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종 교육시론] 포스트 코로나, 등교개학 이제부터가 문제다
[박은종 교육시론] 포스트 코로나, 등교개학 이제부터가 문제다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0.05.0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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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에 한국의 대처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성공 모델이다.

하지만, ‘등교개학 이후, 포스트(Post) ’코로나19‘ 대란,

지금부터가 문제인 것이다.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그동안 굳게 닫혔던 각급 학교 교문이 곧 열린다. 겉으로는 학교가 다시 활기를 찾을 것 같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0학년 새학년이 시작된 뒤에도 두 달 넘게 닫혀 있던 각급 학교가 드디어 문을 열고 학생들을 맞는다. 입학식도 못한 각급 학교 새내기들도 학교에 나오게 될 것이다.

학생들이 등교해 조용했던 학교에 활기가 넘치고 학우들이 만나 우정을 다지고 나아가 면대면 교실수업이 가능해졌지만 코로나19 확산 우려는 여전해 학교 안팎에는 등교의 설렘과 감염 걱정이 교차한다. 개학 후 집단 발명한 싱가포르 사태도 걱정이다. 방역과 수업효율성 제고를 동시에 담보하는 게 관건이다.

학교의 주역인 학생들이 보금자리로 돌아오지만, 우려도 상당한 게 사실이다. 등교개학·수업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게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인데 현실에서는 완벽한 환경 담보가 어렵다.

최근 교육부는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 방역)’로 전환하면서 생활방역 체계 전환에 맞춰 학교급별·학년별, 단계적·순차적 등교개학 일정과 수업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진학과 진로 준비가 시급한 고3이 오는 13일 가장 먼저 등교를 시작하는 데 이어 20일에는 고2와 중3, 초1∼2학년이 등교한다. 27일에는 고1· 중2·초3∼4, 내달 1일에는 중1·초5∼6학년이 차례로 등교함으로써 학교 교육과정·학사 운영이 사실상 정상화 궤도에 들어선다. 고3의 경우 등교개학 이튿날 모의고사를 치르게 된다.

다만, 초등의 경우 저학년의 학부모 돌봄 부담을 경감하고자 온라인 개학의 역순으로 등교개학을 하게 된다. 즉 초등은 중·고교와 달리 저학년부터 역순으로 등교하는데 학부모의 돌봄 부담의 한계를 경감하고자 하는 취지에서다.

마찬가지 이유로 초1∼2학년과 유치원도 20일 함께 등원한다. 유치원생의 경우 그동안 원격수업도 없이 계속 휴업 상태였기 때문에 애초 개학일부터 무려 두 달 반 만에 반가운 친구들 얼굴을 보게 됐다.

또한 학생 60명 이하의 소규모 초·중·고는 13일부터 자율적으로 등교수업을 결정한다. 확진자가 발생한 학교는 이전처럼 원격수업 체제로 돌아갈 수 있다. 학생들은 아프면 등교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당국·방역당국과 학교는 각별히 대비해야 한다. 물론 등교개학을 앞두고 교육·보건 당국은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한 플랜 A, B, C를 수립해야 한다.

유사·비상시 당황하지 않고 질서 있게 대응할 수 있도록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상황 발생 즉시 가동할 수 있는 연락망과 시스템 등을 갖춰놓아야 한다.

최근 4.15총선 확진이 제로로 나타났고, 일일 확진자가 한 자리수로 감소돼, 지난 5월 6일부터 생활방역으로 전환을 했지만, 여전히 감염 위험성이 상존하는 게 사실이다. 물론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방역의 세계적 최우수 모범 국가로 칭송을 받고 있지만, 이는 의료진의 헌신과 국민들의 동참 덕분이다. 정치권에서 아전인수하는 것은 정치 공세일 뿐이다.

사실 이번 코로나19 대란은 마스크대란, 돌봄대란, 온라인·원격수업 대란으로 이어졌다. 코로나19 확산이 확연히 잦아든 데다 온라인 수업의 한계와 각 가정의 돌봄 부담 등으로 등교를 더는 미루기 힘든 게 사실이다. 현행 교육 관련 법령으로는 한 학기 유·초·중·고교 전원 유급이 우려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유사·비상 시 교육 법령의 탄력성도 요구된다.

그동안 중3, 고3학생,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등교개학 요구가 줄곧 제기돼 왔다. 최근 방역 측면에서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한 자리수에 그치는 안정적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비대면 수업과 입시 준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계속 커졌다.

