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칼럼] "나는 교육부의 전략을 믿지 않는다"
[박정현 칼럼] "나는 교육부의 전략을 믿지 않는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5.26 16:5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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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정현 한국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現 인천만수북중 교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고3등교 첫날 서울경복고등학교에서 학생 발열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고3등교 첫날 서울경복고등학교에서 학생 발열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나는 탁상 위의 전략을 믿지 않는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대장 에르빈 롬멜(Erwin Rommel)이 남긴 말이다.

영국 수상 처칠은 “이 전쟁의 참상과 상관없이 개인적 평가를 해도 된다면 나는 그를 위대한 장군이라 말하고 싶습니다.”라며 롬멜에 대해 극찬을 하였다.

기갑장교였던 롬멜의 일과는 차량의 상태를 직접 정비하고 지도가 아닌 실제 지형을 관측하고 분석하는 일부터 시작하였다고 한다. 기갑장교 출신인 필자 입장에서 롬멜의 이러한 자세는 하나의 지침이자 귀감이었다.

탁상에서 이루어지는 전략은 큰 얼개를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전장의 상황에서 잘못된 전략은 독(毒)이 될 수 있다.

지난 수요일부터 고등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대면 개학이 이루어지고 있다. 개학의 필요성이나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 대한 언급은 차치하고, 현재 시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을 살펴보겠다.

교육부에서도 많은 고심과 함께 내린 결정이겠지만 현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탁상 위의 전략’으로밖에 볼 수 없는 일들은 과감히 고쳐야 한다.

현재 담임 선생님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자가진단’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등교 전 자가진단을 반드시 실시하고 입력을 해야 등교가 가능하며, 담임 선생님은 이를 보고해야 한다. 보건 관리를 필요하다는 교육부의 입장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 문제 때문에 바빠도 너무 바쁘다. 지역마다, 학교급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교육부의 생각처럼 자가진단을 실시하고 입력을 해주지 않는다. 맞벌이 부부, 야근을 마치고 온 경우, 스마트폰의 간단한 운용도 어려운 경우 등 너무도 많은 경우가 있고 넘쳐나는 메시지에 깜빡하고 응답을 잊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보고를 해야 하는 담임교사 입장에서는 또다시 전화를 하고 응답을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 등교한 학생들의 보건과 안전지도를 해야 하고,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여전히 전화기를 붙들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별한 증상이 있는 경우만 보고가 이루어지게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보고를 한다고 해서 교육청이 해주는 것도 없으면서 왜 시간을 촉박하게 잡는지 모르겠다는 현장의 원성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24일 교육부 관계자는 고3의 경우 90~96%가 매일 자가진단에 참여하고 있다며 지침이 원활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수치가 가능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가 있었는지 생각한다면 이런 식으로 자평하는 것은 옳지 않다.

너무도 복잡한 매뉴얼이 만들어져 내려오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의 일들이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고를 위한 보고는 철저히 지양되어야 한다. 교육부에도 분명 학교 현장을 경험했던 전문직이 있음에도 현실의 상황을 이토록 간과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탁상에서 지도만 보고 긋는 선 몇 개에 현장에서는 엄청난 혼란을 겪는다. 짧은 준비 시간 동안 철저한 방역 대책과 체계적인 시스템을 교육부에서 마련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해하는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학교 현장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에 귀기울이고 형식적이고 관성에 얽매인 면피성 발언만 하지 않기를 부탁한다. 우수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몇몇 학교를 방문해 웃으며 자평할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다수의 학교를 생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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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소 2020-05-27 14:51:34
잘되면 자기들 덕이고, 잘못하면 학교 방역 지침 미준수에 강력 지적질..

매우공감 2020-05-27 06:21:50
현장교사의 고충을 너무나도 확실하게 짚는 글이네요. 좋은글입니다. 근데 교육부는 이걸보고도 아무생각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