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기 칼럼] "등교방역, 총리실이 나서라"
[박남기 칼럼] "등교방역, 총리실이 나서라"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05.09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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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남기 한국교육행정학회 회장/ 광주교대 교수

박남기 광주교대교수는 교사들에게 교육과 방역 책임을 모두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등교방역은 질병관리본부와 총리실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줄어 감염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엄청난 전염력에 비춰볼 때 1918년의 스페인 독감처럼 봄의 1차 대유행이 아니라 가을과 겨울의 2차 대유행이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경고를 따르자면 코로나19 치료제와 예방약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어가야 한다.

그러나 급속한 경제침체와 생활고 및 심리적 공황에 시달리는 사람들 문제를 완화시키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5월 6일부터는 조금은 느슨한 생활속 거리두기로 방향을 바꾸었다. 이에 맞춰 5월 13일 수요일부터는 고등학교 3학년 등교를 시작으로 학년별 등교개학을 실시한다.

등교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등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등교방역 체제와 인력 및 예산 미비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등교하는 학생의 방역 책임을 교육부와 교육청 그리고 학교와 교사에게 넘기고 질병관리본부와 총리실 이하 타 부처,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는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던 우리나라의 그동안 방역 성과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학교라는 공간은 교도소, 요양원, 콜센터보다 훨씬 더 밀집된 공간이다. 그리고 초중등학생은 가장 왕성하게 움직이는 연령대의 집단이다. 또한 학습활동을 할 때 학생들은 콜센터 직원들보다도 훨씬 더 활발하게 상호 접촉과 교류를 하게 된다. 학교는 이처럼 초스피드로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 놓고 학생들을 등교시키면 교사나 학생 중에 단 한 명의 감염자라도 있을 경우 위에서 열거한 기관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집단감염이 발생할 것이다.

이는 우리보다 앞서 등교개학 실험에 나섰던 싱가포르가 잘 보여주고 있다. 결국 싱가포르는 3월 23일에 등교개학을 시작했다가 포기하고 4월 3일부터 다시 재택학습으로 바꿨다.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굳이 등교개학을 하는 이유는 학생들의 학습 결손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대로 교사들에게 교육과 더불어 방역 책임까지 함께 부여한다면 학습결손 방지라는 등교개학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집단감염사태만 불러올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인다.

2020년 4월 1일 기준 전국 1만1천943개 초·중·고등학교와 특수학교 중에서 14.6%인 1천741곳에는 ‘1차 방역관’인 보건교사조차 없다. 그리고 학생간 충분한 거리를 유지할 수 없는 대규모 학급, 방역 원칙을 준수할 경우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학교도 많다.

집단감염 사태를 늦추거나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등교학습은 교육청과 교사가 담당하게 하고, 등교방역은 질병관리본부와 총리실이 맡아야 한다. 즉, 등교개학 시점부터는 국가의 바이러스대책 초점과 인력 및 예산이 학교로 이동해야 한다. 학생들이 학교에 등교하더라도 이들은 우리 국민이고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이다.

학생들은 지난 4주간 거의 준비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사상초유의 온라인 교육이라는 거대한 실험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등교방역이 성공할 수 있을지 다시 실험하고자 하는 것은 인권유린에 가깝다.

850만 명의 학생과 그 가족까지 더하면 우리 국민의 절반 이상이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그러니 질병관리본부와 정부는 관련 인력과 예산을 등교방역 준비로 전환하기 바란다.

이를 교육부와 교육청, 그리고 학교에 맡기고 지켜보겠다는 것은 제2의 대형 참사가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대처하겠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세계는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의 등교개학과 등교방역을 성공시켜 세계인에게도 새로운 희망을 주기를 기대한다.

박남기 광주교대교수
박남기 광주교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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