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등교개학 제대로 하려면...
[교육칼럼] 등교개학 제대로 하려면...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5.12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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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장희 서울불암초등학교 교장
박장희 서울불암초 교장
박장희 서울불암초 교장

서울시교육청의 조희연 교육감은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지역 감염이 재확산하면서 개학을 연기할 것은 교육부에 요청했고,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13일로 예정돼 있던 고등학교 3학년의 등교 수업은 20일로 연기하고, 고2·중3·초1∼2·유치원생 등교는 27일로 고1·중2·초3∼4학년 등교는 6월 3일로 일주일씩 추가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학교는 학생 등교에 대한 준비로 여념이 없으며 연기로 인해 일정 조정을 하면서도 여러모로 걱정되는 상황이다.

교육청과 학교에서 최선을 다해 방역에 힘을 쏟고 있지만, 1,000명이 넘는 학생과 100여명의 교직원과 강사, 지원인력이 함께 생활하는 서울의 대규모 학교들은 이태원 클럽과 같이 집단 감염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코로나19에 감염된 어린이들의 코와 목에서는 성인 환자와 동일한 양의 바이러스 RNA가 검출됐지만 증상이 거의 없는 ‘무증상’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감염 위험성은 적지만 집단 감염의 또 다른 원인이 될 수 있고 다른 여러 사람에게 감염이 확산 된 후에 발견될 수 밖에 없는 까닭에 대규모 집단 감염 사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청에서는 등교 시 발열체크를 위한 장비 구입, 정기적인 학교내 소독, 학생식당과 교실용 가림판 제공, 학생과 교직원용 마스크 등 많은 지원을 하고 있으며, 학교는 등교 수업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학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학생들이 등교 수업을 시작하게 되면 학생들은 마스크를 쓰고 학교생활과 수업을 해야 한다. 학생들의 접촉을 최소화 하기 위해 쉬는 시간에도 자기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고 화장실도 가급적 정해진 시간을 이용해야 한다. 책상도 거리를 두고 떨어져 배치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

어린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숨이 막혀 호흡을 의도적으로 힘들게 해야 할테고 아마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마스크를 살짝 내리거나 옆 부분을 벌려 숨을 쉬기 편하게 조절할 것이다.

착한 학생들은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한 까닭에 호흡량이 부족해 어지러움증을 호소할 것이다. 학생들에게 미안하고 안스러울 뿐만 아니라 이를 지도하고 바라보는 담임 교사의 고충이 얼마나 클까?

교육부는 학교 생활과 수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고 보고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할수 있도록 했다. 대규모 학교들은 학생들을 동시에 등교시켜 관리할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킬 수 없는 물리적 환경과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활동량이 많은 학생들의 관리에 대해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첩촉 최소화 등을 지키며 하루 종일 학교에서 생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원격수업을 중심으로 하고 등교 수업은 학생들의 과제를 점검하고 가정학습을 도와주는 방법으로 운영되었으면 좋겠지만 그동안 자녀들을 보살피는데 지친 학부모의 반발이 걱정된다.

감염을 막기 위해 접촉을 최소화하고, 마스크를 써야 하고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학생들과 지도 교사의 고충을 이해한다면, 격일 등교, 교차 등교 등 학생들의 등교를 최소화하는 등의 학교 규모와 실정에 맞는 학교장의 자율적인 결정이 존중되길 기대해 본다.

교육 당국은 집단 감염을 감수하고 많은 학생들의 교육과 학부모의 요구를 감안하여 등교 수업을 결정했고 곧 등교수업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교육청과 일선 학교는 모든 역량을 다해 방역에 힘쓰고 감염 발생을 최소화하고, 감염자가 발생하면 조기에 발견하여 조치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그러나, 학교는 집단 감염의 위험성은 매우 높다고 누구나 알고 있고 완벽한 방역은 거의 불가능하다.

등교수업을 시작하고 만약 집단 감염이 발생할 경우 그 규모가 상당히 클텐데, 사회적 분위기를 볼 때 학교가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과 온갖 비난을 감수해야 할 학교장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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