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범의 교육해체] 해체의 눈으로 본 온라인 수업
[송재범의 교육해체] 해체의 눈으로 본 온라인 수업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0.05.07 14: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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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재범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장
송재범 서울교육연구정보원장
송재범 서울교육연구정보원장

※나는 경자년(庚子年) 첫날 「교육 깨기를 넘어 교육 해체의 문법」이라는 제목으로 에듀프레스의 칼럼을 시작했다. 그날 던졌던 교육 ‘깨기’와 ‘해체’의 의미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자세한 내용은 2020.1.1. 칼럼을 참고하시길).

지금 우리는 낡은 교육적 관행을 버리고 개혁과 혁신을 해야한다고 목소리가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그 무엇은 나오지 않는다. 이유는 그 목소리가 교육 ‘해체’가 아닌 교육 ‘깨기’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깨기’가 낡고 오래되고 불필요한 건축물에 대한 철거작업이라면, ‘해체’는 낡고 오래되었지만 필요한 건축물에 대한 복원작업이다. 남산의 성곽 복원 공사 같은 것이 해체의 작업이다. ‘깨기’의 작업과 ‘해체’의 작업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차이가 있다.

첫째, 작업의 목적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깨기는 기존의 것을 없애는 데에 목적이, 해체는 기존의 것을 분해하여 새로운 모습을 구축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깨기는 낡고 오래되어 불필요한 건축물을 깨뜨려 부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해체는 오늘날 우리에게 새로운 의미의 존재로 재탄생시키려는 작업이다.

둘째, 작업의 범위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깨기는 보이는 것 중심으로 작업을 하지만, 해체는 보이지 않는 것까지 고려하여 작업을 한다. 깨기의 목적은 깨뜨리고 부수어서 버리는 것이기에 눈에 보이는 깨뜨릴 대상만 신경 쓰면 된다. 하지만 해체는 보이지 않는 것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토대가 있기 때문이다.

셋째, 작업의 속도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깨기에서는 속도감 있는 작업 진행을 요구하지만, 해체 작업은 속도보다도 내용을 중요하게 여긴다. 깨기는 부수는 작업이기에 속도감 있게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해체는 새로운 구축을 위한 청사진을 세심하게 검토하면서 진행해야 하기에 작업은 느려진다.

남산의 성곽이 재탄생을 위한 해체의 대상이듯, 교육도 깨기의 대상이 아니라 해체의 대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갑자기 다가온 온라인 개학[수업]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교육 해체가 아닌 교육 깨기의 모습으로 흐르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선생님 접속이 안돼요. 얘들아, 나도 못 들어갔어” “엄마가 개학했다” “여전한 ‘천수답 교육행정’”과 같은 언론의 헤드라인을 보라. 이전의 수업 양태와 현재의 모습을 차분히 분석하여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해체의 문법이 아니라, 날 것 그대로 깨기의 문법이 지배적이다. 온라인 수업이 갖는 교육적 의미, 기존의 수업과 비교하여 온라인 수업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성 같은 새로운 교육학의 조명은 찾아보기 힘들다.

해체가 관심을 갖는 본질, 토대, 구조에 대한 궁구(窮究)는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보이는 것만의 나열과 실시간 중계방송이다. 스마트 기기의 부족, 접속 과부하와 불통, 교사의 온라인 수업 능력, 학부모의 고충, 사회적 배려 대상자의 디지털 격차 등 모두 성공적인 온라인 수업을 위해 당연히 고려되어야 하고 충실하게 준비되어야 할 사항이다.

따라서 이러한 것의 준비 부족에 대한 비판과 신속한 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이것들은 누가 짚어주지 않더라도 쉽게 인지할 수 있고 예상되는 것이며, 한마디로 뻔히 보이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 보이는 것만이 우리가 고민해야 할 전부인가? 한 달여 넘는 온라인 수업이 실험실의 한 마리 모르모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근본적인 것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예시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온라인 수업은 오프라인(교실) 수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의 궁여지책인가? 아니면 시대상황이 요구하는 새로운 교수-학습의 패러다임인가?’ 짧게 말하자면 ‘왜 온라인 수업인가?’

‘온라인 수업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착된다면 교사의 위상과 역할은 어떻게 될것인가?’

‘미래 사회에서 오프라인 공간으로서 학교와 교실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도대체 배움이란 무엇인가?’

『학교 없는 교육 개혁』(데이빗 타이악․래리 큐반, 2011)에서 저자는 그 많은 교육 개혁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교 교육의 기본틀은 놀랄 정도로 안정된 모습을 유지해왔다고 주장한다.

시간과 장소를 나누고 학생들을 분류해서 교실에 배치하고, ‘과목’에 대한 파편적인 지식을 전수하며, 배웠다는 증거로 학점과 학년을 주는 방식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이러한 학교교육의 기본틀을 바꾸기 위해 교육 혁신가들이 도전했던 몇 가지 사례를 드는데, 이제 온라인 수업에 직면하여 도전 목록에 다음과 같은 것을 하나 더 추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 교실이라는 공간을 벗어나 학생과 교사가 어느 곳에서도 가능한 비대면 방식으로 수업이 이루어지는 것

『언스케일(UNSCALED)』(헤먼트 타네자․케빈 매이니, 2019)의 저자는 탈규모화되고 온라인화된 미래 학교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상상하고 있다.

나는 전 세계의 개별 교실들을 연결해 가상으로 ‘학교’를 만들 수 있도록 해주는 새로운 앱들이 생기리라 본다. 과학을 좋아하는 미국의 5학년 학생은 같은 건물에 있는 1학년 학생보다 관심사가 같은 폴란드, 인도, 칠레의 5학년 학생과 더 공통점이 많다. 모바일, 소셜, 클라우드, 가상현실, 3D 프린팅을 활용하면 아주 멀리 떨어진 교실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새로운 시대를 위한 새로운 학교를 만들 수 있다면 학교 수만 채를 새로 짓는 것보다 훨씬 합리적일 것이다.

이것이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면, 이제 온라인 화상수업 시스템 활용방법에 대한 문의만이 아니라, 학교, 교실, 교사, 수업의 의미와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것은 우리 교육을 ‘깨기’가 아닌 ‘해체’의 입장에서 볼 때 가능하다.

교육부장관이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고 새로운 도전”으로 규정한 온라인 개학, 그리고 온라인 수업이라는 배낭을 매고 새로운 길을 나선 교사들, 그 길을 떠나는 자의 배낭에 ‘깨기’의 깃발이 아니라 ‘해체’의 깃발이 나부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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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현 2020-05-08 10:33:23
송 원장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교육 깨기보다는 교육 해체를 통해 '새로 세우기'보다는 '다시 세우기'를 위해 애쓰시는 모습 감사드립니다. 학교 현장은 온라인 수업으로 즐겁고 신납니다. 물론 학생들이 있으면 더욱 신나겠지만.. 구글 클래스룸 온라인 강의 영상으로 수업 진도를, 행아웃 미트로 실시간 현장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수업을 두 배로 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집에서는 온라인 강의 찍고, 편집하고, 자막도 넣어 보고, 학교에서는 실시간 수업으로 활동수업을 하고.. '교육 해체'와 '다시세우기'로 더 즐거운 현장교육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