 부딪히고 깨어져 상처를 입는다. 서로 역할이 분배되지 않아 갈등이 생기고 경쟁이 생긴다. 경쟁을 위해 몸으로 부딪히기도 하지만 정신적 스트레스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한 번 상처를 입으면 다시 아물기가 힘들다. 상처가 있을 때마다 만나서 대화를 하고, 차도 마시고 식사라도 하면서 속엣말을 나누다 보면 상대의 진심을 알게 되고 다시 상처의 감정을 풀게 된다. 하지만 상처를 받으면 미운 감정이 일어나 상대와 말하기도 싫고 식사하는 일은 더욱 꿈에도 꾸기 싫다. 그러기에 서로의 상처는 가슴에 쌓여가고 먼지처럼 툭툭 털어 잊기는 더욱 어렵다.

    갈등(葛藤)이라는 말이 있다. '칡넝쿨'과 '등나무'라는 말이다. 서로 얽히고 꼬여져 자라는 식물이다. 가까이 있을수록 더 얽히고 꼬여진다. 차라리 멀리 떨어져 있다면 상관이 없어 얽히거나 꼬여지지도 않는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집에서는 가족이거나 친척, 학교에서는 친구이거나 선생님일 것이다. 가장 소중한 사람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결국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을 끌어안고 높이 솟구치는 것이 '칡넝쿨'과 '등나무'이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인간관계 기술을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사회에 나가서도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터득하기 어렵다. 부모나 형제로부터 받는 무시, 거절, 폭력, 분노, 원망, 좌절의 인간관계는 사회에 나가서 연결된다. 가정교육이 학교교육, 사회교육으로 연결되는 이유이다. 갈등이 스스로 해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었을 때 사회문제로 확대되는 것이다.

이유 없는 반항과 묻지마 폭행이 살인까지 이어지는 이유이다. 어쩌면 인간이 가진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는 절대고독이거나 서로 얽히고 꼬여진 갈등을 제대로 해결되지 못해 불행을 자초하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모여 살아도 우리 인간은 갈수록 더 고독하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은 더욱 증폭된다. 그런데 이러한 '증폭된 갈등을 풀어내기 위한 자정 작용'으로서 보이지 않게 서로 씻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 첫째가 독서이다. 시(詩)에서 '기승전결'의 구조나 소설에서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구조는 우리 내면의 사고를 끌어올렸다가 떨어지는 구조를 통해 클라이맥스(climax)를 누리고 카타르시스(katharsis)를 맛보게 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을 관람하는 것은 관람자가 배우의 정서들을 대리적으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카타르시스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하였다.

   둘째는 영화나 연극, 뮤지컬을 한 편 보는 것이다. 이런 예술 작품의 뛰어난 구성은 결국 배우들의 갈등을 통해 관람자들의 내면 갈등, 즉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수 있는 것이다.

셋째는 놀이공원이다. 놀이공원에 가서 자이로드롭이나 바이킹을 타는 이유도 클라이맥스와 카타르시스의 원리가 숨겨 있다. 넷째는 힘들여 산을 오르고 바다에 가서 파도타기를 즐기면 몸이 오르내리는 활동을 통해 갈등 감정까지 씻어내릴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많이 깨어졌다. 어떤 이는 돌이키지 못하는 죄를 짓거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는 경우도 있다. 날씨는 여름으로 치달리고 있는데 섭씨 25도가 넘어도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는다.

바다는 파도타기를 통해 갈등과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도시에서 부딪혀 깨어진 상처를 치유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 인간은 어머니 뱃속 양수에서 생명을 키워왔던 원초적 고향이기에 심리적 이완의 공간이기도 하다.

   코로나 19로 올 여름방학 때는 해외여행이 물건너 갔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곳곳이 우리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동안 온라인으로 공부하느라 작은 스마트폰이나 모니터 속에 가둬두었던 우리 아이들의 눈길을 바다로 끌어보자.

남들이 많이 가는 바다보다는 한적하고 오롯한 바다에서 파도를 타고 석양을 바라보면서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갈등을 풀고 원초적 사랑을 회복하자. 코로나 19가 독사처럼 어슬렁거리는 도시 골짜기에서 올 여름에 더욱 그리운 것은 바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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