온라인 개학이 초등학교 저학년, 장애 학생, 다문화조손학생 들의 학부모·보호자들을 중심으로 ‘학부모개학’이라는 불만도 제기돼 왔다. 가정 형편에 따른 교육격차, 학력 격차 확대 우려도 감안해야 했다.

이번 학교급별·학년별 등교개학 결정은 교육부·방역당국 간 협의와 전문가 자문, 교육현장 의견 등을 종합해 이뤄졌는데 현장 목소리뿐 아니라 등교 이후 상황 예측과 대응 방안까지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 포스트(Post) 코로나19 이후인, 이제부터가 문제라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문제는 교육당국을 중심으로 학생 건강과 안전, 효율적인 수업을 위해서 지속적인 준비와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족한 부분을 등교까지 남은 기간은 물론 학교 문을 연 뒤에도 지속해서 보완해야 한다. 특히 대학입시를 코앞에 둔 고3 학생들의 대입 지도와 지원에 힘써야 한다. 특히 고3 내신성적과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에 혼란, 불이익 등이 없도록 철저한 학사 관리가 요구된다.

각급학교·학년별 등교개학에 즈음하여 교육부와 방역당국은 학교 내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 초안을 공개했다. 수업시간 내내 마스크 착용이나 학생 간격 1∼2m 유지 등이 핵심 내용인데, 학교 현장에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아프면 등교하지 말라'는 조항은 재고돼야 한다. 학생·학부모 입장에서 정서상 수용하기 어렵다.

교육당국은 등교개학에 맞춰 출결관리·수업·평가, 코로나19 이후 교육과정·학사 운영 등에 관한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매뉴얼, 가이드라인을 내놔야 한다. 세계적 대란의 비상 시기인 현재에 ‘학교별로 학교장 책임하에 알아서 시행하라’는 지침은 자율성이 아니라, 책임전가이기 때문이다.

물론 학년·학급별 시차 등교, 오전·오후반 운영, 수업시간 탄력 운영, 원격수업 병행 등 형편에 맞는 자율적 방안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학생들이 현 상황의 위중함을 잘 이해하도록 돕고 안전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세심히 보살피는 노력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여러 번의 개학 연기 끝에 어렵사리 이뤄지는 등교 수업은 사회적으로는 생활방역 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등교개학을 앞두고 가장 시급한 것은 역시 빈틈없는 방역이다. 교내 소독과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은 물론 밀집 공간에 많은 학생이 있는 몰리는 것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급식환경을 재정비하는 것도 필수이다.

개학에 따라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이 수칙을 엄수하도록 안내하는 조치도 차질 없이 해야 한다. 초안만 마련된 세부수칙을 개학까지 남은 기간 동안 더욱 촘촘히 다듬어 일선에 전달해야 한다. 급식실, 체육관, 특별실 등 학생들이 집단으로 활동하는 공간의 방역과 준비에 철두철미해야 한다.

현재 유·초·중·고교 학생수는 약 540만명이다. 현재도 사람이 몰리는 곳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듯이 생활방역이 시작되면 사회적 방역 태세가 다소 느슨해지고 있어서 우려된다. 우리는 요행수를 바라고 긴장의 끈을 늦춰서는 안 된다. 섣불리 등교수업에 나섰다가 집단 감염에 빠졌던 전락한 싱가포르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여러 차례 연기돼 한 학기가 거의 지나 등교개학·수업을 맞는 학교 현장에서 예전의 집합교육 체제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모두가 지원하고 보살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선제적·체계적 준비와 대비다.

특히 물리적·심리적 다양하고도 치밀한 준비로 학교 현장 혼란을 막아야 한다. 교육당국과 학교 당국은 등교수업 전에 방역과 관련한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한다. 그리고 미진한 부분은 등교개학 후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등교개학과 학생 안전건강에 요행수는 안 된다. 등교개학과 수업이 완벽하게 학생 안전과 건강을 담보하고 수업 효율성을 제고하도록 국민들 모두가 협력·연대해야 한다.

세계적 방역·의료전문가들이 제2차 코로나19가 올 연말, 내년 초경에 재발될 우려가 높다고 예측한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정부 당국도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원이 농사가 아니라, 지금부터 마스크 대란, 손소독제·세정제 대란, 체온계 대란, 돌봄대란, 온라인수업 대란 등을 방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에 한국의 대처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성공 모델이다. 하지만, ‘등교개학 이후, 포스트(Post) ’코로나19‘ 대란, 지금부터가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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