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종 교육시론] 등교수업, 안전하진 않지만 덜 위험하다?
[박은종 교육시론] 등교수업, 안전하진 않지만 덜 위험하다?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0.05.20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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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드디어 굳게 닫혔던 교문이 열렸다. 5번째 연기됐던 유초중고교의 등교개학이 드디어 시작됐다. 5월 2일 오늘부터 고 3 학생부터 등교했다. 전국 44만여명이 교실에 모인다.

코로나 사태로 다섯 차례 미뤄졌던 등교 수업이 고3을 시작으로 오는 6월초 유치원생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마침내 시작되는 등교개학을 앞두고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들의 우려가 크다.

다섯 차례 연기됐던 등교개학은 5월 20일 고3, 27일 고2. 중3, 초1-2, 유, 6월 3일 고1, 중2, 초3-3, 마지막으로 6월 8일 중1, 초5-6학년이 학교에 나오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사실 진학과 취업 및 각종 평가를 앞둔 고3 학생들의 경우 교사와 대면하는 수업이 시급해 더 이상 등교를 미룰 수 없다.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도 잦아들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등교개학을 해도 방역 당국의 감염병 통제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그래도 일부 집단 감염이 발생하는 등 불씨는 남아 있고, 불안과 우려는 여전하다. 학생 건강과 안전에는 추호의 여지도 없다. 물샐틈 없이 완벽해야 하는 것이다. 건강과 안전을 위해 등교를 연기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한 인원이 22만명을 넘어선 것도 이런 이유다.

교육부와 질병관리본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은 현재 지역감염 상황은 우리 방역망이 감당할 수준으로 보고 있다. 고3 학생들부터 등교수업을 시작하는데 안전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와 학교, 가정이 힘을 모으면 안전한 등교수업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발생한 지역감염은 다행히 안정되고 있지만 다소 느슨해졌던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대 경종을 울렸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생활 속 거리두기와 방역활동에 국민들의 동참과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더불어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등교수업 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고3의 경우 매일 등교하고, 고2 이하는 학교장 재량에 맡기기로 했다. 학급·학년별로 등교와 원격수업을 한 주씩 번갈아 하는 격주제, 1주일에 한 번 등교하는 등교 5부제, 오전·오후반으로 나누는 2부제 등이 거론된다. 단위 학교별로 설문조사를 시행 중이다.

기본적으로 고1-2는 학년(학급)별 격주 등교를 권장하고 있다. 중학교는 원격수업과 등교수업 병행, 수행평가 등으로 주 1회 이상 등교 수업, 학년·학급 순환 등교 등은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해 시행토록 권고했다. 초등학교 역시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하고, 학년·학급별 주 1회 이상 등교, 학급을 나눠 분반 운영 가능 등이고, 유치원은 원격수업과 등원수업을 병행하기로 했다.

현재 각급 학교에서는 이미 코로나19 모의훈련을 수 차례 진행했다. 교직별로 조를 편성해 발열과 일시적 관찰 프로그램 운영 계획도 마무리했다. 단위 학교에서는 등교개학을 맞아 등교와 급식 전 하루 두 번 이상 발열 검사를 실시하고, 의심증상자가 나오면 바로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는다. 그러나 이 정도의 지침으로는 미흡하다. 자칫 집단 감염이 될 경우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우려가 많다.

교육부는 방역 관리를 학교 자율에 맡겨서는 안 된다. 지금은 비상 시기다. 등교수업 방법도 학교에 떠넘겨서는 안 될 일이다. 지금 상태에서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는 책임전가와 다름 아니다. 등교 수업은 교육부가 직접 나서서 상세한 지침을 마련하고 책임져야 할 중요한 문제다.

혹시라도 지역 감염이 발생할 경우 대학입시 일정은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여러 경우의 수에 대비해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2021학년도 대입 정시전형, 수시전형의 별도 방안이 ‘플랜 B’를 마련해야 한다.

사실 학교는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곳이다. 증상이 없는 ‘조용한 전파자’들로 자칫 감염의 온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이만큼 방역에 성공한 데에는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았던 것도 큰 요인이 됐다. 그만큼 등교 수업은 코로나 방역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올 경우 그 학교는 폐쇄되고 다시 원격수업으로 돌아가게 된다.

다른 학교 고3은 등교하는데 누구는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한다면 그 여파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등교개학을 맞아 ‘학생이 아프면 학교에 나오지 말라’는 가정통신문에 학부모들의 원성인 자자한 실정이다.

특히 등교개학의 사각지대는 대도시의 거대학교, 과밀학급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여건이다. 비좁은 공간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도 대화를 하고 접촉을 하게 된다. 급식실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식사를 한다. 아무리 칸막이를 해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시차 배식, 옆으로 한 자리 띄어앉기 등도 제한적이다.

고교의 경우 기숙사 운영학교는 더욱 난제다. 1인 1실은 언감생심이다. 세탁기 등은 공동 사용하는 체제다. 집단 감영 예방에 취약한 형편이다.

일선 학교 교사들에게 수업과 방역을 함께 맡기는 것도 무리다. 교사들은 온·오프라인 수업을 준비하고, 하루 두 번 학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일시적 관찰실로 안내하고, 불필요한 이동을 금지시키고, 화장실 이용 인원을 제한하고, 학생들의 건강상태를 계속 살피는 일 등을 모두 해야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학교 활동을 할 때 그 교사가 담당하고 있는 담임 학급의 학생들은 누가 지도 관리를 해야 하는지 불명하다. 교사들의 과로 이전에 학교가 매우 혼란에 빠질 것이다.

교육부는 뒤늦게 보조인력 채용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방역에 필수적인 보건인력은 확보되지 않았다. 전국 학교의 약 15%에 보건교사가 따로 없다. 일반 교사가 보건 업무를 겸임하고 있다. 전문성이 결여될 수 밖에 없다.

학부모들 사이 “꼭 등교를 해야 하느냐”는 걱정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교육부와 교육청에서는 학부모들의 요구에 등교 선택제 허용을 공지한 상태다 아울러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개학 시기를 미뤄달라’는 내용에 23만명이 동의했다.

교육부와 서울교육청은 만약 확진자가 나타나면 원격수업으로 회귀하고 학교는 방역과 휴업을 한다는 입장이지만, 만일 확진자가 발생하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 대란이 재발할 우려가 있다.

대도시 거대학교, 과밀학급 등 학생들이 밀집돼 있는 곳은 집단감염 위험이 매우 높고, 지역사회 감염의 매개도 우려된다. 지역별, 학교별로 상황이 다르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교육당국은 학부모·교직원·학생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수업과 방역만이 아니라 갖가지 우려되는 난제의 예방과 해결에 행정력을 경주해야 한다.

등교개학이 코로나19의 극복의 시작이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전 국민들의 동참과 호응 속에 전국 각급 학교의 등교개학과 수업도 무난하게 연착륙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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