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은혜와 덴탈마스크
[기자수첩] 유은혜와 덴탈마스크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6.04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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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등교수업 상황 등을 점검하기 위해 4일 충북 청주시 오송고등학교 방문해 학생 및 교직원들과 간담회하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등교수업 상황 등을 점검하기 위해 4일 충북 청주시 오송고등학교 방문해 학생 및 교직원들과 간담회하고 있다.

[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학생 열은요?” 4일 충북 오송고를 찾은 유은혜 교육부총리는 교사들과 간담회 자리에 앉자마자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현장점검차 방문한 이 학교 학생 한 명이 감기 기운을 보인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유 부총리는 이날 학생 발열체크부터 보건실, 급식실, 진학상담실을 일일이 둘러보며 방역 준비 상황을 살폈다. 교실 환기는 제대로 되는지, 에어컨 어떻게 가동하는지, 마스크와 소독제를 충분한지 등을 꼼꼼하게 챙겼다.

함께 걷던 교장이 “마스크는 충분합니다” 라고 말하자 “선생님들 것도 있나요”라고 물었다. 학교를 둘러보는 동안 마주친 학생들은 “우와, 대박사건” 하면서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진학상담실 앞을 지나던 그는 학년부장 교사를 만나자 ‘미안하다’며 먼저 위로의 인사를 건냈다. 이어 “선생님들께 너무 미안하고, 너무 고맙다. 선생님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 선 교사들은 지금 사투(死鬪) 중이다. 온-오프라인 수업에 학생들 열은 나는지, 자가진단은 하는지, 마스크는 제대로 쓰는지, 띄엄 띄엄 급식 먹고 다니는지 일거수 일투족 놓치면 안된다.

그 뿐인가. 3분의 1등교, 3분의 2 등교 하다보니 수시로 바뀌는 학사일정에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학부모들 항의도 고스란히 교사들 몫이다. “이렇게 불안한데 왜 등교수업을 하느냐”고 따지고 한켠에서는 “교사들만 편한거 아니냐. 애들 등교시키라”고 억지를 부린다.

교육부, 교육청서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공문처리에도 숨이 막힐 지경이다.

무엇보다 교사를 괴롭히는 건 마스크다. 3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 두 어 시간 수업하고 나면 마스크는 흐르는 땀과 침 범벅이다. 다시 쓸수도, 쉽게 버릴수도 없다. 화장기 있는 여교사들 고충은 더하다.

덴탈마스크라도 쓰면 좋으련만 구할데가 없다. 만에 하나 있다 해도 학생들은 KF94에 헉헉대는 데 혼자만 사용하는 거 편치 않다. 교육당국은 도대체 뭐하는 걸까. 시쳇말로 (속으로)욕 나오는 나날이다.

유 부총리는 이날 교사들 앞에서 강한 어조로 말했다. “앞으로 언제 어떤 일이 어떻게 누구에게 일어날지 예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런 위기 앞에서 그냥 멈추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교육이 새로운 길을 찾아가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한 번은 반드시 겪어야 하는 과정이고, 피해가거나 뒤쳐져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적극적으로 새로운 길을 찾고 열어나가자”고 호소했다.

그는 또 “모든 문제 해결의 답은 현장에 있다는 말처럼 현장에 나올 때마다 얼마나 학교 선생님과 교직원분들이 고생하고 있는지, 어떤 것을 더 지원해야 하는지 현장을 통해 본다”고 말했다. 부총리의 발언은 언론에 즉시 큼지막한 사진과 함께 보도됐다.

학교를 빠져 나오는 순간, 선생님들이 걸어놓은 플래카드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꽃피는 봄을 지나 초록빛 여름에 만난 제자들아 반갑다! 사랑한다!’라고. 역시 천생 선생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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